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진모영 감독, 한결같은 사랑 담아내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의 진모영 감독과 한경수 PD가 18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아트하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76년을 연애하듯, 생을 함께 해온 백발 노부부(89세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 98세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의 한결 같은 사랑과 이별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2014년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관객상 수상했으며 2015년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분에 초청됐다.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의 한경수 PD와 진모영 감독(왼쪽부터) ⓒ 이정민


제작비가 부족해 여기저기서 지원을 받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이렇게 대박을 치리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모영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만들면서 그저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는 다른 욕심은 없었다.

"다큐에 투자해서 손해 봤다거나 망했다는 이야기는 안 들었으면 했습니다. 다른 동료들이 더 좋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 크게 (흥행)되는 것을 상상하지 않았어요. 어렵게 영화에 투자해 준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고, 이후에 다른 작품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손익분기점 도달이 중요했습니다."

다행히 1억 2천만 원을 들여 만든 다큐멘터리는 첫 목표를 가볍게 뛰어넘어 한국 독립영화 흥행 신기록을 쓰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관객 수가 더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며 <워낭소리>가 세운 기록을 훌쩍 넘어선 것.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개봉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흥행 속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감독은 흥행을 조심스러워 하고 있었다. "선배 영화인들, 창작자들이 많은데 기록되는 숫자로 평가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솔직한 심정을 나타냈다. 신나서 더 욕심낼 법도 하겠지만, 혹시라도 이 영화가 혼자만 잘 돼서 다른 독립영화에 피해를 주거나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항상 마음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지난 23일 오전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화제의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과 한경수 PD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은 작품의 성공보다는 '어렵게 투자받았지만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의도한 대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두 분 사랑 집중하고 싶어 리스크 감수하며 다른 장면 뺀 것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 대명문화공장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완성에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조재현 집행위원장)가 도움이 됐다. 제작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비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와도 만날 수 있었다. .

하지만 투자를 받으면서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돈이 필요하다고 지금까지 방향을 바꾼다거나 편집권을 침해한다거나 하면 안 한다는 것"이었다. 한경수 PD는 "영혼을 팔지는 않겠다는 각오였다"며 "다행히 대명문화공장은 고맙게도 작품을 철저하게 보호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명영화공장 측은 '이 작품이 좋아서 투자하는 것이지 손해를 봐도 상관없다. 당신들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라'고 하면서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배급사 선정도 마찬가지였다. 투자자로 참여한 대명문화공장이 독자 배급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공동 배급사를 선정해야 했는데, 배급망이 탄탄하다거나 자본이 많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기준은 오직 이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쪽과 하겠다는 것. 대명문화공장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배급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원칙은 분명하게 지켜졌다. 사실 배급사 쪽은 조금 더 슬픈 장면이 추가되기를 원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과정을 더 넣었으면 했지만 진 감독과 한 PD는 자신들의 생각을 충분하게 전달하며 배급사를 설득했다.

"사랑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돌아가시는 장면을 다 들어낸 겁니다. 할아버지 장례 과정에서 가족들이 우는 장면이 있지만 그것을 더 넣고 싶지 않았습니다. 상업적으로 봤을 때는 리스크 있는 선택이긴 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했고, 받아들여진 겁니다. 어쨌든 기업이 투자하고 극장에서 배급하는 과정에서 감독님의 처음 방향이 지켜질 수 있었기 때문에 함께했다고 봐야 합니다.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지요." (한경수 PD)

[#고 이성규 감독] 영화 개봉 과정에서 이 감독 유산 받아

 다큐 영화 < 오래된 인력거 > 와 극영화 < 시바, 인생을 던져 > 를 만든 고 이성규 감독. 영정으로 사용된 이 사진을 찍어준 것은 진모영 감독이었다.

다큐 영화 < 오래된 인력거 > 와 극영화 < 시바, 인생을 던져 > 를 만든 고 이성규 감독. 영정으로 사용된 이 사진을 찍어준 것은 진모영 감독이었다. ⓒ 진모영


76년간 이어진 두 부부의 사랑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핵심이지만 영화를 제작해 개봉하던 과정에 있어 외적으로 두 개의 키워드가 연결고리를 이루고 있다. '이성규 감독'과 '독립 PD'다.

지난해 지병으로 타계한 고 이성규 감독의 마지막 소원은 관객이 가득 찬 극장에서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는 것이었다. 지인들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개봉'이라는 이벤트를 마련했는데,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바라보며 이 감독은 "한국 독립예술영화를 많이 사랑해 달라"는 의미 있는 유언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지난 12월 11일은 그 특별한 이벤트가 열린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성규 감독의 영정으로 쓰였던 사진을 진모영 감독이 찍어준 것 또한 가벼이 볼 수 없는 인연이다.(진모영 감독은 고 이성규 감독의 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 프로듀서 출신이다) 

진 감독은 "어느 지점에서 가신 분이 많이 생각난다"며 "이성규 감독이 페이스북에 '진모영 감독이 만드는 영화의 제작비를 지원해 주기 바란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제가 주변의 영화 관계자들이나 기자들을 알게 되고 영화 개봉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것은 이성규의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규 형의 페이스북 친구들과 고향 친구들이 직접 극장 대관도 해주셨거든요.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하는 데 있어 이성규 감독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살아계셨으면 진짜 좋아하셨을 겁니다."

영화가 개봉하던 날. 가까운 감독과 PD들은 첫날 1만 명이 넘었으면 하는 게 소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8천 명 정도에 불과하자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엊그제까지 총 관객이 5천명 넘었으면 좋겠느니 했는데, 하루에 5천을 넘고 있지 않냐."

이성규 감독의 두 작품 <오래된 인력거>와 <시바 인생을 던져>의 관객이 5천명 안팎이었기에 때문에 5천은 개봉을 준비하며 가졌던 최소한의 목표였다. 

한 PD는 지난 18일 춘천에서 열린 이성규 감독 추모 영화제인 '한 사람으로 시작된 춘천다큐영화제'에서 이성규 감독의 캐리커처와 사진을 보며 눈물이 나려고도 했다면서 이렇게 회고했다.

"독불장군처럼 누구도 하려하지 않았고 모두가 말린 일을 해왔습니다. 비단 <오래된 인력거>와 < 시바, 인생을 던져> 뿐만이 아니에요. 그 전에 방송일 등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시대에 아무도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던 작품을 만들었고, 가시밭길을 온 몸을 불살라 길을 열어줬다고 할 수 있지요."

* [인터뷰②] "'님아 그 강을' 만든 건, 한국 다큐의 열악한 현실"에서 이어집니다.

진모영 한경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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