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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0년 5월 24일 천안함 사건 이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전쟁기념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북제재 조치인 5.24조치를 발표했다.
▲ 2010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 5.24조치 발표를 위해 전쟁기념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0년 5월 24일 천안함 사건 이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전쟁기념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북제재 조치인 5.24조치를 발표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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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4일 전쟁기념관.

"남북간 일반교역은 물론 위탁가공 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출과 반입을 금지할 것입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에 따른 대북제재조치 이른바 '5·24조치'를 발표했다. 그리고 4년이 넘었다. 고작 10여 분 남짓한 대통령의 발표문으로 이렇게 오랜기간 제재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무엇보다 국가만 믿고 북한에 투자한 수많은 남북경협기업들에게 지난 4년 반은 연이은 도산과 몰락의 연속이었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없는 번호거나, 나즈막한 목소리로 이미 페업한지 오래라, 인터뷰가 어렵다고 밝혔다.

남북경협기업인들 65%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잘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경실련통일협회는 107개 경협기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본 설문조사에 따르면 5·24조치로 인해 경협환경이 악화되었다는 밝힌 답변이 총 93.5%(100개)에 이르렀다. 구체적으로 5·24조치로 인해 "투자비 및 영업손실" 57.9%(62개)과 "부채상환의 어려움" 24.3%(26개)을 겪고 았다고 밝혔다. 영업 손실과 부채는 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피해사항인 점을 고려하면 5·24조치가 경협기업의 경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및 교류협력 재개를 위한 노력에 대해 "못하고 있다" 또는 "매우 못하고 있다"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한 경협기업이 65.4%(70개)였다. 부정적 평가에 대한 이유로 "5·24조치 해제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 전향적 조치 미비" 가 47.1%(33개)로 가장 큰 이유였으며 "남북 간 대화의지 또는 노력의 부족" 21.4%(15개),"국내 정치용으로 통일 이용" 17.2%(12개) 등이 뒤를 이었다

본 설문결과를 진행하며 경협기업의 상당수가 "없는 번호"로 안내멘트가 나왔으며, 많은 기업들이 이미 폐업을 해서 설문에 응답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의 5·24조치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나 실태조사는 한 번도 없었다. 

경협·종교·시민단체들 "5·24조치 해제하라!"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경협기업, 종교, 시민단체 연대 기자회견이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되었다. 기자회견 중 배우 최종원씨와 극단 '가가의회' 가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품바 공연을 하고 있다.
▲ 5.24조치 해제 촉구 경협기업, 종교, 시민단체 기자회견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경협기업, 종교, 시민단체 연대 기자회견이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되었다. 기자회견 중 배우 최종원씨와 극단 '가가의회' 가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품바 공연을 하고 있다.
ⓒ 홍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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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조치니 뭐니 하는 거, 조치 조치 조치하지 말고, 남북 대화 대화 대화 하지 말고 마음을 탁 내려놓고 대화를 하라, 말을 하라 이 말이여."

지난 12일 경협기업, 종교, 시민단체가 연대해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한 5·24조치 해제 촉구 기자회견에서 품바 퍼포먼스를 선보인 최종원씨의 날카로운 지적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들어 남북대화 횟수는 2013년 24회, 2014년 7회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2013년 24회 중 22회는 개성공단 잠정중단 등에 따른 관련 회담이었을 뿐 정권차원의 정치적 대화와 타협을 위한 남북대화는 2012년과 2013년 통틀어 3번에 불과하다.

2008년을 기점으로 분야별 남북대화 횟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 연도별, 분야별 남북대화 횟수 2008년을 기점으로 분야별 남북대화 횟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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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남북협력기금의 집행도 전혀 안 되고 있다. 실제 2010년 5·24조치 이후 남북협력기금 집행률은 2011년 4.2%, 2012년 6.9%, 2013년 26.9%, 2014년(9월) 4.8%로 2013년을 제외하고 단 한 자릿수에 불과한 예산 집행률을 보였다. 심지어 2013년 기금 집행률이 증가한 이유 역시 개성공단 잠정중단에 따른 보험금 및 대출금 지원 때문이었다.

통일대박, 한반도신뢰프로세스, 통일준비 등. 요란했던 정부 주도의 화려한 통일담론 속에 빈약하기 짝이없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들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 91%, 5·24조치 해제·완화로 전향적 남북관계 열어가야

전문가들 역시 한 목소리를 5·24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통일협회가 지난 5월 24일 5·24조치 4년을 맞이해 학계, 정책연구집단 등의 북한·통일 전문가 1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북한·통일 전문가들은 5·24조치 해제 또는 완화에 91.15%(103명)의 압도적인 찬성을 보였다. 게다가 전문가 73%(75명)은 5·24조치의 본래 취지인 북한제재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5·24 조치 이후 남북한의 경제적 피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대경제연구원의 홍순직 수석연구위원에게 연구 용역을 의뢰해 분석한 결과, 5·24조치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 피해는 남한 9조 4천억, 북한의 2조 4천억 원으로 남한의 피해가 북한에 비해 약 4배 가까이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여당에서도 5·24조치 해제 목소리 커져

최근 러시아 석탄이 북한의 나진항을 출발, 포항으로 들어오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여당 일각에서도 5·24조치 해제를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나진-하산 프로젝트 현장을 둘러본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9월 최고위원회에서 "통 크게 5·24조치 해제 결단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 8월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역시 "5·24 뛰어넘고 새로운 대북정책 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입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북한의 태도변화 없이 5·24조치 해제는 없다"고 일축하던 통일부가 최근 잇따라 5·24조치 해제에 전향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을 방문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남북 간 포괄적 협상으로 5·24조치 해제의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내년에는 5·24조치 해제될 수 있을까?

2015년을 앞둔 시점에서 남북경협 관계자들은 내년도 대북정책의 큰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은 박근혜 정부 임기 반환점에 드는 시점으로, 정치적 변곡점인 선거도 없다. 무엇보다 결국은 5·24조치 해제 없이 남북경협 정상화와 남북교류협력 확대 발전이 궁긍적으로 불가능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천명한  DMZ세계평화공원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어렵다는 점이 5·24조치 해제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정책 관련 한 전문가는 "박근혜 정부 정치지형 상 내년도 남북관계의 큰 폭의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5·24조치 해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실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하여 보수 시민사회는 여전히 북한의 사과와 변화없는 5·24조치 해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피해와 고통의 시간이 가중되는 건 결국 아무 죄 없는 경협기업들뿐이다. 최근 남북경협 중단으로 큰 피해를 입고 가족과 건강마저 잃었다는 한 경협기업인의 사정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이념이고 종북이고 뭐고, 일단 북한에 가야 합니다. 거기에 투자해놓은 것을 회수해야 최소한의 생계가 가능한 거든요."


태그:#통일, #5.24조치, #평화, #남북관계,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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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바꿈세상을바꾸는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그리고 지금은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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