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이하<착않녀>)와 MBC <앵그리 맘>은 수목드라마 1, 2위를 차지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착않녀>는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드라마다. 미니시리즈 답지 않게 가족극의 향기를 진하게 내뿜으며 중장년층 시청증을 잡아 끌어 시청률 1위 수성에 성공한 <착않녀>는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사실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품은 주인공들의 상처에 집중하며 그들이 그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주려 노력한다.

그중에서도 김현숙(채시라 분)의 이야기는 고등학교 때 받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이 녹아들어 있다. 김현숙은 고등학생 시절 퇴학당한 트라우마와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한 인물이다. 김현숙은 과거 외국 가수의 열성팬으로 콘서트 장에 갔다가 신문에 실리는 바람에 정학 처분을 받을 정도의 문제아였다. 공연을 보았다고 해서 방종과 타락이라는 단어로 한 학생을 매도하고 문제아 낙인을 찍는 학교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문제아 낙인이 찍힌 김현숙은 결국, 목도리 도둑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퇴학까지 당한다. 이런 사건의 중심에 교사 나현애(서이숙 분)가 있다. 과거의 일이지만 힘이 없는 학생이 당해야 하는 수모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현숙은 뒤늦게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그 상처를 극복하려 한다. 허나 여전히 나현애는 당당하다. 퇴학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탄원서를 들고 고등학교에 찾아간 김현숙을 위해 공청회까지 열렸지만 나현애는 김현숙이 최근 도박장에 갔었다며 김현숙을 처참하게 짓밟는다. 무려 김현숙이 처한 상황이나 이유등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행동의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드라마 속에서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한 장면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한 장면 ⓒ KBS


<앵그리 맘>속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학교 폭력과 왕따를 넘어서 성폭행과 자살이라는 사건까지 등장한다. 그 속에 담긴 비리는 단순히 학생들의 것을 넘어 어른들의 것으로 묘사된다. 결국 썩어있는 것은 단순히 학생들의 인성이 아니라 그들을 책임지고 있는 어른들의 세계다.

조강자(김희선 분)은 학교 폭력으로 실어증까지 걸리게 된 딸을 위해 고등학생이 된다. 그러나 조강자가 대항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아이들의 알력 관계가 아니다. 그들의 미묘한 갑을관계가 그들 부모로부터 나왔고, 결국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현실을 조강자는 마주해야만 한다.

조강자는 '도와준다'는 교사 박노아(지현우 분)의 말에 "이유 불문, 상황 불문. 언제나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되는 거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누가 강한 힘을 가졌는지 본다. 아이들은 아무도 지켜주지 않으니까 싸우는 것"이라며 "보호자가 보호자 노릇을 못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한다.

 MBC <앵그리맘>의 한 장면

MBC <앵그리맘>의 한 장면 ⓒ MBC


잔인한 것은, 조강자의 대사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꿰뚫지 못한다. 그저 문제없이 1년이 지나는 것이 목표고 그속에 멍들어가는 아이들은 방치된다. 오아란(김유정 분)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보라"는 도정우(김태훈 분)의 말에 "내친구는 내가 지킨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교사도 학교도 학생들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 교육계의 현실이다.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고, 그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다른 누군가를 괴롭힌다. 그리고 그런 누군가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착않녀>와 <앵그리 맘>은 '학교'라는 공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때로는 선생이 가해자가 되고 때로는 같은 학생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 이야기에 공감이 가기에 수십년전 과거에 대한 극복을 꾸꾸는 김현숙도,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학교로 가는 조강자도 공감이 간다.

드라마 속에서 그들은 학교가 때로는 지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 수십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교육의 현실에 누군가가 상처입지 않는 아이들의 공간에 대한 꿈은 여전히 드라마 속에서조차 로망에 불과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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