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일럿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요리 연구가 백종원

MBC 파일럿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요리 연구가 백종원 ⓒ MBC


2월 22일과 28일에 방영된 MBC 파일럿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것은 인터넷 상의 '1인 방송'을 TV 속 예능 프로그램으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 자신만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끌어 모은다는 '1인 방송'의 콘셉트를 과감히 예능 콘텐츠로 발전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의 관건은 사람들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느꼈던 재미가 있느냐는 물론, 그 속에서 가능했던 진행자와 시청자 간의 소통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으로 확장되었을 때도 가능한가에 달렸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여섯 개의 작은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외식 사업가 백종원, 방송인 김구라·김영철, 가수 홍진영·정준일·AOA 초아 등 총 여섯 명의 출연자가 그 속에서 각자 1인 방송을 하도록 했다.

이들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대하는 자세는 저마다 제각각이다. 시작 버튼을 누르지 못해 시작부터 어설픔을 드러냈던 정준일이 있는가 하면, 프로그램 중 옷을 갈아입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고군분투 며칠 동안 검색어 순위를 오르내리는 등 화제가 된 초아도 있다.

김구라는 최근 화제가 된 개인의 신상을 적나라하게 소개하는 동시에 '중년의 건강'을 화두로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초빙했고, 백종원은 외식 사업가로 알려진 그의 유명세 뒤에 가려진 셰프로서의 면모에 충실했다. '영어하는 개그맨'으로 이름을 날린 김영철은 역시 자신의 특기인 영어를 들고 나왔으며, 홍진영은 먹방부터 댄스 등 다종다양한 장기를 선보였다.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남긴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렇게 방영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남겼다. 무엇보다 1인 방송이라는 인터넷 방송의 특성을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문제다. 시작은 '창대하게' 여섯 명의 출연자가 여섯 가지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에는 백종원의 '요리'를 제외하고는 각 콘텐츠의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이 정규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각 출연자가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구라나 김영철의 방송은 그 자체로 재미있었고 심지어 유익하기까지 했지만, 정작 실시간 시청자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MBC 파일럿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AOA 초아

MBC 파일럿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AOA 초아 ⓒ MBC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1인 방송에 접근하는 시청자의 특성이 연령이나 관심 분야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트렌드가 되고 있는 '먹방'이나 아이돌의 민낯이나 망가짐만으로 관심을 끈다면, 결국 '인터넷 방송의 폐해'라는 자극적인 경쟁을 넘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인터넷 방송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시청자-진행자'간의 실시간 소통을 살려내는 점에 있어서도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숙제를 남긴다. 실시간 시청자의 반응을 전달하기 위해 제작진은 말 선이나, 접속 수에 따른 벌칙 등을 도입해 그 반응을 전하기에 고심한다.

하지만 진행자들은 다소 미흡했다. 백종원이 요리를 하면서 자신이 볶은 간짜장을 '아스팔트'라 지적한 시청자의 반응에 자연스레 반응한 반면, 초아 등은 그저 자신이 준비해온 것을 보여주는데 급급해 실시간의 '호흡'을 간과한 것이다. 

물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1인 방송을 도입, 예능의 새로운 영역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신선했다. 그 신선한 시도만큼 화제도 되었다. 하지만 첫 회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것과 달리, 2회에 이르러서는 결국 백종원의 '요리'만이 득세한 데다 마지막 즈음에는 모두가 콘셉트에는 손을 놓다시피 한 모습을 두고는 좀 더 다각적인 고민과 시도가 필요할 듯하다.

정작 인터넷 방송의 시조라 했던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에서 장기였던 '욕'을 버리자 평범해져 버렸고, 예능에서 입담으로 날렸던 김영철이나 홍진영은 고전했다. 요리라는 자신만의 장기와 평범한 1분 소개 시간에서도 진심을 끌어낸 백종원 같은 출연자, 혹은 단박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초아와 같은 출연자만이 화제가 되었다는 점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묘미이자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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