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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기본적으로 구도의 싸움이다. 선거에서 텃밭의 불리함을 극복한 예상 밖 승리는 대부분 당선자에게 유리하게 짜인 선거 구도에서 나왔다. 선거 구도를 유리하게 만드는 선거 전략은 세 가지다. 자신의 지지표를 굳건히 지키고, 반대표는 분산 시키며, 마지막으로 유력 경쟁 상대의 표는 갈라 놓아야 한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일단 선거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전 의원이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관악을 지역에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면서 '1여2야'라는 3강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여당의 지지표를 결집하고 야당 유력 후보의 지지를 분산시킬 수 있는 호기를 잡은 셈.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한 차례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적 없는 '여당의 무덤' 관악을에서 이변을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리한 고지 점령한 새누리당... '종북심판론'은 지지층 결집용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관악구 4.29 재보궐선거(관악을) 오신환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오 후보를 격려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관악구 4.29 재보궐선거(관악을) 오신환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오 후보를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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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재보선이 실시되는 4곳 중 여권 강세 지역인 인천 서구·강화을 지역과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가 명예회복을 벼르는 경기 성남중원, 여기에 관악을 지역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0일 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야권의 분열상"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관악을 오신환 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등 선거 지원에 본격 나섰다.

새누리당은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철지난 색깔론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전통적 지지층에 위력을 발위해 온 '종북 심판론'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꺼냈다. 인천 서구·강화을 지역을 제외한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광주 서구을 등 3곳이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라 선거가 열리게 된 곳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과거 야권연대를 통해 통합진보당의 국회 진출을 도왔다는 '연대 원죄론' 공세를 연일 되풀이 하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날 "이번 선거는 지난 총선 때 야당이 종북 세력들과 무분별하게 손을 잡은 정치적 과오 때문에 열리는 선거"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수호하는 주민들께서 (야당을) 엄중하게 심판해 달라"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도 "지난 선거 때 새정치연합이 종북 세력과 손을 잡지 않았나, 그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지역 일꾼론에 예산 폭탄론까지... 새누리당의 총력전

새누리당은 또 중도층을 끌어들일 전략으로는 '지역일꾼론'과 힘 있는 여당 후보의 '예산 폭탄론'을 준비했다.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효과를 발휘한 전략들이다. '예산폭탄론'으로 민심을 공략한 이정현 최고위원은 전남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간판으로 당선됐다.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번에 선거가 열리는 지역들이 상대적으로 지역 발전이 침체돼 있는 곳들"이라며 "우리는 지역밀착형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일꾼을 (내세우는) 전략으로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서울 관악을에서 공천을 받은 오신환 후보도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토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여당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관악을 주민들께서 7번이나 야당 의원을 뽑아 줬는데 관악 경제는 매우 침체돼 있다"라며 "야당 의원들이 중앙정치와 이념정쟁에 빠져서 지역민을 위해 해야 할 도리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또 난곡지구 아파트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면서 "오신환 후보가 당선되면 그의 이름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안전 사각지대에 살고 계시는 분들을 구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오 후보가 당선되면 가장 먼저 예결위원회에 모셔서 현안을 챙기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야당 텃밭에서는 "지역 독점한 야당 심판론"

야당의 안방격인 광주 서구을 지역에서는 '예산 폭탄론'을 변주해 '예산 불독론'을 꺼냈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에 절대 불리한 지역이지만 천정배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1여2야의 3자 구도가 형성돼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광주 서구을 정승 새누리당 후보의 캠프를 찾아 "정승 후보가 식약처장에 있을 때 예산을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고 해서 '불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라며 "정승 후보가 의원이 되면 광주의 발전을 위해서 예산을 엄청나게 가져올 수 있게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30일 야당 심판론도 제기했다. 이 최고위원은 "서울 관악을, 광주 서구을에서는 그동안 30년 동안 특정정당이 독식을 해왔다"라며 "이 지역을 독점해왔던 정당들은 평상시에는 지역민들을 위해 일을 하지 않다가 선거 때만 되면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똑같은 레퍼토리를 고장난 전축 틀 듯 해왔다, 이제는 지역의 유권자들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태그:#새누리당,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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