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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라오스에 다녀왔다.

지난해 치앙마이 여행을 하면서 미얀마, 태국, 라오스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골든 트라이앵글에 갔다가 탈북자들의 탈북 경로를 듣게 됐다. 탈북 후 중국을 가로질러 골든 트라이앵글에 이르면 밤 중에 강을 횡단해 태국으로 입국을 시도하는데, 자칫 방향을 착각하면 미얀마나 라오스로 향하게 돼 북으로 압송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 라오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했다. 쫓기다 보니, 이번에도 결국 비행기 안에서 부랴부랴 라오스 관련 책을 뒤적였다. 

박재현 대사의 <사바이디 라오스>에는 1장 2단 3다 4무 5국 6성의 나라로 라오스가 소개돼 있다. 먼저 1장(長)은 세계 열 번째의 수량, 열 두 번째의 길이를 자랑하는 메콩강의 나라라는 것이다. 2단(短)은 평균수명이 53세로 짧고, 국민의 문자 해독률이 60%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3다(多)는 산, 종족이 많고 역사적으로 이민족의 침략이 많았다는 나라라는 의미다. 4무(無)는 바다, 철도, 우체부가 없으며, 공해가 없다는 것이다. 5국(國)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6성(聲)은 라오어는 6개의 성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라오스 동부 지역이 베트남의 호치민 루트로 사용되면서 미국의 무차별 폭격이 가해졌고, 이 때 투하된 폭발물의 30%가 여전히 불발탄으로 남아 있는 나라, 천연 자원은 많지만 인프라가 부족해 국민 경제 수준이 낮은 나라, 중앙선도 없는 도로를 수 시간 달려야 다음 여행지에 도착할 정도로 열악한 여정이었지만, 라오스 여행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누군가 라오스에 다녀오면 삶과 사람이 좋아진다고 조언했는데, 딱 맞는 말이었다. 

여행 중 현지 학교를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도착해보니 학교라고 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실정. 창고 수준의 허름한 건물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맞이해주셨다. 학용품과 과자 등을 준비했는데,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학생들은 물론 동네 주민이 모두 몰려 나왔다.

어느 어머니는 장애가 있는 자녀까지 업고 나오셨다. 학용품과 과자를 종류별로 나눠주는데, 아이들이 앞 다투어 못 받은 친구들을 끌어다가 선물을 받는 대열에 합류시켰다. 그런 정보를 차단할수록 자기 몫이 충분히 커질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는 이들이 없었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 도시이자 일찍이 금연 도시로 지정된 루앙프라방은 우리나라의 경주 같은 도시로, 매일 아침마다 열리는 탁발 의식은 사회적 연대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라오스의 주요 종교는 소승 불교로 아침마다 각 사찰의 스님들이 거리로 나오는데, 이 때 주민들은 스님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 공양한다.

공양을 받은 스님들은 거리의 고아들과 약한 이들에게 받은 음식을 다시 건네 주신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절대 굶을 일이 없는 공존의 시스템이 가난한 이 나라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가진 것을 내놓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의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청춘들이 많이 찾는 방비엥의 밤 문화는 더 인상적이었다. 밤 10시 즈음이 되자 샌드위치 등을 파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현지인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저녁이면 어른이든, 아이든 당연히 가정으로 귀가했다.

박재현 대사에 따르면 라오스 가정은 여전히 전통과 효를 중시하는데, 일례로 밥그릇의 가장자리는 밥이 마르기 쉬워 딱딱해지므로, '밥을 가운데에서 뜨는 것은 부모의 간을 빼어 먹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예절 교육을 중시한다고.  

한국에 돌아오니, 인성교육진흥법을 통해 학교에서 아이들의 인성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야심찬 발표가 있었다. 사회와 문화, 심지어는 가정까지 온통 경쟁과 승자 독식으로 채워져 있는데, 점수로 평가되는 학교의 인성교육으로 과연 인성이 개선될 수 있을까. 라오스에 다녀 온 지금, 오로지 '발전'을 향해 달려오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천자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라오스, #사바이디 라오스, #루앙프라방, #방비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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