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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국세청의 세금 관련 사이트가 '홈택스'란 이름 아래 통합되었다. 현금영수증 사이트, 이세로 등 흩어져있던 사이트를 단순히 하나로 모은 수준이 아니다. 이용 체계 자체를 뜯어 고쳤다. 새롭게 변했으니 기존의 틀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 물론, 어느 정도 학습의 시간은 필요하니 이는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달 넘게 지난 지금도 홈택스 관련 문의는 넘치는 모양이다. 126+1이 홈택스 관련 전화번호다. 지난 26일, 오후 3시에 전화를 걸었더니 대기 순번이 31번째였다. 한참 기다렸는데도 전화는 연결되지 않아, 결국 끊어야했다. 홈택스 사이트 메인 화면을 보니, 콜센터가 폭주하니 인터넷 상담을 이용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불편함, 과연 어느 정도일까?

나도 한 달 전쯤 세금 관련 증명서가 필요해서 개편 이후 처음으로 홈택스를 방문했다가 적잖이 애를 먹었다. 회원가입에 번번이 실패하다 결국은 세무대리인을 통해서야 겨우 서류를 접수했다. 그때는 이건 개편이 아니라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 교체한 것 같다란 느낌이 들었다. 사용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누군가 해킹한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3시간을 매달렸는데도 회원가입조차 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한 달여의 시간 동안 국세청도 많은 수정과 보완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용편의성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얼마 전 현금영수증 카드를 새로 발급받았다. 현금영수증 카드를 사용하려면, 수령하고 나서 홈택스나 전화로 등록해야 한다. 등록을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 이 과정은 필수다. 홈택스 홈페이지를 이용해 카드를 등록해 보기로 했다.

홈택스로 들어가 로그인을 한다. 메인 화면이 나온다. 자, 어디로 들어갈까? 보이는 바와 같이 메인 화면의 메뉴 분류를 보면 '무엇을 할 것인가(현금영수증 업무인가요? 세금관련 업무인가요?)'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조회/발급/증명/신청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행위별 분류가 되어 있어 그 틀 자체는 단순하고 명쾌해 보인다. 하지만 과연 내가 하려는 작업이 저 중에서 어떤 분류에 들어가는지 쉽게 알 수 있을까?

행위별 분류. 내가 하려는 일이 어디에 속해 있을지 알기가 쉽지 않아 여기저기 들락거리게 된다.
▲ 홈텍스 메인화면 행위별 분류. 내가 하려는 일이 어디에 속해 있을지 알기가 쉽지 않아 여기저기 들락거리게 된다.
ⓒ 강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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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 나는 지금 현금영수증 카드를 등록하려고 한다. 어떻게? 등록하려고 한다. 등록. 등록 메뉴가 있나보자. 없다. 차라리 항목별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현금영수증이면 현금영수증, 세금이면 세금으로 분류되어 있다면 일단 그 메뉴에 들어가서 뒤집고 파 보면 답이 나오겠지만 행위별 분류라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부터 막막하다.

등록과 유사한 '신고/납부'를 클릭해본다. 현금영수증이나 등록에 관련된 내용은 없다. 다시 메인화면으로 돌아온다.

등록과 신고는 다른 모양이다.
▲ 홈텍스 신고납부 메뉴 등록과 신고는 다른 모양이다.
ⓒ 강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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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신청/제출'이다. '현금영수증전용카드 신청'이란 항목이 보인다. 반갑다. 차례대로 클릭하는데 '삭제' 버튼과 맞닥뜨렸다. 이건 뭐야. 잘못 들어왔다. 그래도 단서를 찾았으니 샅샅이 뒤진다. 하단의 작은 글씨를 읽어보니 '소비자 현금영수증 발급수단 입력'이란 문구가 보인다. 거기서 등록하면 된단다. 그럼 그 메뉴는 또 어디서 찾지?

현금영수증 항목이 있기는 하지만 신청과 제출은 등록과는 별개의 업무인가보다. 등록 과정은 없다.
▲ 신청/제출 항목 중 일부 현금영수증 항목이 있기는 하지만 신청과 제출은 등록과는 별개의 업무인가보다. 등록 과정은 없다.
ⓒ 강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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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메인화면으로 돌아왔다가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없다. 들어갔던 데 또 들어가 보고 나왔다가 또 들어가 보고 인터넷 문의도 해 보고 혹시나 해서 전화도 걸어봤지만, 연결은 되지 않는다. 그러다 한 번도 누르지 않았고 영 상관없을 것 같은 '조회/발급' 메뉴로 들어가 봤더니 현금영수증 항목이 보이고 현금영수증 발급수단'이란 메뉴가 있다. 감격!

찾았다! 현금영수증 발급관리수단 관리
▲ 조회./발급 메뉴 중 일부 찾았다! 현금영수증 발급관리수단 관리
ⓒ 강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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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는 데 45분이 걸렸다. 과거에는 10분이면 가능했을 일이다. 사이트 개편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수고라고 하기에는 홈택스 측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낯설게 개편했으면 부연 설명은 필수다. 뭐든 새로 시작하려면 오리엔테이션은 필수 아닌가? 시작은 이렇고 끝은 이러하며 개편 내용은 이러저러하니 등등 설명이 길어야 맞다. 그런데 홈택스에는 그런 설명이 없다. '바꿨음. 알아서들 쓰시길'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홈택스라는 사이트는 세금 전문가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일반인도 세무 관련 행정 업무를 편하게 처리하라고 만든 곳 아닌가? 그렇다면 더더욱 설명과 안내는 필수인데 그게 턱없이 부족하다.

좋다. 알아서 설명을 못해주겠으면 물어보는 데에 재깍재깍 답은 해줘야 할 것이 아닌가. 홈택스 전화는 먹통이 된 지 오래다. 나와 다르게 무한정 기다렸다가 연결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인원부족이 원인이겠지만, 개편을 했다면 이미 예측을 했어야 할 것 아닌가. 이는 개편 뒤 분명히 있을 불편수요를 계산에 넣지 않았거나 가볍게 본 탓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홈택스에 자주 들락거리는 사람들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쪽은 아니다. 세무대리인을 이용하기 벅찬 영세 자영업자들이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홈택스에 들어오는 것이며 일반 시민도 어떻게든 절세를 하겠다고 홈택스에 들어오는 거 아니겠는가. 부디 나의 시간을 아껴주는 쪽으로 홈택스가 변모해주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아날로그캠핑 블로그'에도 게재하였습니다.



태그:#홈텍스 , #누구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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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하면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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