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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일요일 생각보다 춥지 않은 오후 1시 30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페이스북 친구들을 위한 평화길라잡이 특별안내가 있었습니다. 최근 연말이고 추워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관람객도 적은 편으로, 평화길라잡이는 페이스북 친구들을 초대하여 성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특별안내를 진행했습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람객은 초등학교 4, 5학년생을 동반한 가족들이 많아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평화길라잡이는 서울KYC 회원으로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에게 평화와 인권의 관점으로 안내를 하는 자원활동가입니다. 지워지고 왜곡된 역사가 아닌, 올바르게 역사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며, 무뎌진 가슴에 평화감수성을 틔우는 참여와 나눔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데,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매주 일요일 정기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특별안내의 안내자가 아니라, 관람객의 눈으로 함께 했습니다.

5000여장의 독립운동가들의 수형자신분장 사진이 있는 방

서대문형무소역사관 5,000여장의 수형장 사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5,000여장의 수형장 사진
ⓒ 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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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를 기본으로 한 당시 시대적 상황과 현저동 101번지에 서대문형무소가 있는 이유, 초기 500명 규모의 건립된 서대문형무소의 확대되는 과정에서 독립운동의 거세짐 등에 일제강점기와 서대문형무소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좋았습니다. 내용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면, 굳이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도 매끄러운 설명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자유와 평화를 향한 걸음이 가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의병전쟁과 3.1 운동 등 독립운동을 통해 나라의 주인이 왕이 아닌 국민이 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의식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이 땅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자유와 평등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

서대문형무소와 민주화 운동과 관련하여 서대문형무소가 일제강점기보다 해방 이후에 더 오래 사용되었던 역사를 돌아보며, 일제강점기 뿐 아니라 해방 이후 자유와 평화를 향한 시간 속에서 서대문형무소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진보당의 평화통일 정책이 이승만 정권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고, 결국 죽산 조봉암이 사형되었던 진보당 사건이 2011년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유신헌법의 종신대통령 제도를 반대했던 사람들이 대법원 사형 판결 후 18시간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던 인혁당재건위 사건도 2007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사형당한 8명의 사진

서대문형무소와 인혁당재건위 사건 8명의 사형수
 서대문형무소와 인혁당재건위 사건 8명의 사형수
ⓒ 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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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사실) 중심적인 안내를 하면서도, 판넬에 있는 '탄압', '조작', '사형'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그 시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건이 조작되고 사법 권력이 활용된 역사와 사형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재심을 통해 받은 무죄 판결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형제도는 정권 유지를 위한 사법살인으로 활용되었던 역사가 있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법제에 남아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민까지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에 이름 없이 희생된 역사의 피해자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안내의 전반적인 설명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안내에는 평화와 인권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3.1운동 등 독립운동을 설명하며, 학교 폭력에서 가해자, 피해자에 대한 고민을 말씀해주셨습니다. 폭력의 부당함을 알리는 방식이 비폭력적이었던 3.1 운동을 통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폭력적 상황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셨습니다.

경성제대 교수였던 미아케 교수가 이재유 선생을 자기 집 마룻바닥에 숨겨주었던 일화를 통해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방식으로의 해결방법이 아니라, 함께 평화롭게 살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셨습니다. 일본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것으로 일본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옥사에서 지금의 교도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감옥, 형무소, 교도소라는 이름의 변화처럼 그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관 안내를 위한 정보전달을 많았지만,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정보전달을 위한 안내는 아니었고, 정답이 있는 안내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자유와 평화, 인권은 정답이 있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내 속 많은 질문 속에서 내가 그 시대에 살게 되었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평화와 인권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 발 더 나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서울KYC 평화길라잡이 8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1월 3일 13시에는 독립기념관·경향신문사 공동기획 독립운동가 역사탐방 프로그램 참가자 대상 특별안내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1월 4일에는 정기안내(13시, 13시 30분, 14시)가 있으니, 평화길라잡이가 고민하는 평화와 인권이 궁금하시다면, 안내를 들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평화와 인권을 함께 고민하고, 안내를 통해 성장하는 평화길라잡이 8기가 되어 주세요(http://seoulkyc.or.kr/blog/admin/3342).
평화길라잡이 8기 교육 일정
 평화길라잡이 8기 교육 일정
ⓒ 안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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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평화길라잡이, #서울KYC, #서대문형무소, #평화,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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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평화, 민주주의에 보통 사람보다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서울KYC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차별과 불공정에 대해서 민감한 편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인권감수성이 너무 낮아서 스스로한테 놀라기도 하는 보통사람입니다.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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