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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어서 그런지 많은 일반 낚시터 중에 두 군데가 운영되고 있었고, 그 중에 한 곳이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많은 일반 낚시터 중에 두 군데가 운영되고 있었고, 그 중에 한 곳이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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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시작된 화천 산천어 축제가 오는 2월 1일 마무리 된다. CNN이 겨울철 세계 4대 축제로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축제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인구 3만여 명이 사는 작은 산골 마을 앞을 지나는 강물이 꽁꽁 얼면 그 얼음에 구멍을 뚫어 물 속에 있는 산천어를 잡아 올리는 축제가 산천어 축제다.

모두가 열광하는 화천 산천어 축제, 내 기억엔...

20여 일 동안 150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는 화천을 지난 28일 다녀왔다. 나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다. 화천산천어 축제 기사를 누구보다 열심히 써 올리는 신광태 기자에게 '트집거리'를 잡아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내게는 산천어 축제에서 경험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8년 전 친구들과 아무 준비는 없었지만, 큰 기대를 갖고 산천어 축제에 갔었다. 산천어를 잡아 회를 떠서 소주라도 한 잔 하자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는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도, 재미도 없이 돌아왔다. 산천어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고, 비싼 안주에 막걸리만 몇 잔 마시고 돌아왔다. 그래서 그동안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인구 약 3만 명이 사는 도시답게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산천어 축제는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받는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가 됐다. 그런 이유로 올해는 왠지 축제가 시작된다고 하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마땅한 일정이 잡히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러나 더 미루면 올해도 가지 못할 것 같아 할 일 접어두고 출발했다. 춘천에서 화천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전히 좁은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졌다. 가다보면 군 부대가 불쑥 불쑥 나타났다. 그래서 내가 '지금 화천에 가고 있구나'하고 순간 순간 실감할 수 있었다.

화천 읍내로 들어서자 산천어 축제를 알리는 홍보 현수막이 띄엄띄엄 걸려 있었다. 내가 사는 홍천에서 열리는 '꽁꽁 축제' 홍보보다 많이 모자란 편이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시내도 한산했다. 축제장 입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주차할 공간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축제장에서 멀찌감치 차를 세워두고 10여 분을 걸어 축제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북적북적, 즐거운 축제

산천어를 참 잘 잡는 아저씨였다. 마치 산천어와 통화라도 하듯 전화를 하다가 벌떡 일어나면 산천어가 올라왔다
 산천어를 참 잘 잡는 아저씨였다. 마치 산천어와 통화라도 하듯 전화를 하다가 벌떡 일어나면 산천어가 올라왔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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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면서 저만치 보이는 얼음 위 광경은 장관이었다. 족히 1km가 넘을 것 같은 강물 위에 산천어 낚시터가 펼쳐 있었다. 어린이 체험 놀이 시설이 중간 중간 있었고, 낚시터는 50m 길이로 제1, 제2 낚시터로 구분돼 10개 정도가 있었다. 그 중 두 군데 낚시터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지만, 너무 북적이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예약한 낚시터를 찾아 상류 쪽으로 올라갔다.

간이 먹거리 시설과 종합관광안내 부스도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다. 나는 특별한 용무는 없었지만, 괜히 관광 안내를 받고 싶어서 들어갔다.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는 시비 거리라도 찾고 싶었겠지만, 딱히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다. 화천 산천어 축제는 군청 공무원들이 기획하고 축제 기간에는 실제로 현장에서 축제 업무를 본다는 것이 사실일까 싶어서였다.

"산천어를 어떻게 해야 몇 마리라도 잡을 수 있나요?"

공무원은 아니었고, 아르바이트로 관광 안내를 하는 여성분에게 물었다.

"한 마리도 못 잡으셨어요?"

여성 분은 당황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막 왔다고 말했다.

"그럼 낚시터에 가시면 낚시 도우미님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이 방법을 잘 알려주실 거예요. 낚시터로 안내해드릴까요?"

여성분은 내가 안쓰러웠던지 더 환하게 웃으면서 눈 앞에 있는 낚시터로 안내 해주겠다고 말했다. 할 말이 없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도망치듯 나왔다. 화장실이 눈에 띄어서 들어갔다. 소변이 급한 것은 아니었는데,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라고 홍보하는 관광지의 청결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평일이어서 그런지 내 예상과 달리 너무 깨끗했다. 나는 떡볶이를 파는 간이 식당 앞에 섰다. 떡볶이는 3천 원이었고, 어묵은 천 원이었다. 어묵 국물과 떡볶이를 먹으면서 시시콜콜한 것들을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떡볶이가 너무 적은 거 아니에요?"
"그래요, 그럼 더 드릴게요. 남기시는 분들이 좀 있어서요."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나는 두 주걱이나 더 받아 겨우 다 먹었다.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네요?"
"오전에는 많았는데, 가실 분들은 갈 시간이고요. 오늘 오시는 분들이 지금 계시는 시간이거든요."

시계를 보니 두시를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얼른 낚시터로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물고기가 담긴 봉지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어디서 어떻게 잡아야 할 지 난감했다. 그래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정말 낚시 도우미 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이 눈에 보였다. 다가가서 물었다.

"낚시줄이 땅에 닿을 때까지 풀었다가, 오십 센티미터 정도를 올리세요. 그 위치에서 위로 낚시 줄을 잡아당겼다가 놓기를 반복하는데요, 올리실 때는 낚아 채듯이 하시고, 내리실 때는 천천히 내리세요. 미끼가 내려갈 때 산천어가 보고 덤비거든요. 그때 낚아채면 잡혀요." 

나는 도우미가 가르쳐준대로 낚시줄을 물 속에 담가 놓고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고기는 잡히지 않았다. 저만치 옆에서 나이 드신 아저씨는 십분 간격으로 두 마리나 잡아 올렸다. 그때 산천어를 실은 차가 도착했고, 도우미 아저씨들이 산천어를 받아와 얼음 구멍으로 넣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산천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 옆에 아저씨들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서너 분이 30여 분 동안 잡아 올린 산천어가 20여 마리가 됐다. 그동안 나는 한 마리도 못 잡았다. 그래서 정말 나만 왜 안 잡히지 싶어 바보가 된 기분이었는데, 그때 손에 잡힌 낚시 줄이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산천어였다. 그러고는 대략 십분 간격으로 잡히기 시작한 산천어가 한 시간 쯤 뒤 아홉 마리나 됐다. 

"아주머니 이거 가져가세요. 너무 잘 잡히니까 재미없네요."

화천읍내 선등거리 일부이다. 이 선등이 읍내 한복판에 380m 이어져 있다.
 화천읍내 선등거리 일부이다. 이 선등이 읍내 한복판에 380m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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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송고하는 신광태 화천군청 계장에게 전화해서 트집거리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천어도 너무 많이 잡아서 재미없다고도 했다.

"그럼 저녁에 선등 거리에 불이 켜지니까 구경하세요. 시내로 들어가시면 얼음으로 조각을 해둔 곳도 있고, 다양한 커피 맛도 한 번 보고 가세요."

얼음조각을 전시하고 있는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숭례문
 얼음조각을 전시하고 있는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숭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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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시간이 끝나고 만난 화천군청 신광태 계장과 얼음 조각을 구경하고, 선등거리에서 소주 한 잔한 후 헤어졌다. 선등 거리와 얼음 조각은 2월 말까지 운영한다고. 약 380m나 되는 선등 거리를 만드느라 화천 어르신들의 일거리가 많이 생겨난 것이라고 신광태 계장은 열을 올리며 설명했다. 화천 산천어 축제의 성공 뒤에는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고, 공무원들의 솔선수범하는 지역 봉사 정신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태그:#화천산천어축제, #겨울축제, #화천, #신광태기자, #선등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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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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