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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때 아닌 '선거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3월 11일, 사상 처음으로 실시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서다.  동시조합장선거는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대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실시되며, 1328명의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장을 한꺼번에 선출한다. 

조합장선거는 그동안 개별 조합별로 선거를 치러 온 탓에 잡음이 끊이지 않아 '돈 선거', '경운기 선거'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국민적 관심과 이해도 낮았다. 선거 관행을 바로 잡기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처음으로 전국 동시에 치러진다. 사상 첫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과정을 연속 보도한다. - 기자 말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는 지난 26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는 지난 26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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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11일 전국 1328곳에서 일제히 조합장 선거

2010년 인구 3천여 명이 사는 전남 신안 임자도가 발칵 뒤집혔다. 임자농협 조합장 선거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한 후보 5명 전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후보로부터 돈을 받거나 음식을 제공받은 조합원인 주민 1천여 명도 줄줄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전국에 보도된 이 사건으로 국민들은 '조합장' 선거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그 사건이 언론에 부각됐을 뿐, 전국 곳곳의 조합장 선거에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후보 난립으로 인한 과열양상을 빚어 금품살포, 조합비를 전용한 선물공세, 조합원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탈법이 난무했다. 조합장 선거가 '돈 선거','경운기 선거'라는 오명을 받아온 이유다.

전국조합장동시선거는 이 같은 조합장 선거의 폐단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세월호 참사에 온 국민의 눈길이 쏠려있던 지난해 5월 2일, 국회에서 통과된 단통법을 두고 한동안 논란이 일었다. 세월호 참사와 단통법 논란에 밀려 조용히 처리된 법안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아래 위탁선거법)'이다. 오는 3월 11일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제1차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조합장선거, 대한민국 4대 선거라 할 정도로 열기 뜨거워"

28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전국 농협·수협·축협·산림조합 1328곳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선거구 규모로는 지난 6·4지방선거의 전국 기초의원 선거구 1034곳보다 300곳 가까이 많다. 1328개 조합의 선거인(조합원)수는 280만 7249명으로 전국 농가인구 273만 명을 조금 웃도는 수치다.

조합별로는 농·축협 1117곳, 산림조합 129곳, 수협 82곳이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85곳으로 가장 많으며 전남 181곳, 경기 177곳, 경남 171곳, 충남 151곳 등 순이다. 서울 21곳, 부산 24곳, 대구 26곳 등 광역시에서도 142개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중앙선관위와 지역 선관위는 28일 기준 조합장 선거 입후보 예상후보를 4천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3대1의 경쟁률로 6·4 지방선거의 평균 경쟁률 2, 3대 보다 높다. 지방선거처럼 전국 범위에서 4천여 명의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펼치는 셈이다.

전남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에서 우스갯소리로 조합장 선거는 '대통령·국회의원·지방선거와 함께 '대한민국 4대 선거'로 부를 정도로 선거 열기는 총선이나 지방선거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11일 치러지는 제1회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선관위는 입후보안내 설명회를 열고 있다.
 오는 3월11일 치러지는 제1회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선관위는 입후보안내 설명회를 열고 있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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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에선 이미 '과열'... 벌써 단속 건수 120여 건

선거는 이미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전국 조합이 1월 중하순에 집중적으로 여는 정기 결산총회는 치열한 '선거운동' 장소가 됐다. 현 조합장은 치적을 강조하며 조합원 표심 '붙들기'를 시도한다. 반면, 새로운 후보예정자들은 조목조목 따지며 조합원 표심 '흔들기'를 하며 갈등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벌써부터 금품살포도 등장했다. 충남 논산시 노성농협 조합장 후보 예정자는 조합원들에게 6000만 원을 살포한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전북 부안의 모 농협 조합장 후보는 다른 출마 예정자에게 "출마하지 않으면 1억 원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27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28일까지 중앙선관위는 조합장동시선거와 관련, 사전 선거운동과 금품제공 등 129건을 단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동시선거에서도 구태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위탁선거법'의 한계가 지적된다. 조합장 선거는 공직선거법이 아닌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후보를 알릴 수 있는 방법과 기간이 극히 제한적이다.

예비후보 제도가 없으며 후보자 본인 이외에는 누구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토론회나 연설회도 없다. 유권자가 후보자의 정보를 얻을 방법은 한 차례 투표안내문과 발송되는 선거공보가 전부다.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들은 오는 2월 24~25일 후보등록을 마치면,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2주간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정책선거 할 수 있도록 제도 보장해야"... 시민단체, 개정운동 나서

이 때문에 "자칫 후보들의 얼굴도 모른 채 투표할 수도 있다"는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와 "불공정한 '현직조합장 보호법'"이라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전남지역 B농협 출마예정자는 "깨끗한 선거를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 오히려 은밀한 금권선거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반드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첫 동시선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위탁선거법 개정운동에 나서고 있다. 전국농민총연맹과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는 지난 26일 조합장 동시선거와 관련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전국운동본부는 "선거법 개악으로 조합원의 알권리와 참여가 가로막히는 깜깜이 선거 속에 공안당국을 통한 처벌위주 선거관리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정책선거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후보자의 비전과 정책을 올바로 검증해 조합을 제대로 이끌 선장이 누구인지 제대로 판단하고 더 이상 돈으로 유권자를 사고파는 낡은 선거는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합장선거 관리 구호는 '돈 선거 추방'
제1회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범정부차원에서 대응한다. 동시조합장 선거는 '나와 가족을 위해 투표로 응원하세요'(6.4지방선거 표어)와 같은 그럴싸한 선거 참여 홍보 표어도 없다.

관련 기관들은 이구동성으로 '돈 선거' 척결 원년을 외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중앙선관위와 농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은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3개 중앙회가 참여하는 '공명선거추진협의회'를 구성 운영하고, 부정선거 추방을 위한 결의대회도 잇따라 열고 불법 선거운동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선거관리체제에 돌입했다. 선관위는 지난 20일 전국 시·도선거관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중점관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비공개 공정선거지원단'을 운영하고,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시스템'도 운영한다. 최고 1억 원의 신고포상금 지급한다.특히 '돈 선거' 특별 관리 지역 지정·운영 한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중앙회 등 3개 중앙회에 금융사고 집중점검을 요청했다. 조합장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위해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하고 유권자에게 선심성 예금금리를 제공했는지 등이 주요 점검대상이다.

한편, 이번 동시조합장 선거일은 2월19일에 공고되며 선거인명부는 3월1일 확정된다. 후보자 등록은 2월24~25일 이틀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선거운동기간은 2월26일부터 3월10일까지다.




태그:#전국동시조합장선거, #경운기선거,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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