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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겨울, 대학가는 술렁였다. 고려대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붙인 대자보가 시작이었다. 대자보는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이후 전국 대학교에 대자보 붙이기 열풍이 일었고 SNS를 달궜다.

1년이 더 지난 지금 대자보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당시 대자보를 썼던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이화여대, 한양대(가나다순) 5개 대학의 정치외교학부 학생들이 '행동하는 대학생'을 표방하며 연합동아리 '여정'을 만든 것이다. 총 58명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여정은 단순히 학과공부뿐만 아니라, 대학생이 생각하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동아리다.

여정의 1기 대표 황재림(서울대 정치외교 4학년)씨는 "안녕들 하십니까 사건 이후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며 "여정은 단순히 학회가 아니라, 영국의 페이비언 협회를 목표로 점진적 사회 개혁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여정'의 행보를 지켜봐 주세요!
▲ 강의를 진행한 황재림씨 '여정'의 행보를 지켜봐 주세요!
ⓒ 이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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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방학 동안 여정은 발칙한 상상을 했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힘을 보태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대학생들만의 힘으로 청년이 원하는 헌법을 구상해 본 것. 여정은 현실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청년이 바라는 이상적인 개헌을 논의했다.

황 대표는 여정의 논의 결과를 '청년이 만든 새 헌법'이란 제목으로 지난 20일 발표했다. 다준다연구소(소장 이동학)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신촌대학교(준) 제1강의실에서 진행되었다.

대학생들이 생각한 개헌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국회의원이 500명이라면? 대학생들이 생각한 개헌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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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의원, 늘리면 안돼?

"국회의원이 최고 500명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파격이었다. 여정은 국회의원 수를 현실에 맞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총 300명으로, 의원 한 명당 국민 16만 명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인구수와 민주주의 수준이 비슷한 스페인은 의원 한 명이 7만 5천 명,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0만 명의 국민들의 대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회의원 수가 적다는 것. 또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이룬 국가들은 의원 1인 당 국민 10만 명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었다. 진짜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주고 욕을 하더라도 하자는 것.

소수자 보호 위한 이슈중심 양원제

"새로운 국가의 국회는 양원제가 옳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정된 양원제'를 제안합니다."

여정 측은 국회 구성도 우리나라와 같은 단원제가 아닌, 미국처럼 상원과 하원으로 나뉜 양원제를 제안했다. 이는 현재 국회의 구성이 민심을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단원제보다 의사결정을 신중하게 할 수 있는 양원제를 도입하되, 미국처럼 지역(주)이나 영국처럼 신분(귀족)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이슈를 대변하는 상원의원을 뽑자는 것이다.

국민적 조사를 통해 상원에 반영되야 할 이슈 100개를 정하고, 이를 상징하는 인물들을 상원에 넣자는 것. 이를테면 트렌스젠더의 인권을 상징하는 하리수가 들어갈 수도 있고, 게이를 대변하는 홍석천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관련 법안에 대해서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소수파의 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상원이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가 2년마다 상원을 구성할 '이슈'들을 공개적으로 모집한다. 그 다음 주민투표를 통해 10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주제들은 상당한 민의를 대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주제를 제안한 사람이 상원에 참여해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강의에 참석한 청중들은 "참신하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학생 때 개헌을 상상해본 것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논리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 대표는 "앞으로 여정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의 취지를 잊지 않고, '함께하는 정치, 행복한 사회'를 이루도록 행동할 것"이라 밝혔다.

덧붙이는 글 | 다준다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됩니다.



태그:#다준다연구소, #개헌, #여정, #헌법, #안녕들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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