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버트(자비에 돌란 분)는 어머니 찬탈(안느 도발 분)와 단 둘이서 살고 있는 열여섯 살 고등학생이다. 그는 자신이 7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줄곧 어머니와 살아 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잔소리가 심하고 변덕스러운 어머니에 대해 불만이 쌓일대로 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어서 매번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결국에는 어머니에게 돌아오는 애증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날 휴버트는 어머니와의 다툼 끝에 가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결정을 하나 내리게 된다.

 영화 <아이 킬드 마이 마더>의 한 장면

영화 <아이 킬드 마이 마더>의 한 장면 ⓒ Mifilifilms


<아이 킬드 마이 마더>(I Killed My Mother, 나는 엄마를 죽였다)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다. 감독의 자전적인 작품으로 어머니와 아들 간의 애증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사한 주제를 가진 감독의 신작 <마미>를 떠올려 본다면, 이 작품은 모성에 천착하는 자비에 돌란의 영화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누구보다도 가깝지만 때로는 남보다도 먼 모자 관계에 집중한다. 아버지가 떠난 후, 휴버트는 어머니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모자 관계 이상의 유대를 가지고 있다. 그 유대는 친구 사이나 부부 사이, 혹은 연인 사이의 그것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도 가까운 두 사람이지만, 둘 사이에는 쉽게 털어 놓을 수 없는 비밀도 존재한다. 어머니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아들의 남자친구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그 예 중 하나다. 영화 속에 나오는 클림트의 작품 <엄마와 아이>처럼 누구보다도 가까웠던 모자관계도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다소 자극적으로 보이는 제목과 달리 물리적인 살인 사건이 나오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자비에 돌란 감독은 사춘기 소년이 마음 속으로 어머니를 떠나고 있는 모습을 무척 솔직한 화법으로 이야기한다. 때로는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는 우리가 어머니에 대해서 이제까지 어디에도 털어 놓지 못했던 감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들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고 견딜 수 있겠으며, 그런 어머니를 언젠가 떠나고 싶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열아홉 살에서 스무살이 되기까지의 어린 나이에 자비에 돌란은 자신의 작품으로 어머니에 대한 애증의 감정에 대해 우리와 공감하는 데 성공했다. 그 사실은 앞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인상적일 것이다.

+ <마미>와 캐스팅이 거의 유사한 작품이다. 두 영화 모두에서 안느 도발이 어머니 역을 연기하고 쉬잔느 클레몽이 선생님 역을 연기한다. 두 작품을 보는 순서에 따라 이 캐스팅에 대한 인상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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