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밤 10시경, 저절로 올라가는 셔터 문을 보며 내 몸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 우리 사무실 창고 문 밤 10시경, 저절로 올라가는 셔터 문을 보며 내 몸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 김승한

관련사진보기




"철컥, 쿠구궁……. 끼~익! 윙~"

난 지금 도저히 믿지 못할 광경을 보고 있습니다.

2012년 4월 중순 밤 10시께, 사무실에서 야근 중이었는데 갑자기 묵직한 저음의 기계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쇳덩이가 날카로운 송곳에 긁혀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책상이 살짝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사무실(2층)을 나와서 1층으로 내려가는데…….

헉!

​저절로 열리는 창고 문, 공포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정말 믿을 수 없었습니다. 거짓말처럼 1층 물류창고의 셔터 문이 저절로 올라가고 있는 겁니다. 아까 퇴근시간 지나서 6시 30분께 분명히 셔터 문을 내리고 옆문도 잠갔는데...

올라가는 문 아래로 칠흑 같은 어둠이 보입니다. 그 어둠은 나를 향해 점점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머리칼이 쭈뼛 서고 심장이 마구마구 뛰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셔터는 끝까지 올라가더니 '쿵' 하고 멈춥니다. 이내 조용해집니다. 열린 창고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두운 공간에서 나를 무참히 찢어 삼킬 것 같은 차가운 바람이 스쳐갑니다. 긴장된 마음을 억누르고 계단을 마저 내려갔습니다. 차마 창고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바깥에서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금방 수백 마리 박쥐떼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 꼭 이런 분위기에서 누군가 둔기로 뒤통수를 내려치는 장면이 나오던데….

나는 뒤를 여러 번 돌아보며 천천히 창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누가 있는 걸까? 앵글로 쌓아올린 상품들 사이 통로를 하나씩 점검했습니다. 제일 안쪽에 있는 화장실 문도 열어봤지만 인기척이 없습니다. 오로지 들리는 건 창고 안팎으로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내가 끌고 다니는 슬리퍼 소리. 난 불을 끄고 셔터 문을 내린 다음 떨리는 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2층 사무실로 올라왔습니다.

다음날 난 여직원과 실장님에게 어젯밤 일을 얘기해 주었죠.

​"에이, 장난치지 마세요."
"거짓말 하지 마! 왜 사람 놀라게 그래. 내일부터 여기서 자야 하는데."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진지하게 어젯밤에 보았던 장면을 그대로 실감나게 이야기 해 주었죠.

"어머! 무서워요. 차장님. 귀신이 있는 거 아니에요?"
"뭐? 아니 김 차장! 무슨 소리야! 셔터 문이 저절로 올라가다니!"

글쎄요. 이유를 알면 제가 이렇게만 얘기를 했을까요? 저도 모릅니다. 이 이상한 일은 제가 울산에 내려와 사무실을 오픈한 지 보름쯤 그러니까 3년 전이군요. 2012년 4월 중순경 일입니다. 회사에서 발령을 받아 울산에 온 저는 당분간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했습니다.

1층은 창고, 2층엔 사무실이 세 개인데 사무실 하나를 개조해서 전기장판이랑 담요 등을 가져와 내 방처럼 꾸몄습니다. 업무가 끝나면 그 방에서 TV도 보고 영화도 보다가 잠을 잤습니다.

그날 밤도 밀린 일을 하느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죠. 그런데 1층 창고의 커다란 셔터 문이 저절로 올라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원래 셔터 문을 열기 위해서는 옆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가 셔터기를 작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잠겨있는 창고의 문이 스스로 올라간 거죠.

머리가 쭈뼛 서고 손에 식은땀이 묻어났습니다. 평소 공포 스릴러나 심령 영화를 좋아하는 저는 무서운 장면이나 남들이 이해 못 하는 이상한 상황도 그냥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나 한밤중 택지 개발지구 한복판에서 벌어진 그 순간은 나를 숨 막히는 공포감에 몰아넣었습니다. 그날 밤 나를 향해 입을 벌리던 어둠의 공간은 며칠동안 머릿속에 맴돌았죠.

다행히 다음날 직원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 줄 때는 평소 제 모습처럼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습니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노라고. 다른 직원들은 웬일이냐며 무섭다고 합니다. 그런데 셔터 문이 저절로 올라간 현상은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공포 스릴러 영화에서 나올 법한 '폴더 가이스트(이유 없이 물건이 스스로 움직이거나 파괴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는 초자연적 현상)' 현상은 이후 우리 사무실에서 계속됐습니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더 다양한 형태로 말입니다.

반복되고 심해지는 이상한 현상, 정말 귀신이?

2012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라 휴무였습니다. 저랑 실장님만 근무를 하고 있었고요. 휴일이니 창고 문도 닫아놓고 있었죠. 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잠깐 편의점에 들를 일이 있어서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1층 창고는 잘 닫혀있었습니다. 그런데 편의점을 다녀와서 창고를 본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창고 문이 또 올라가 있는 겁니다. 문은 잠겨있는데 셔터 문이 올라간 거죠. 나는 얼른 올라가 실장님에게 여쭤보았습니다.

"실장님! 실장님이 1층 창고 문을 열어놓으셨나요?"
"아니!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무슨 소리야?"

"아까 제가 편의점 갈 때는 분명히 닫혀있었는데 지금은 열려있어서요. 실장님이 열어놓으셨나 했죠."
"나 아냐.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내려가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실장님이 보는 데서 ​옆문을 열쇠로 열어보고는 셔터 문을 내렸습니다. 실제 이 현상을 겪고 나니 실장님도 무섭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주로 사무실에 혼자 있을 때 기이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화장실 문이 여닫히는 소리, 자동문이 스르르 열렸다 닫힙니다. 슬리퍼 질질 끄는 소리, 기침소리. 사람들이 두런두런 대는 소리 등
▲ 왼쪽은 화장실 오른쪽은 사무실 입구 자동문 주로 사무실에 혼자 있을 때 기이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화장실 문이 여닫히는 소리, 자동문이 스르르 열렸다 닫힙니다. 슬리퍼 질질 끄는 소리, 기침소리. 사람들이 두런두런 대는 소리 등
ⓒ 김승한

관련사진보기


매주 금요일 오후, 나는 집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기 때문에 오후 3시 정도면 사무실을 비웁니다. 그러면 퇴근시간까지 여직원이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거죠. 2012년 5월 초 금요일,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급하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차장님! 무서워 죽겠어요. 사무실 자동문이 저절로 열려요. 그리고요 화장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도 나고요.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도 나요."
"진짜? 정말로 그래?"

나는 여직원에게 전화기를 착신시키고 일찍 퇴근하라 일렀습니다. 겁에 잔뜩 질려 더 이상 혼자 있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월요일에 출근한 여직원은 내가 퇴근한 이후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혼자 있는데 문이 여닫히는 소리,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 게다가 사무실 자동문도 저절로 열렸다 닫히고. 여기에 뭐가 있는 거 아니냐고 말입니다.

사실 난 4월 말부터 이런 모든 현상을 알고 있었습니다. 직원들 다 퇴근하면 어차피 다음날 아침까지는 나 혼자 있는데 모를 리가 있을까요? 그냥 말을 안 했을 뿐이죠.

그런데 이상한 건 사무실에 두 사람 이상 있으면 여간해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무섭다거나 이런 건 없었는데 정말 궁금했습니다. 이게 무슨 현상인지. 그로부터 며칠 후 내가 집에 다녀오느라 실장님 혼자 사무실에서 주무신 날이었습니다.

"김 차장, 나 어제 무서워 죽을 뻔했어. 아니 밤에 일하고 있는데 지난번처럼 창고 셔터 문이 저절로 올라가고 사무실 자동문도 슬쩍 열렸다가 닫히는 거야. 사무실 옮겨야 되는 거 아냐?"

실장님이 흥분하며 말씀하십니다. 도대체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무서워서 여기서 못 자겠다고. 다른 직원들은 고사라도 지내야하는 거 아니냐며 말을 거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여직원과 실장님 말처럼 사무실 문도 스스로 열렸다 닫히곤 합니다. 화장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나 문이 쾅 닫히는 소리 외에 사람들이 두런두런 대는 소리, 기침 소리, 슬리퍼 끄는 소리 등 전 다양한 소리를 들었죠. 흥미로운 건 이런 현상이 주로 혼자 있을 때, 그리고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할 때 더 심하다는 겁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사무실이 있는 울산 울주군 택지 개발 지구는 황량함! 그 자체였습니다. 2층짜리 우리 사무실과 바로 옆에 있는 창고 겸 사무실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죠. 그렇다고 옆 사무실에서 나는 소리냐고요? 옆 사무실은 보통 6시, 늦어도 저녁 7시 전에 퇴근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무실은 50m가 떨어져 있습니다. 나머지는 100m 이상 떨어져 있고요. 그야말로 외딴 섬이죠. 게다가 7시나 8시쯤 산책하러 나가면 택지 개발 지구는 인적이 전혀 없습니다. 을씨년스럽다 못해 가끔은 '죽은 자의 도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던한 나, 귀신이든 유령이든 상관없다​

3년이 흐른 지금은 그나마 몇 개 업체가 입주해 있지만,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휑하게 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물류 창고라 근무하는 직원도 많지 않고 사무실도 기껏해야 컨테이너를 개조한 것들 뿐입니다. 차량도 어쩌다 화물차와 택배차량 정도만 지나가죠. 그나마 도로는 잘 정비가 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땅은 잡초만 우거져 있습니다. 퇴근시간이 지나면 그야말로 공동묘지 분위기입니다.

이 소문은 서울에 있는 본사에까지 소문이 났나 봅니다. 가끔 서울 직원들이 전화로 물어옵니다.

"거기 귀신이랑 같이 주무신다면서요? 별일 없으세요?"
"예, 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좀 시끄럽긴 하지만 잘 만 해요." 

우리 사무실은 울산시 울군군의 택지개발지구입니다. 3년 전보다 입주업체가 늘어나긴 했지만 저녁 6시만 넘으면 그야말로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 사무실 근처 전경 우리 사무실은 울산시 울군군의 택지개발지구입니다. 3년 전보다 입주업체가 늘어나긴 했지만 저녁 6시만 넘으면 그야말로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 김승한

관련사진보기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나는 이런 현상들에 좀 무감각한 편입니다. 창고 문이 올라가는 것을 본 첫 날 밤엔 온몸에 전기가 통한 듯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이후론 그냥 그런가보다 했죠. 한밤중에 자동문이 스르르 열려도,​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나도, 화장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나도 잠만 잘 잤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나중엔 거래처 직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 사무실로 팩스를 보내면 어떤 여자가 전화를 받는 답니다. 그리고는 "여보세요. 여보세요"하다가 그냥 전화를 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우리는 거래처 직원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거기 팩스번호가 000-0000 이 맞나요?"
"여직원이 바뀌었나요?"

이런 확인전화를 여러 번 받았죠. 거래처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여직원은 정말 무섭다며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다니냐고 하소연도 했습니다. 그러고는 나보고 이렇게 무서운데 어떻게 밤에 혼자 잘 수 있느냐고. 귀신하고 친구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합니다.

​"뭐, 어때? 귀신이면 같이 놀지 뭐."

나중에 1층 창고 문이 저절로 열리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전기 배선에 문제가 있던 거였습니다. 사무실 주인에게 연락해서 ​수리를 좀 했죠. 2층 사무실의 자동문도 아마 바람이 많고 비가 올 때 더 자주 열리는 것으로 봐서는 센서가 민감하게 작동해서 그런 것 같고요.

그렇지만, 갑자기 문이 여닫히는 소리나 화장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 슬리퍼를 질질 끈다거나 사람들의 기침소리 혹은 두런두런 대는 소리 또 팩스신호에 묘령의 여자가 받고 끊는 현상 등 나머지는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혼자 있을 때, 더 심하다는 거! 정말 왜 그럴까요?

지난 주, 울산에 비가 왔습니다. 밤에. 역시나 자동문이 스르르 열리고 다시 닫힙니다. 가끔 셔터문도 오르락내리락합니다. 그리고 옆방에 누구 있는 듯 한 기침소리와 두런두런 대는 소리! 누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았는지 물도 내립니다. 내게는 매일 있는 일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합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예민하며 순간순간 반응을 보여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론 이렇게 둔감하게 사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빠르게보다는 느리게 살면서, 겨울너머 봄의 초입에 새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하루하루 신기해했던 젊은 날의 내 여유처럼 말입니다.

누구는 택지개발지구가 예전에 공동묘지였다는 얘기도 하네요.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우리가 딛고 있는 이곳은 옛날, 그 옛날보다 더한 옛날에 누가 죽어서 묻혔던 자리일 수도 있고 동물들의 집단 무덤일 수도 있지 않나요?

1만 년이 채 되지 않은 인류의 역사지만, 그 안에서 억울한 사연을 가지고 죽어간 사람들이 내 집터에 묻혔을지 회사 앞마당에 누워계실지 누가 알겠습니까? 이유가 없는 결과는 없듯이 이런 현상도 뭔가 원인이 있겠죠. 단지 우리가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책임을 초자연적 현상으로 돌려 스릴을 느끼려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거짓말같은 이야기> 응모글입니다.



태그:#폴더가이스트, #셔터 문, #저절로 열리는 문
댓글3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