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아시안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이 개최국 호주와의 리턴 매치에서 연장 혈투 끝에 1-2로 아쉽게 패하며 무려 55년 만에 아시안컵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릴 기회를 또 다시 미뤘다.

31일(한국 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 차례 만났던 개최국 호주를 상대로 120분 혈투를 펼쳤으나 아쉽게 우승에 실패했다. 27년 만에 진출한 결승에서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A조 1위로 결승까지 진출한 대한민국과 개최국 호주는 다시 만난 결승전 초반부터 불꽃 튀기는 몸싸움을 펼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전반 1분이 지나면서 손흥민이 선제 공격 차 슈팅을 시도했지만 슈팅이 골대를 넘겼다. 전반 7분에는 호주가 대한민국의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프리킥을 얻었으나 슈팅이 골대를 넘어가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됐다.

전반 22분에는 김진수가 강한 태클에 걸려 넘어지며 프리킥을 얻어 냈다. 이어진 프리킥에서 곽태휘가 골문을 향해 헤딩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공이 골대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뒤이어 호주의 베테랑 스트라이커 팀 케이힐이 역습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김진현의 선방으로 막혔다.

전반 36분에는 김진현의 골킥을 받은 김진수가 크로스를 시도, 손흥민이 발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뒤이어 차두리가 8강전에서 보여줬던 폭발적인 드리블을 다시 선보이며 패스로 연결했지만 역시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반 40분에는 공을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과는 상관 없는 제이슨 데이비슨의 과격한 행동이 나왔다. 공이 없었기 때문에 데이비슨의 경고와 함께 패널티 킥이 아닌 프리킥이 주어졌다. 기성용이 프리킥을 시도하여 수비수의 키를 넘겼지만 골키퍼의 손에 들어가고 말았다.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대한민국은 호주의 공격에 허를 찔리고 말았다. 마시모 루옹고가 이를 놓치지 않고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공이 대한민국의 골대 그물을 흔들었다. 이리하여 대한민국은 AFC 아시안컵 무실점 행진을 아쉽게 마감하게 되었다(0-1).

후반전이 시작한 뒤 10분 정도가 지나서 대한민국은 이정협과 손흥민이 연달아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오히려 패스 도중 호주 수비수에게 차단을 당하며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수비수들의 재빠른 대처로 위기를 넘겼다. 대한민국은 후반 12분에 프리킥 찬스를 얻었지만 곽태휘가 헤딩한 공이 골키퍼의 손으로 가고 말았다.

후반 17분부터 호주는 케이힐을 주리치로 교체시켰고, 대한민국도 남태희를 이근호로 교체시켰다. 호주 수비수들은 카드를 받으면서까지 대한민국의 공격을 저지하다가 대부분의 수비수들이 한 장 씩의 경고 카드를 받았다. 호주는 후반 25분에 크루스를 트로이시로 교체했고, 대한민국은 박주호를 한국영으로 교체시켰다. 호주는 후반 28분에 프라니치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맥카이와 교체되면서 교체 카드를 모두 소모했다.

후반 38분 대한민국은 결정적인 프리킥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손흥민의 과감한 슈팅은 골대를 넘어가고 말았다. 대한민국은 1분 만에 다시 프리킥 찬스를 잡았지만 역시 실패했고, 트로이시의 역습을 받았으나 위기를 넘겼다.

경기가 그대로 끝날 수도 있는 분위기였지만 호주 선수들은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냈고, 대한민국은 끝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 당시 대전에서 열렸던 16강에서 후반 종료 직전에 이탈리아를 상대로 극적인 결승골을 넣어 연장 승부 끝에 역전승을 거둔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가 13년 만에 시드니에서 다시 일어났다. 대한민국은 후반 42분에 이정협을 빼고 김주영을 투입하며 총력전에 돌입했다. 추가시간 3분이 주어졌고, 대한민국은 끈질기게 공격을 시도한 결과 후반 46분 손흥민의 침착한 슈팅이 호주의 골대 그물을 가르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고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어갔다(1-1).

연장전으로 들어간 두 팀은 체력이 거의 다 소진된 상태에서 사투를 펼쳤다. 각각 선수 교체 3명을 모두 투입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교체 없이 넘어지면 일어나야 하는 필사적인 사투였다. 대한민국은 연장전반 10분에 중원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호주 수비수들은 몸을 던져가며 막아냈다.

연장전반 15분에 대한민국의 진영에서 두 팀은 또다시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호주의 트로이시가 골을 만들어냈다(1-2). 연장 후반에 접어들어 대한민국은 골키퍼와 1명의 수비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센터 라인을 넘어가서 필사적인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마지막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개최국 호주가 AFC로 편입한 후 첫 우승을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리하여 대한민국은 1956년과 1960년(대한민국 개최) 두 차례 챔피언에 오른 뒤 무려 55년 만에 AFC 아시안컵 챔피언에 오를 기회를 놓쳤다. 대한민국은 이란과 함께 아시안컵 역대 최다 출전국(13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안컵 역대 우승에서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공동 4위(2회)에 랭크되어 있다. 역대 최다 우승국은 4회 우승을 기록한 일본이다.

준우승으로 아시안컵은 끝났지만 슈틸리케 호는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다. 새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 번째는 A매치 성적을 통한 FIFA 랭킹 관리이다. 종전에는 월드컵과 아시안컵 대륙 대회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역대 대회 성적과 FIFA 랭킹을 함께 감안하여 조 추첨 톱 시드를 배정했다. 그러나 최근 대회부터는 역대 대회 성적과 무관하게 FIFA 랭킹으로만 톱 시드 배정권을 부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FIFA 랭킹(2015년 1월 8일 기준)은 69위이며 아시아에서 3번째에 불과하다(이란 51위, 일본 54위).

물론 대한민국은 이번 아시안컵 준우승을 통해 추후 발표될 2015년 1월 랭킹에서 어느 정도 향상된 점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컵에 우승했으면 우승 자격으로 2017년에 러시아에서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는데, 이는 월드컵 개최가 예정된 나라에서 개최 1년 전에 치르는 일종의 모의고사로 FIFA 랭킹에 반영되는 점수에서 아시안컵 본선과 똑같이 3배의 가중치가 주어진다. 대한민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2001년 한 차례 참가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이 다양한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FIFA 랭킹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향후 각종 국제대회 조 추첨 과정에서 다소 유리해질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톱 시드로 배정되는 유럽이나 남미의 강팀들을 피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조별리그에서 확실한 1위를 차지할 수 있고, 16강전 이후의 토너먼트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탑 시드를 얻으며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강호들을 조별리그에서 만나지 않았고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을 상대로 2승 1무로 조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개최국 어드밴티지가 없을 때 이른바 꿀대진을 얻기 위해서는 FIFA 랭킹 관리가 필수적인 것이다.

다행히 종전 대회 성적이 조 추첨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승 경력이 아직 없는 대한민국으로서는 FIFA 랭킹 관리만 잘 하면 향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는 셈이며 아시안컵에서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이에 따라 향후 지속적으로 대표팀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성공적인 세대 교체이다.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 시절 대표팀의 황금기를 경험한 선수들 중 이제 국가대표로 뛰는 현역은 없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차두리는 이번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

차두리는 2002년에는 공격수 교체 멤버로, 2010년에는 수비수로 두 차례 월드컵에 출전했는데 두 대회 모두 대한민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사례는 이 두 대회 밖에 없다. 또한 차두리가 이번에 아시안컵에 출전하게 되면서 대한민국은 무려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차두리가 대표팀에서 은퇴한다는 사실은 곧 2002년 황금 세대의 완전한 은퇴를 의미한다. 이제 2002년 월드컵을 TV 중계나 경기장 관람으로 본 선수들은 있어도 직접 뛰었던 선수는 없다. 대표팀 감독 울리 슈틸리케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철벽 수비 라인을 구축하며 결승전에 진출할 때까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제 차두리가 떠나는 빈 자리를 어떤 선수가 나타나서 완벽하게 메워줄 것인지,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을 보며 꿈을 꿨던 선수들이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수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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