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쿠바 선수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신시내티 레즈의 마무리투수 아롤디스 채프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 마이애미 말린스의 에이스 호세 페르난데스 등 쿠바에서 망명한 뒤 메이저리그 구단에 입단한 선수들이다.

이 흐름에 또 다른 쿠바 출신 내야수가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내야수 요안 몬카다는 17세에 쿠바 리그인 세리에 나시오날 출신으로 시엔푸에고스에서 데뷔했다. 2년 동안 타율 0.277을 기록했는데, 스카우팅 리포트에 의하면 로빈슨 카노(현 시애틀 매리너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몬카다는 쿠바에서 망명한 뒤 과테말라에 머물고 있으며 최근에 다수의 쿠바 선수들을 영입한 다저스도 스카우트를 파견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저스가 몬카다와 계약할 가능성은 낮다.

사실 메이저리그의 드래프트 대상 선수는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 졸업 예정 선수들이나 대학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지,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지는 않는다. 외국인 아마추어 선수들은 대개 구단과의 협상을 통해 계약과 입단을 추진하며 한국과 일본의 프로리그 출신 선수들은 포스팅 시스템이나 FA시장에서의 절차를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직전 시즌 순위에 따라 드래프트 지명권 순서가 정해져 있는 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서는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구단들도 상위 유망주들과 협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긴 한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입단에 있어서는 대개 계약금이 상당한 금액을 기록할 정도의 유망주 입단이기 때문에 자금이 넉넉하지 않으면 계약을 제시하기 힘들어지는 사례가 있다.

사실 국제 아마추어 선수 계약에 있어서 가장 앞서있는 구단은 다저스이다.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그 선수였던 재키 로빈슨을 데뷔시켰던 팀으로도 유명한 다저스는 아시아 선수시장을 개척하는 데에 있어서도 30개 구단들 중 가장 먼저 뛰어 들었다. 그리하여 1994년에는 한양대학교 선수이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대한민국)가 다저스에서 데뷔했고, 1995년에는 일본 프로리그 출신의 히데오 노모가 데뷔하여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다저스는 다양한 해외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적극적인 구단 중 하나였고, 현재도 해외선수 분포 비율이 상당히 높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을 영입하던 2013년에도 야시엘 푸이그와 계약금과 연봉을 포함하여 4200만 달러의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푸이그는 2013 시즌 중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까지 처졌던 다저스의 팀 분위기를 반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국 다저스는 전반기 마감일에 정확히 승률 5할을 맞췄고, 이후 폭발적인 상승세를 유지하며 메이저리그 6개 지구 중 가장 먼저 지구 우승을 확정한 팀이 되었다.

이에 다저스는 쿠바 선수에 대하여 더 큰 기대를 갖게 되었고, 이후 내야수 요원인 알렉스 게레로(총액 2800만 달러)와 에리스벨 아루에바레나(총액 2500만 달러) 등 다수의 선수들과 계약했다. 그러나 게레로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팀 동료의 이빨에 귀를 물어 뜯기는 바람에 경기 감각이 유지되지 않아 9월 확장 로스터 시기가 올 때까지 메이저리그에 승격되지 못했다. 부상선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백업으로 출전했던 아루에바레나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뉴욕 양키스와 함께 사치세를 지불하는 유이한 구단이 될 정도로 자금력을 갖고 있는 다저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몬카다 영입에도 나서려 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가 다저스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국제 아마추어 선수의 계약 금액에 제한선을 두고 있다.

이에 의하면 각 팀은 매년 7월 2일부터 다음해 6월 15일까지 1년 동안 국제 선수와 계약할 수 있는데, 이 금액에 제한선이 도입된 것이다. 또한 이 기간은 미국 내 신인 드래프트가 실시되는 기간이 제외된 것이다.

이 제한선에 의하면 각 팀은 1년 동안 70만 달러 씩의 계약금을 정하고,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은 허용되었다. 이 금액을 초과하여 계약하게 된다면, 초과분에 대하여 100% 과세를 징수하며 향후 2년 동안 국제 아마추어 선수와 30만 달러 이상 규모의 계약을 할 수 없다.

다만 망명 선수들인 쿠바 선수들의 경우 그들의 리그인 세리에 나시오날 출전 경력이 많으면 아마추어 대상에서 제외하여 계약에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들도 만 23세 이하이거나 5시즌 미만 경력의 선수인 경우에는 이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와 현재의 협약이 유지되는 2016년까지는 이 제도를 시행하며, 그 이후에는 국제 아마추어 선수 영입에 있어서 과도한 지출을 막기 위해 국제 선수 드래프트 제도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그런데 다저스가 고민하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이 제도의 도입 시기 때문이었다. 다저스가 푸이그와 계약할 때에는 이런 규정이 없었고, 1990년생인 푸이그는 이러한 제한 없이 만 23세인데도 대형 계약을 터뜨렸다. 그러나 만 19세인 몬카다와 계약하려면 푸이그의 계약 규모인 4000만 달러까지는 생각해봐야 하는데 그를 영입하게 된다면 향후 2년 동안 양질의 해외 선수를 영입하고 싶어도 구경만 해야 한다.

게다가 게레로나 아루에바레나가 투자한 규모에 비해 성장이 더딘 점도 다저스가 투자를 주저하게 하고 있다. 1986년생인 게레로는 만 28세가 되는 2015년에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는 참가할 수 있지만 개막 로스터 25명 자리에 들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아루에바레나는 아예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어 마이너리그 선수 신분이 되었다. 최근 2년 동안 계약한 쿠바 출신의 대형 선수 3명 중 성공적으로 안착한 선수는 푸이그 밖에 없는 셈이다.

또한 몬카다와 계약을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가 다저스의 25인 로스터에 살아 남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재 다저스의 로스터 구성을 따지면 올해에도 다저스 소속 쿠바 선수 중 주전이 확정된 선수는 푸이그 뿐이다. 다저스는 핸리 라미레스가 떠난 유격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지미 롤린스를 데려왔고, 2루수 자리에는 연고지 라이벌 LA 에인절스로부터 하위 켄드릭을 데려왔다.

백업 내야수 자리에도 저스틴 터너와, 다윈 바니가 버티고 있어서 게레로와 아루에바레나도 로스터 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제도에 따른 계약금 문제와 로스터 관리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다저스는 특급 유망주 몬카다가 다른 팀과 계약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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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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