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정현의 콘서트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박정현의 성량이나 기교가 방송으로 확인하는 그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수준임을 알게 될 것이다. TV로 전달되지 않는 묵직한 울림은 무척 강력하다.

덕분에 박정현은 최강의 라인업이었다는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시즌 1 멤버로서 경연을 펼치는 와중에도 단 한 번 7위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3위권 이내에 안착하며 평균 순위 1위로 명예졸업할 수 있었다. '<나가수>의 요정' '전교 1등'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확실한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박정현이 <나가수> 시즌 3에 등장했다. 명예졸업까지 한 박정현의 등장은 확실히 신선한 것은 아니었다. 박정현의 실력이야 명불허전이었지만 '재탕'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박정현의 무대를 보는 것은 분명 즐겁다. 그의 가창력은 이미 검증되어 있는 것이고 항상 실망스럽지 않은 무대를 보여주는 그의 성실함도 박정현에 대한 호감을 느끼게 한다. <나가수> 시즌 3에서 박정현은 '그대 떠난 뒤'를 제외하고는 1위 아니면 2위를 차지했다. 총 다섯 번의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무려 3번이다. 이쯤 되면 '마음만 먹으면 1위'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프로그램 이름을 <나가수>가 아니라 '박정현을 이겨라'로 해야 한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나가수>의 시청률은 첫 회 6%(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한 이후 점점 하락해 4.3%까지 떨어졌다. 결코 만족스럽지 않은 수치다. 문제는 이 수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애석하게도 <나가수>의 라인업에 있다.

사실 가창력이라는 것을 어떤 잣대로 놓고 평가할 수는 없다. 무조건 고음과 성량으로만 평가할 수도 없다. 그러나 <나가수>에 나오는 가수들이라면 '경연 형식에 맞는' 가창력을 요구받는다. 여기에 이제껏 쌓아온 명성도 더해지면 더욱 좋다. 한마디로 '<나가수> 형' 가수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나가수>의 성공 공식 때문이다. <나가수>는 처음부터 '최고의 가수들을 섭외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집중도와 긴장감을 높였다. 누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쟁쟁한 가수들의 경연은 그 자체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긴장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더 큰 긴장과 자극을 원했다. 처음 라인업이 너무나도 쟁쟁했기에 다음 가수에 대한 기대감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부 가수들에게는 '<나가수>에 나올 급이 아니다'라는 비난마저 쏟아졌다. 그러나 차라리 이때가 나았다. 그 때는 적어도 <나가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즌 1과 시즌 2를 이어오면서 <나가수>에 나올 수 있는 가수들은 대부분 출연했고, 이제 어떤 가수가 나와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일은 어렵게 되었다. 더군다나 관록있고 실력있는 가수들이 단순히 청중평가단의 투표로 순위가 매겨지고 탈락하는 광경은 이제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MBC <나는 가수다3>에 출연 중인 가수 박정현

MBC <나는 가수다3>에 출연 중인 가수 박정현 ⓒ MBC


<나가수> 시즌 3은 그런 문제점을 단 하나도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박정현은 이미 <나가수>로 얻을 수 있는 명성과 인기를 모두 얻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나가수>로 인정을 받을 만큼 <나가수>에서 성적이 나쁠 경우 박정현이 짊어져야 할 짐 역시 크다. MC까지 맡은 것은 박정현에게는 도전일 수 있지만 유려하지 못한 진행솜씨는 도리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박정현은 이 경연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나가수>는 애석하게도 단순히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가수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극대화 될 때만이 시청자를 불러 모을 수 있다. 이제 <나가수>에는 긴장감이 없다. 박정현의 실력은 돋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가수들은 가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정현이 일부러 평이한 노래를 부르거나 하차하기도 애매하다. 박정현이 하차하면 <나가수>의 정체성을 이어갈 가수가 보이지 않고 평이한 노래를 부르면 좋은 무대 마저 없어져 <나가수>를 시청해야 하는 이유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박정현의 존재는 <나가수>의 본질을 확인시키지만 동시에 <나가수>에 대한 실망감을 더 크게 만드는 계륵이 되고 말았다.

이는 <나가수>를 억지로 부활시킨 방송국과 제작진의 실책이다. <나가수>를 다시 부활 시키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예능에 걸맞는 또 다른 고민 없이 단순히 <나가수>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은 결국 4%라는 참담한 시청률로 나타났다. 가수들이 설 무대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나가수>의 긴장감은 이제 <불후의 명곡>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이 긴장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슬프게도 '충격적인 라인업'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 현재 <나가수>가 가고 있는 길에서는 유일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정현 나는 가수다3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