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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는 가히 '행복열풍'이다. 행복에 대한 말들이 넘쳐난다. 배고픈 시절을 지나 먹고 살만한 시대로 접어들면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높아진게 하나의 원인이겠다. 그러나 커지는 행복에 대한 담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지수(63.22)는 OECD국가의 평균 행복도(71.25)는 물론 세계 평균(64.06)보다 낮다(2007년). 행복을 갈망할수록 행복과 멀어지는 아이러니.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는 어떻게 행복으로 가는 길에 다다를 수 있는가.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어쩌면 불안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행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희망찬 미래', '꿈꾸는 청춘', '긍정적인 마인드'와 같이 쏟아지는 말의 이미지들 안에는 '오늘 보다는 내일이 행복할거야'라는 막연하고 견고하지 못한 가설이 있는게 아닐까. 주지하듯이 발화된 '행복'의 양만큼 우리는 행복을 느끼고 살지 못한다. 그러니 허약한 가설을 등에 업고 행복으로 가는 길은 요원할 것이 아닐까. 

이에 철학자 버런트 러셀은 <행복의 정복>에서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말로써 휘발되는 행복이 아닌 삶에서 구현되는 행복을 설파한다. 그는 먼저 현대인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개인과 사회적 맥락에서 파헤치고, 참다운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독자의 손을 잡아 이끌어준다. 하루에 3000단어를 구사해 글을 쓴다는 러셀은 98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철학,과학,교육 및 종교를 아우르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이 책은 러셀의 지식체험이 오롯이 녹아든 행복 지침서이다. 

불행하다면 그 뿌리를 찾는 것이 먼저일 테다. 러셀은 문명화 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치열한 경쟁과, 권태, 정신적 피로, 질투 등에서 찾는다.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개인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라든지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있는데 뭘 그러는가'라는 식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고 개인을 뛰어넘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읽어낸다. 그 중에서도 감성과 지성을 포기하고 의지만을 지나치게 키우는 경쟁의 폐해에 대한 지적은 날카롭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또한 어떤 개인이 단독으로 막아낼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 문제는 삶이란 승자만이 존경받는 승부요, 경쟁이라는 일반화된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쟁의 철학은 의지만을 과도하게 발전시키고 감성과 지성을 쇠약하게 만들었으며, 경쟁의 철학을 자신의 본성에 가장 적합한 철학으로 택했다." (p.60)

'경쟁'에 따른 파급으로 인간의 신경은 날로 피로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피현상으로 쾌락을 추구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은 자명한다.

"결국 여가의 경우도 끊임없는 가속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그 종착점은 마약복용과 탈진상태가 될 것이다."(p.62)

레셀이 강조했듯 행복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가 건전하고 균형 잡힌 삶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나는 불행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노력하기만 하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이 책을 썼다."_저자서문

당연히 행복해지기 위해 개인의 노력은 필요하다. 러셀은 행복을 위해 열정을 간직하고 인생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지진을 만나면 새로운 경험을 했음에 즐거워하고 그 덕분에 세계에 대한 지식이 늘어났다라며 즐거워 하는'사람이다.

열정을 잃으면 재미를 잃게 되고 재미를 잃으면 행복은 멀어지게 된다. 러셀은 여러 분야의 폭넓은 관심이 튼튼한 인생으로 가꾸어준다고 강조한다. 폭넓은 관심은 세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균형감각을 길러주며 자신의 일에만 지나치게 빠져드는 극단주의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이는 삶을 바라보는 거시적인 안목과 어떤 운명을 살아도 깊은 본질에 있어서는 늘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결국 '균형잡힌 행복'은 나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질병, 빈곤, 악의로 가득찬 세상에서 불행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것. 이때 필요한 것은 행복을 찾아내는 열정과 용기이며 다른 대상을 폭넓은 관심으로 인생과 세계를 관조하는 정신을 기르는 것임을.

"인간의 생명은 하잘것없지만, 인간 개개인의 정신에는 우주안에 존재하는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이 집약되어 있고, 세계를 반영하는 정신을 가진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만큼 위대한 존재이다"(p.244).

바로 행복으로 가는 길은 거대한 우주 속에서 사는 미미한 인간의 첫발로서 시작된다. 기를 쓰고 살아도 좀처럼 행복해지지 않는 이에게 이제는 고개를 들어 깊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 볼 것을 권한다. 한 손에는 이 책을 들고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행복, #버런트러셀, #불행, #미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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