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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에 눈이하얗게 온 텃밭풍경입니다
 시골집에 눈이하얗게 온 텃밭풍경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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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2월달에 충남지방에 폭설이 와서 시골집 주위가 온통 하얀 나라로 변했습니다. 6년 전 이곳에 이사 왔을 때에도 유난히 추웠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기간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는 사계절의 변화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농촌으로 이사 온 이후로는 바람에 서걱이는 나무잎 소리와 비오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바깥에 동물 먹이주러 나가면 시골집 주위 나무들이 하얀 눈꽃을 피워 아름다운 설경을 이룹니다. 늦가을에 텃밭에 마늘을 심고 짚으로 덮어 놓았는데요. 그 위에도 눈이 소복이 쌓이고 대파만이 눈 위로 솟아올라 푸른빛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눈내린 시골집 감나무
 눈내린 시골집 감나무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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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감나무에 깍지벌레가 생기는 바람에 감이 많이 달렸었는데도 모두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감나무에도 소독을 안 하고는 감을 얻어 먹을 수가 없게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해마다 감나무에 소독을 안 해도 식구들 먹을 만큼의 감을 따먹을 수가 있었는데요.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해가 갈수록 유기농이 어렵게 되는 것 같습니다. 늦가을에 감나무에 감을 조금 남겨 놓으면 겨우내 새들이 와서 마른 감을 따 먹고 노래를 불러주곤 했는데 올해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가 없게 된 것 같습니다.

사람은 육신의 배고픔도 달래야 하고 정서적인 목마름도 자연에서 얻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가끔 텃밭에서 일을 하면 목덜미가 주황색인 곤줄박이 새가 사람의 눈앞에서 얼쩡거리며 예쁜 몸짓을 합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새와 교감을 시도하는 것도 시골살이 중에 즐거운 일입니다.

       고드름달린 시골집처마
 고드름달린 시골집처마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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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눈이 많이 오고 추워서 시골집 처마에 1m나 되는 긴 고드름이 얼었습니다.

       배추를 먹는 시골집 닭, 토끼들입니다
 배추를 먹는 시골집 닭, 토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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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시골집 동물들이 조금 힘듭니다. 가을에 수확한 호박과 텃밭에 남은 배추 그리고 콩깍지를 토끼와 닭들에게 줍니다. 이른 아침에 회사에 출근하기 전에 강아지와 토끼 닭들에게 먹이를 매일 줍니다. 암탉은 그 댓가로 알을 낳아주고 토끼는 솜털이 뽀송한 아기토끼를 낳아줍니다. 추위에도 의연하게 살아가는 동물들이 사람들보다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골집 주위는 온통 새하얀 겨울 눈꽃으로 피어납니다.

       눈에 덮인 강아지집과 화분들입니다
 눈에 덮인 강아지집과 화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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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집도 새하얀 눈을 이고 있고 고장난 손수레와 양은 솥단지에  심은 블루베리나무에도 하얀눈에 덮였어요. 블루베리는 지금은 작은 꽃눈을 형성하고 있지만, 내년 봄에 햇살이 따뜻해지면 은방울 꽃이 피고 보랏빛의 먹음직스런 블루베리 열매를 맺는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예쁜 꽃을 피우는 작은 화분의 식물들도 눈 속에서 겨울나기를 하고 있어요.

    시골집 난방 연난불에 고구마를 구워먹습니다
 시골집 난방 연난불에 고구마를 구워먹습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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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아파트와는 달리 시골집은 개조를 했는데도 겨울이면 춥습니다. 6년 전에 이곳에 이사와서 기름보일러를 90 만원에 교체해서 사용했지만, 옛날집이라 외풍 때문에 겨울에 기름 2드럼을 사용해도 별로 따뜻하지 않았어요. 석유 한 드럼에 25 만원이면 한 달에 난방비가 50 만원씩 들어가는 셈인데요. 석유 한 드럼에 전기장판과 난로를 사용하면서 추운 겨울을 보내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지요. 작은 아이가 손발이 동상이 걸려서 고생도 했답니다. 그리고 목수를 불러서 구들방을 한 개 만들어서 아궁이를 만든 다음에 큰 가마솥을 걸고 나무로 불을 때서 2년 동안 겨울을 보냈습니다. 나무를 사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고 통나무를 톱으로 자르는 일도 힘겨웠습니다. 그리고 매일 3시간씩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따뜻하게 잠을 잘 수가 있었지만, 시골집 윗 공기가 차서 이불 속에서 겨울나기를 했답니다.

저는 시간이 나면 우리 동네 팔구십 노인들이 사는 집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자식들을 멀리 보내고 쓸쓸히 노후를 보내는 그분들이 측은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인생을 오랫동안 살아오신 분들은 삶에 대한 지혜가 있어 배울 점이 많습니다. 우리 동네의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도 듣습니다. 무엇보다 그분들과 대화하면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추운 겨울날 이웃집 노인이 사는 집에 마실갔는데, 겨울 추위 걱정을 했더니 연탄불을 지피면 난방비도 저렴하고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가 있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어르신에게 연탄가스중독이 위험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요즘은 옛날과 다르게 연탄보일러를 외부에 설치하고 기름보일러처럼 물을 데워서 난방하기 때문에 연탄가스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1970년대~ 80년대 시절 연탄 난방을 하던 시절에는 자고 일어나면 일가족 연탄가스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가 허다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비록 아침저녁으로 연탄 9장씩 갈아주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한 겨울에 연탄 한 장에 500원 천장이면 한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가 있습니다. 가을에 텃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를 연탄불에 은박지에 싸서 연탄불에 구워먹고, 생선도 구워먹고 사골국물도 끓일 수가 있습니다. 특히 군고구마는 겨울 간식거리로 좋고군고구마 먹고 남은 것은 따뜻한 방에서 말리면 쫄깃한 고구마 젤리가 됩니다.

      시골집 텃밭에서 재배한 마늘을 저장하기위해 갈무리합니다
 시골집 텃밭에서 재배한 마늘을 저장하기위해 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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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골집 텃밭에서 수확한 마늘의 일부는 가을텃밭에 적당히 심어서 겨울에 얼지 않도록 짚으로 덮어 놓았습니다. 내년 봄에 마늘 싹이 올라오고 여름에 장마지기전에 마늘을 수확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늘을 빻아서 김장하고 나머지 저장 마늘은 껍질을 벗기고 빻아서 위 사진처럼 비닐 팩에 넣어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내년 마늘 수확할 때까지 양념으로 사용합니다.

귀촌한 처음에는 마늘을 그대로 엮어서 저장고에 매달아 놓았더니 봄에 보니까 마늘 형체는 그대로인데 알맹이는 다 썩어서 없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농촌에 이사 와서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농사짓는 지혜도 터득하고 농산물 저장이나 갈무리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시골집 닭들이 준 유정란으로 음식을 만듦니다
 시골집 닭들이 준 유정란으로 음식을 만듦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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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닭들에게 신선한 채소와 곡류들을 먹이고 신선한 알을 얻어먹습니다. 그리고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 찌꺼기들은 닭들이 다 쪼아먹기 때문에 음식 쓰레기 처치에도 좋습니다. 텃밭의 애벌레와 채소를 먹고 낳은 유정란은 프라이팬에 계한 후라이를 하면 노른자위가 붉은 색을 띠며 선명합니다.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서 제초제난 농약을 안 하고 6년째 손수 풀을 뽑아내어 먹거리를 생산합니다. 비료를 절제하고 퇴비로 채소를 재배합니다. 읍내마트에서 할인 판매하는 송이버섯 두 봉지를 1800원에 사다가 달걀을 입혀서 구워먹습니다.

올해는 사과 2 컨테이너와 대봉감 한박스를 예산읍내 시장에서 사다가 황토방에 저장해 놓고 간식으로 먹습니다. 이곳에는 가을에 과일을 박스로 사게 되면 몇 개씩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고장의 지리나 특색을 파악하게되어 살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텃밭농사를 지어 건강한 먹거리를 재배하고 평일에는 인근 회사에 가서 일을 합니다. 이 동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농을 하며 인근 산업단지에 일을 하러 갑니다.

안희정 도지사님의 충남지역 기업유치로 마을사람들은 먹거리는 자급자족하고 평일엔 직장생활을 병행하여 어려운 가정이 별로 없습니다. 요즘 농촌 사람들도 얼마나 부지런한지 평일엔 노인들을 제외한곤 집에서 노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심신이 건강하고 부지런한 충남의 농촌 사람들과 함께 살다가 보니까 저도 덩달아 부지런해지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태그:#귀촌인 겨울나기, #마늘갈무리, #시골집텃밭, #시골집연탄난방, #군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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