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에서 마샤를 연기하는 서이숙

▲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에서 마샤를 연기하는 서이숙 ⓒ 연극열전


연극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에서 서이숙이 연기하는 마샤는 왕년에 잘 나갔던 섹시 여배우다. 연극 무대에 서고 싶은 꿈은 있었지만 무대에서는 특별한 필모그래피를 남기지 못했다. 대신에 섹시한 캐릭터로 등장한 영화가 빅 히트를 친 적이 있는 배우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여배우에 대한 꿈을 잊지 않고 산다. 그러다가 보란 듯 젊은 애인을 동행하고 나타나며 '백설공주 코스프레'까지 펼치는, 현실에 적응하며 살기 보다는 자기만의 세계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자기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인물이다.

서이숙은 연극계에서 섭외 0순위인 배우일 뿐만 아니라, 드라마 <기황후>와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영화 <역린> 등으로 올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일 년에 두 편의 연극 무대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선다'는 개인적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맨 프럼 어스>와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로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몰아치기 과제를 묵묵히 하고 있는 서이숙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백설공주 옷 입은 내 모습, 웃음 참느라 죽는 줄"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서이숙 "외국에서는 영화배우 시고니 위버가 이 역할을 맡았다. 알다시피 시고니 위버는 키가 180cm가 넘는 배우다. 그런 키 큰 여배우가 백설공주 옷을 입었으니 얼마나 웃기고 안쓰러웠겠는가. 제가 백설공주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면 스스로가 너무 웃겨, 처음에는 웃음을 겨우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서이숙 "외국에서는 영화배우 시고니 위버가 이 역할을 맡았다. 알다시피 시고니 위버는 키가 180cm가 넘는 배우다. 그런 키 큰 여배우가 백설공주 옷을 입었으니 얼마나 웃기고 안쓰러웠겠는가. 제가 백설공주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면 스스로가 너무 웃겨, 처음에는 웃음을 겨우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 연극열전


-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에는 체홉의 작품이 적절하게 패러디와 오마주로 섞여있다고 들었다.
"마샤가 젊은 애인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건 <갈매기>의 아르까지나를 패러디한 거다. 아르까지나는 왕년에 잘 나가는 배우였다. 젊은 남자를 데리고 나타나는 게 극 중 마샤와 똑같다. 또 하나, <벛꽃동산>에서는 집을 팔겠다고 하는 설정이 이번 작품에서 패러디되었다."

- 마샤는 자기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인물이라 본의 아니게 밉상 캐릭터를 연기한다.
"악역을 연기할 때 놓치지 않고 연기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타당성'이다. 마샤는 '원 오브 뎀' 모든 사람 중에서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마샤는 자신을 돋보이고 싶어 하지만 여기에는 그녀만의 아픔이 있다."

- 마샤는 니나를 왜 미워하는가.
"(웃음) 마샤가 탐할 수 없는 젊음을 니나가 갖고 있다. 여성의 본능적인 질투심이 나오는 거다. 마샤가 데리고 온 애인은 젊다. 젊은 애인이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릴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젊은 여성이 나타나면 마샤는 본능적으로 불안해 한다. 이 작품은 아까도 언급했다시피 <갈매기>를 패러디한 작품인데, <갈매기>에서 마샤의 젊은 애인과 니나는 서로 눈이 맞는다."

- 마샤는 극 중 백설공주 복장을 하고 등장한다.
"마샤는 자기가 나이 먹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한 물 간 여배우지만 공주가 되고 싶어 하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외국에서는 영화배우 시고니 위버가 이 역할을 맡았다. 알다시피 시고니 위버는 키가 180cm가 넘는 배우다. 그런 키 큰 여배우가 백설공주 옷을 입었으니 얼마나 웃기고 안쓰러웠겠는가. 제가 백설공주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면 스스로가 너무 웃겨, 처음에는 웃음을 겨우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 '상궁 전문 배우'가 백설공주 복장이라니, 아이러니하다.
"<명성황후>로 데뷔했다. 중전으로 출발했지만 상궁으로 떨어지고, 청수대비를 계기로 대왕대비가 되었다. 영화 <역린>, 드라마 <인수대비> 등에서 이런 역할들이었다. 여러 인생을 사는 건 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역할인데 많이들 기억해 주셨다. 상궁 역할 하면 전형적으로 '예'만 하는 순종적인 캐릭터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제가 연기할 때 세게 나갔더니 시청자들은 개성 있다고 좋아해 주셨다."

배드민턴 선수에서 극단의 배우가 되기까지

서이숙 "제가 20대일 때에는 빼어난 미모가 아니면 방송에 얼굴을 내보이기 어려운 시기였다. 지금은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한 시대가 되어서 영화와 드라마에 선보일 수 있었다."

▲ 서이숙 "제가 20대일 때에는 빼어난 미모가 아니면 방송에 얼굴을 내보이기 어려운 시기였다. 지금은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한 시대가 되어서 영화와 드라마에 선보일 수 있었다." ⓒ 연극열전


- 다른 인터뷰에서 "내가 연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캐릭터가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인지"라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비극을 연기할 때는 감정이 극한으로 갈 때가 있다. 내가 나인지, 아니면 캐릭터가 나에게 온 건지 '접신'이 될 때가 있다. <오이디푸스>에서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가 아들인 줄도 모르고 결혼하고 아들과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낳는다. 남편이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절망감을 표현할 때 접신이 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소냐와 부딪힐 때 접신이 되는 것 같다."

- 배드민턴 선수를 하다가 연기로 돌아섰다.
"배드민턴으로 사회체육 코치까지 했었다.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수원의 어느 극단에서 단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모든 걸 정리하고 들어가서 연기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제가 극단 미추에 몸 담았는데, 극단 미추 출신 배우가 손현주씨와 이원종씨다.

이분들이 방송에 진출하기 시작했을 때, 저는 빼어나게 예쁘지도 않았고 뛰어난 연기력을 갖추지도 않았을 때였다. 제가 20대일 때에는 빼어난 미모가 아니면 방송에 얼굴을 내보이기 어려운 시기였다. 지금은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한 시대가 되어서 영화와 드라마에 선보일 수 있었다."

-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극 출연 중이다.
"최소한 일 년에 연극 두 편을 하자는 게 제 개인적인 신조다. 그런데 올해는 해가 다 지나도록 연극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두 편의 연극을 못하겠다 싶어서 <맨 프럼 어스>와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를 몰아서 하고 있다. TV는 출연해도 무대는 떠나지 않고 싶었다.

배우는 젊어서만 하는 게 아니다. 평생 해야 하는 일인데, 나이가 들면 모니터를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하는 게 올바른 연기인가를 체크한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연극을 한 편 하면 두 달 꼬박 연습하고 한 달 공연하기에 석 달 동안 연기에 대한 공부가 저절로 된다. 그래서 일 년에 두 작품의 연극을 꼭 하려는 거다."

- 올해 출연한 연극이 하반기에 몰렸다는 건 상반기에 <기황후>를 찍어서가 아닌가.
"지금처럼 추울 때 고생하며 촬영한 작품이 <기황후>다. 한 번 촬영하면 밤샘 촬영은 기본인 데다가 야외 촬영이 잦았다. 그렇게 고생한 만큼 <기황후>를 통해 저를 많이 알아봐 주셨다. <기황후>를 찍고 나니 다른 드라마나 작품은 덜 무서워졌다.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경찰 서장을 연기할 때에는, 무슨 사건을 캐릭터가 쥐고 있는가를 연출가에게 묻지 않고 촬영했다. 대본만 갖고 유추해서 찍었는데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서이숙 기황후 너희들은 포위됐다 이원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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