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우리는 12월 하면 으레 '크리스마스'부터 떠올립니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성탄을 축하하기 위한 기독교 행사입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는 종교를 떠나 우리 모두의 기념일이자 축제와 같은 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전처럼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를 보고 나니, 과연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마냥 즐겨도 되나 하는 깊은 시름이 목구멍에 걸려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웃고 즐기는 크리스마스에 과연 하나님도 함께 웃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영화 <쿼바디스> 포스터.

영화 <쿼바디스> 포스터. ⓒ 단유필름


여기저기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지만, 이번에도 크리스마스 열기는 종교를 떠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이용해 수익 좀 올려보려는 곳이 한둘이 아닙니다. 아이들 선물용 장난감은 품귀 현상을 일으키고 있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핑계 삼은 브랜드들의 파격 세일도 성황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새겨야 할 교회가 가장 큰 이득을 챙기고 있으니까요.

세계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새로 지은 대형 교회 건물 앞에는 그에 걸맞은 '으리으리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세상을 조금만 덜 알았다면, 그저 멋지다고만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제는 이 모습이 달리 보입니다.

언젠가 TV 토크쇼에 나온 연예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신은 아무런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무작정 교회를 찾아갔고 기도하는 법도 몰랐지만 그냥 진심으로 빌었다고. 물론 기도를 했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뭔가 마음의 위안을 얻은 느낌이었다고.

한국 교회, 그들만의 '천국'

종교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물질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사는 게 너무너무 힘들 때 마음이나마 기댈 수 있는 것. 그리고 교회는 그런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그런데 한국 교회는 언젠가부터 자신들의 본분을 잊은 듯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끌며 명성이 드높던 조용기 목사는 재산 문제는 물론이고 여자 문제까지 논란이 됐습니다(물론 본인은 아주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아니라고 하지만). 사랑의 교회는 신도들에게서 얻은 그간의 신뢰를 교회 건물을 키우는 것으로 보답(?)했습니다.

이처럼 교회는 점점 더 크게, 점점 더 화려하게, 점점 더 높게 짓고, 교회 지도층이라는 자들은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배를 채워 세습까지 해 결국에는 자신들이 그곳의 주인이 됩니다. 순수하고 성스러워야 할 종교에 물욕이 스며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진 것 없고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을 '교회 앞에' 더 주눅 들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일반 신자들에게서, 속된 말로 '삥을 뜯어' 교회 몸집을 점점 더 불려나가기에 급급합니다.

우리는 흔히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력'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정치권력은 '사회의 여러 기능 가운데, 특히 정치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권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단어만큼이나 자주 듣게 되는 말이 '교회권력'입니다. 자신들의 뿌리가 되어야 할 하나님을 내세워 사리사욕을 챙기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그렇게 모은 재산으로 (정치권과 결탁해) 권력을 휘두릅니다. 심지어는 무고한 광주 시민을 처참하게 죽인 '그분'도 자신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용서해주기까지 하더군요.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영화 속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모어가 한국 교회를 향해 던지는 물음.

▲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영화 속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모어가 한국 교회를 향해 던지는 물음. ⓒ 단유필름


<쿼바디스>는 말합니다.

"교회는 점점 커졌고, 예수는 점점 작아졌다."

한국 교회에 묻고 싶습니다. 그 화려한 교회 안에 진정 하나님이 계시는지. 우리들의 눈엔 물욕과 권력욕과 세습욕으로만 보이는 그 욕심에 따른 결과물들을 당신들은 전부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데, 당신들이 아는 하나님과 우리가 아는 하나님이 같은 분이 맞는지.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기 치는' 그 행동들이 정말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지. 혹시 우리가 아는 천국 말고, 당신들만 갈 수 있는 천국이 따로 있는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추신 : 이 영화 <쿼바디스>는 현재 상영관이 몇 군데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마저도 더 줄어들지 모릅니다. 정작 영화를 봐야 할 사람들이 보기 전에 극장 상영이 중단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쿼바디스 쿼바디스 교회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와 공연을 좋아하는, 아직 청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