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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학대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18일 오후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송도국제도시맘'과 '송도주민연합회' 회원들이 아동폭력·아동학대 추방과 보육환경 개선 촉구 집회를 열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아동학대 추방!" 어린이집 아동학대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18일 오후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송도국제도시맘'과 '송도주민연합회' 회원들이 아동폭력·아동학대 추방과 보육환경 개선 촉구 집회를 열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손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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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석한 부모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부모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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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밥을 안 먹고, 제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 입술이 터지고 이마에 멍이 들어 돌아와서야 (학대를) 알게 됐습니다. 어리광인 줄만 알고 그냥 넘겼던 것에 아직도 죄책감을 느낍니다. 좋은 선생님들도 많다는 걸 알지만, 제발 말 못하는 아이들 동심을 이용하지는 말아주세요."  

마이크를 잡고 말하던 한 어머니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을 닦느라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힘내세요"라고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서수연(38, 인천 연수구 송도동)씨는 지난해 4월 인천 남구 문학동 한 어린이집에 30개월 된 아들을 보냈다가 아이가 학대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했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폭행 혐의로 구속되는 등 사건의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인천 지역 학부모들이 18일 오후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아이를 포대기에 감싸 업은 30대 아버지,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4세~6세 꼬마아이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인천 송도 주민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송도국제도시맘'과 '송도주민연합회' 등의 회원들은 이날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센트럴파크 입구에서 아동폭력·학대 추방과 보육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오후 2시께부터 시작된 이날 집회에는 주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다. 유모차도 다수 보였다. 세 살 아들과 함께 온 박아무개(33)씨와 신아무개(34)씨는 "요즘 인천에서 자꾸 아동학대 사건이 생겨 불안한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K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원생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17일 남동구 구월동, 14일 부평구 부개동에서도 아동학대·폭행이 적발되는 등 1개월 새 연달아 여러 건의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알려졌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담요로 감싼 뒤 집회에 참석한 부모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담요로 감싼 뒤 집회에 참석한 부모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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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에 구호가 적힌 손피켓이 놓여 있다.
 한 어린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에 구호가 적힌 손피켓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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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반드시 설치하고 학부모 접근 용이하게 해야"

집회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을 직접 겪은 부모 등 피해가족들의 호소도 이어졌다. 송도동 주민 서씨는 "제 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해보니 알겠더라, 이번(사건)도 제 일은 아니지만 어떻게 남 일이기만 하겠냐"며 "CCTV를 반드시 설치하고 학부모 접근이 용이하게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서씨 아들은 결국 다니던 어린이집을 그만둔 채 약 10개월간 집에서 요양했고, 현재까지도 인천아동복지전문기관에서 심리치료를 받는 중이다. 서씨는 "늘 얘기만 하다가 흐지부지 되고 마는 탁상행정은 이제 그만하고,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을 통해 아이들을 지켜 달라"고 부탁했다. 

바쁜 딸을 대신해 손녀를 봐주던 최금자(60, 인천 남동구 구월동)씨도 지난해 9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세 살 손녀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부터 음식물을 뱉어내고, 음식섭취를 거부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최씨는 아동학대를 의심했으나, CCTV 등 증거를 찾지 못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 선 최씨는 "이 애들은 나라의 귀한 재산"이라며 "어떻게 함부로 아이들에게 손을 댈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참가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이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최씨는 손녀 김양에 대한 아동발달센터의 소견서를 꺼내 보여줬다. 여기에는 손녀 김양이 '외부 스트레스로 인한 분리불안'과 '섭식장애' 등 증상을 보여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부모와 함께 참석한 어린이들이 '동생들을 때리지 마세요'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동생들을 때리지 마세요" 부모와 함께 참석한 어린이들이 '동생들을 때리지 마세요'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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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가 "아동학대 NO!!"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한 어린이가 "아동학대 NO!!"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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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보다 귀한 동생들을 때리지 마세요"

7세, 9세 자녀 손을 잡고 나온 김민정(44, 인천 송도동)씨는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 아이들도 이 사건을 알더라, '황금보다 귀한'이라고 써달라고 해서 피켓 문구도 함께 썼다"고 말했다. 김씨 자녀들은 '황금보다 귀한 동생들을 때리지 마세요', '동생들을 사랑으로 안아주세요'라고 쓴 피켓을 들고 있었다.

또 다른 꼬마아이들도 '아동폭력 NO!!', '동생아 울지마, 선생님 때리지 마세요'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부모들 옆에 섰다. 아이들은 토끼와 곰 등 동물그림이 그려진 모자와 뽀로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추운 날씨 탓에, 집회 도중 하늘에서는 강한 바람과 함께 눈발이 휘날리기도 했다.

여기에는 30대로 보이는 성인 남자들도 40명 가량 참석했다. '네 살 아이를 둔 평범한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정석(36, 인천 송도동)씨는 "폭행사건 뉴스를 보고 지난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며 "언제까지 이런 일을 보고 있어야 하나, 이제 대한민국에서 '어린이집 폭행'이라는 글자가 영원히 지워지도록 정부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김씨의 구호에 따라 "정부는 보육교사 자격심사를 강화하고, 처우를 개선하라", "전국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라"고 함께 외쳤다. 집회는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날 집회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폭행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서명'도 함께 진행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전날까지 집계된 서명인 수만 3000여 명에 이른다. 주최 측은 "서명을 모아 이번 아동폭행 사건 피해가족에게 전달하고, 황우여 교육부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피해가족은 황 장관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통해 ▲ 가해자의 처벌과 해당 어린이집 운영 중지 ▲ 보육기관 CCTV 설치 및 장기보관 의무화로 법제도 개선 ▲ 보육교사 자격 강화 및 사전 면담제를 통한 자격검증 등을 요청했다. 

한편 인천지역에서는 오는 19∼20일에도 관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인천시 남동경찰서 정보과는 "19~20일 양일 모두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영·유아 폭력사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주제로 200여 명이 참여하는 집회신고가 돼 있다"고 밝혔다.

손을 꼭 잡은 남매가 어른들의 발언을 관심있게 듣고 있다.
▲ 손 꼭 잡은 남매 손을 꼭 잡은 남매가 어른들의 발언을 관심있게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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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열리는 송도 센트럴파크 입구에 마련된 서명대에 한 어린이가 앉아 놀고 있다.
 집회가 열리는 송도 센트럴파크 입구에 마련된 서명대에 한 어린이가 앉아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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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인천 어린이집 폭행 집회, #어린이집 폭행사건, #보육교사 구속, #센트럴파크 집회, #인천 부모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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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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