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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 민주주의'가 적힌 상여가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근조 민주주의'가 적힌 상여가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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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점퍼에 상복을 입은 여섯 사람이 상여를 멨다. 이들은 살얼음 길을 걷기 시작했다. 상여 정면의 영정이 눈에 들어왔다. 영정에는 망자의 얼굴 대신 검은색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바로 민주주의였다. 상여 좌우에는 '민주주의 사망 선고, 박근혜 독재 퇴진'이라는 피켓이 붙어 있었다.

상여 뒤로 망자를 애도하며 쓴 만장(輓章) 21개가 따랐다. 흰 천에 검은 글씨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 만세', '민주주의 되살리자'가, 검은 천에 흰 글씨로 '진보정치는 계속된다', '유신독재 부활 막아내자' 등이 적혀 있었다. 죽음을 슬퍼하는 시민 2000여 명이 만장을 이었다. 이들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광교를 이어 보신각-을지로2가-서울광장까지 2.5km를 행진했다. 민주주의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였다.

"진보당 강제 해산은 민주주의 사망 선고"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한국청년연합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대책위’는 20일 오후1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민주수호 국민대회’를 열고 전날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해산 결정을 강하게 규탄했다.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한국청년연합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대책위’는 20일 오후1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민주수호 국민대회’를 열고 전날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해산 결정을 강하게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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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수호 국민대회가 끝난 뒤 집회 참가자들이 장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만장에는 ‘진보정치는 계속된다’, ‘유신독재 부활 막아내자’ 등의 글귀가 적혀 있다.
 2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수호 국민대회가 끝난 뒤 집회 참가자들이 장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만장에는 ‘진보정치는 계속된다’, ‘유신독재 부활 막아내자’ 등의 글귀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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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한국청년연합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대책위'는 20일 오후1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민주수호 국민대회'를 열고 전날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해산 결정을 강하게 규탄했다.

지난 19일 헌재는 8대1의 의견으로 진보당을 강제 해산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에 이들은 "민주주의 사망 선고"라고 규정하며 '근조(謹弔) 민주주의'가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주최측 추산 2000여 명(경찰 추산 1000여명)의 시민들은 "정당정치 파괴하는 박근혜 정권퇴진하라", "민주주의 사형선고,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공안탄압 중단하고 정치활동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자리에는 이정희 전 진보당 대표를 비롯해 이상규·김미희·오병윤·김재연 전 진보당 의원도 함께했다.

집회에는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을 강하게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회를 맡은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1000년 전 궁예는 관심법이라는 이름으로 바른말 하는 사람,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사형시켰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궁예와 다르지 않다, 자신을 비판하는 진보당을 사형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어제의 결정으로 국민은 진보 정당을 택할 권리를 빼앗겼고 평화와 통일을 향한 정치의 꿈도 빼앗겼다"며 "피 흘려 이뤘지만 사형 당한 민주주의는 투쟁의 역사를 부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소장은 "지난 1972년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유신헌법이 선포됐지만 그 결과는 어땠나,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걱정된다"며 "곧 불행의 그림자가 박근혜 정권을 덮칠 것이다, 지금이라도 해산 결정 멈추고 국민과 진보당 앞에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소장은 "시간이 많지 않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며 "국민들이 똘똘 뭉쳐서 민주주의도 살려내자"고 강조했다.

이정희 전 대표 "국보법 칼날 위에 올라 섰다"

이정희 전 진보당 대표를 비롯해 이상규·김미희·오병윤·김재연 전 진보당 의원은 2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수호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진보당 해산을 규탄했다.
 이정희 전 진보당 대표를 비롯해 이상규·김미희·오병윤·김재연 전 진보당 의원은 2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수호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진보당 해산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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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정희 전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정국은 급속하게 국가보안법이라는 칼날 위에 올라서고 있다"며 "기다렸다는 듯, 극우 보수단체에서 저와 진보당 전 당원을 반국가단체 구성죄로 고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세상을 꿈꿀 자유, 나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 모여서 행동할 권리 이제 모든 시민들이 하나하나 빼앗기게 될 것"이라며 "정권에 비판하는 세력은 종북으로 낙인찍히고 따돌림 당하고 배제돼 헌법 기본권의 박탈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힘을 합쳐야만 박근혜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되살릴 수 있다"며 "저희들은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 저희들과 함께 가자"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집회를 마친 뒤 이들은 광교-보신각-을지로2가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장례 행진을 벌였다. 오후 3시 40분 경 서울광장에 도착한 이들은 "민주주의 사형선고 박 퇴진하라", "공안탄압중단하고 정치활동 보장하라"고 외친 뒤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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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보당 강제 해산, #이정희, #헌법재판소,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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