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시작으로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까지... 14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숱한 신화를 이뤄냈던 차두리(34, FC서울)가 오늘(31일) 뉴질랜드와의 A매치를 끝으로 국가대표팀을 떠난다.

슈틸리케호는 31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오세아니아 복병' 뉴질랜드와 한판 승부를 펼친다. 지난 2000년 이후 15년 만에 뉴질랜드와 맞붙는 한국은 이 날 완성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화끈한 공격축구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한국은 뉴질랜드를 상대로 5승 1무의 역대전적을 기록하고 있다. 피파랭킹도 56위로, 134위인 뉴질랜드에 비해 무려 78계단 앞서고 있다. 한국은 이 날 뉴질랜드와의 A매치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팀의 '맏형' 차두리를 떠나보낸다.

굿바이 차두리... 그의 빈자리 채울 수 있을까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연장 전반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키자 차두리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연장 전반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키자 차두리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차두리는 지난 2001년 11월, 세네갈과의 A매치로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었다.

대표팀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측면 공격수로 활약했던 차두리는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때부터 측면 수비수로 활약했다. 지난 아시안컵 결승전까지 총 75경기의 A매치를 소화하며 대표팀의 뒤를 든든하게 책임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날 뉴질랜드 전에 차두리를 선발로 내세울 계획이다. 아직 FC서울에서 현역선수로 뛰고 있는 만큼, 단순히 은퇴식만 치르는 게 아니라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를 치르게 해 그에 대한 예우를 표하겠다는 감독의 의중이 반영됐다.

차두리는 이 날 경기에 45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후 하프타임에 은퇴식을 치른다. 한편 강인한 체력과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그동안 국가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해냈던 차두리의 빈자리를 앞으로 누가 채워낼지도 관심사다.

당초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평가전을 앞두고 차두리의 빈자리를 채울 주자로 장현수를 선택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중앙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오가며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보여준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대표팀 소집 직전 장현수가 턱뼈 부상으로 물러나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장현수 대신 새내기 수비수 정동호를 발탁했다. 하지만 그마저 지난 우즈벡과의 경기서 오른쪽 고관절 부상을 당해 일찌감치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제대로 된 실험도 하지 못했기에 아쉬움만 남겼다.

장현수, 정동호의 연이은 부상으로 오른쪽 측면수비수 김창수가 이번 뉴질랜드 전에서 '차두리 시프트' 실험대에 오른다. 김창수는 지난 아시안컵에서 3경기 출전했지만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해 슈틸리케 호에서 백업멤버로 분류됐다. 왕성한 활동량과 적극적인 오버래핑, 정확한 크로스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김창수가 오늘 A매치 평가전서 차두리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9개월 만에 복귀' 지동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다

브라질월드컵 직후 소속팀에서 주전경쟁에 밀리며 부침을 겪었던 지동원(24, 아우크스부르크)이 오랜 방황을 멈추고 오늘 뉴질랜드와의 경기에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우즈벡과의 경기 직후 "부상 당한 이정협 대신 지동원을 선발로 내세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동원은 지난 벨기에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이후 9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이번 뉴질랜드전서 득점포를 가동해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지동원이 슈틸리케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경쟁자' 이정협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역시 득점이 필요하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한다. 이 날 경기서 확실한 득점포로 슈틸리케 감독에게 자신의 이름을 새겨야 한다.

다만 2014년 1월 도르트문트와의 경기 이후 현재까지 무득점에 그치고 있는 지동원이 이번 뉴질랜드와의 경기서 득점포를 가동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국가대표팀에서 골 맛을 본 것이 어느덧 3년 6개월 전이니, 지동원의 득점력은 '바닥'이나 다름 없다.

최근 소속 클럽에서 좋은 연계플레이로 출전시간을 보장받았지만, 수비수에게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할 때에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슈팅의 위력 등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번 대표팀 명단을 놓고, 지동원의 발탁이 논란이 됐던 이유기도 하다.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이 지동원에게 기회를 준 것은, 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기대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논란 속에서도 기회를 준만큼 지동원에게 이번 기회는 마지막이 될 수 있다.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놓인 지동원이 오늘 뉴질랜드와의 경기서 공격수로서 확실한 면모를 선보이며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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