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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열매. 주동일씨가 전남 고흥에서 키우는 유기농 국산 커피나무의 열매다.
 커피 열매. 주동일씨가 전남 고흥에서 키우는 유기농 국산 커피나무의 열매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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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사기꾼 취급을 받았어요. 생면부지의 이방인이 귀농이랍시고 와서 커피나무를 심는다고 하니까요. 주민들이 믿지 않았어요. 관에서도 시큰둥하고요. 주민들은 아직도 완전히 믿지 못하고 반신반의하는 것 같아요."

주동일(58)씨의 말이다. 주씨는 지난 2012년 9월부터 전남 고흥의 시설하우스에서 커피나무를 가꾸고 있다. 재배면적은 5000㎡. 여기에는 6000여 주가 심어져 있다. 다년생은 땅에, 아직 어린 나무는 화분에서 가꾼다.

"특별히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요. 커피나무라 생각하지 않고요. 그냥 아열대 과수라 생각합니다. 다른 작물하고 다를 게 없어요. 95%가 같고, 단 5%만 다르다고 보면 돼요. 그 5%만 알면 키울 수 있는 게 커피입니다."

'커피나무 재배가 어렵지 않냐'는 물음에 대한 주씨의 대답이다. 지난 7일 전라남도 고흥군 과역면에 있는 커피 재배하우스를 찾아가 주씨를 만났다.

주씨의 자신감은 오랜 유기재배 경력에서 나왔다. 주씨는 고흥으로 오기 전까지 20여 년 동안 유기농사를 지었다. 전북 익산에서 쌈채부터 과수까지 수십 종을 재배했다. 안해 본 작물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 농사에서 '유기'라는 말이 낯설 때부터 그렇게 해왔다.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주동일씨. 커피 재배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주동일씨. 커피 재배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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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일씨가 키우는 커피나무와 열매. 나무라고 하지만 나이테가 없다. 위로 크는 덩굴에 가깝다.
 주동일씨가 키우는 커피나무와 열매. 나무라고 하지만 나이테가 없다. 위로 크는 덩굴에 가깝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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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던 중 몸에서 탈이 났다. 주씨는 불현듯 찾아온 암으로 투병생활을 했다. 아내마저 퇴행성 관절염으로 수술을 받았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더 이상 같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몸이었다.

굳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먹고 살 형편은 됐다. 하지만 밥만 먹고 편하게 사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 싫증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주씨가 커피나무 재배를 생각한 이유다. 노동력이 적게 들어가는 게 매력이었다.

"커피는 넥타이 메고 하는 농사더라고요. 노동력이 안 들어가요. 시설원예의 10분의 1 정도. 가지치기도 쪽가위질 한 번이면 끝나요. 그것도 3∼4년에 한번만. 커피는 병해충도 적더라고요. 해충 기피식물이거든요. 난방비도 많이 들지 않죠. 지속적인 수확도 가능하고. 커피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도 매력이고요.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요."

주동일씨의 커피 재배 하우스. 커피나무가 하우스 안에 빼곡하다.
 주동일씨의 커피 재배 하우스. 커피나무가 하우스 안에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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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일씨가 커피나무가 심어진 화분을 들어보이고 있다. 아직 1년이 안된 나무들이다.
 주동일씨가 커피나무가 심어진 화분을 들어보이고 있다. 아직 1년이 안된 나무들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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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는 커피나무 재배를 준비했다.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원예 전문가의 조언도 구했다. 하우스에서 커피나무의 씨앗을 틔우기 시작했다. 따뜻한 남쪽이라면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 싶었다. 늙어서까지 차분히 농사지을 생각으로 거처를 전남 고흥으로 옮겼다. 3년 동안 키운 커피 묘목을 갖고 내려왔다. 재작년이었다.

"자신 있어요. 원래 제 성격이 그래요.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기 전에는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일단 시작하면 밀어붙이는 편입니다. 커피를 재배하기로 한 이상 잘 가꿔야죠. 안될 것이 없잖아요. 같은 농사인데요."

주씨의 자신감이다. 그는 농사의 기본을 관찰과 처방이라 믿고 있다. 농부라면 농작물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농부가 농작물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유기농사로 굳어진 확신이다.

커피 열매. 맛이 달짝지근해 먹을만 하다.
 커피 열매. 맛이 달짝지근해 먹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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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열매에서 뽑아낸 씨앗. 열매 하나에 두 개식 들어 있다.
 커피 열매에서 뽑아낸 씨앗. 열매 하나에 두 개식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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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으로 내려온 주씨는 비닐하우스에서 커피나무와 함께 생활했다. 비닐하우스 한쪽에 움막을 지었다. 밤낮으로 커피나무의 생장을 지켜보며 세심하게 관찰을 했다.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커피라지만, 자라는 상태를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엔 컨테이너 상자를 하우스 옆에 두고 살았다. 단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았다.

주씨에게 커피나무는 볼수록 매력덩어리였다. 이파리가 '참기름을 발라놓은 것처럼 반질반질' 했다. 꽃만 피면 수정이 되는 것도 신기했다. 커피나무는 1년에 20㎝가량 자라는데, 그 모습도 예뻤다.

실제 그의 하우스에서 본 커피나무는 초록으로 생기가 돌았다. 온도 조절이 잘 되고 수분도 원활히 공급된 것으로 보였다. 새순도 연한 찻잎처럼 부드러웠다.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도 탐스러웠다. 열매 하나의 크기가 손톱마디만 했다. 잘 익은 열매 하나를 따서 입에 넣어보니 맛이 달짝지근했다.

주동일씨의 커피재배 하우스 옆에 들어선 커피숍. 주씨의 아들 범준씨가 운영하고 있다.
 주동일씨의 커피재배 하우스 옆에 들어선 커피숍. 주씨의 아들 범준씨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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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일씨의 아들 범준씨가 커피숍을 찾은 손님에게 커피를 내주고 있다.
 주동일씨의 아들 범준씨가 커피숍을 찾은 손님에게 커피를 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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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가 커피를 생산한다는 소문을 들은 유통업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구매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다들 국산 유기농 커피라며 화들짝 반겼다. 값도 서운하지 않게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당장 판매 목적으로 유통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만 가공한다. 아들 범준(31) 씨가 농장에서 운영하는 커피숍을 통해 파는 것으로 만족한다. 다른 농가에 커피 재배를 보급하는 데도 관심을 두고 있다. 커피 재배면적을 늘리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커피 열매. 주동일씨가 고흥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
 커피 열매. 주동일씨가 고흥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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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단순히 농산물만 파는 시대가 아니에요. 농사과정 전체를 팔아야죠. 커피농장을 체험농장으로 활용하려고요. 찾아오는 방문객을 대상으로요. 지금도 많이 찾아오고 있거든요. 올 가을에 커피축제도 시도해 보렵니다. 내년부터는 봄마다 커피축제를 열 계획이고요. 고흥을 커피의 고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면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겠죠."

커피농부 주씨의 포부다. 고흥군과 과역면에서도 소매를 걷어 올리고 나섰다. 전남도도 농산물 생산과 가공·판매에다 체험까지 더한 6차 산업의 본보기로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고흥에서 일기 시작한 커피향이 어디까지 퍼져갈지 관심이다.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커피 열매. 녹색으로 맺힌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커피 열매. 녹색으로 맺힌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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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일씨가 커피나무의 열매를 살펴보고 있다. 전남 고흥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고흥을 진한 커피고을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주동일씨가 커피나무의 열매를 살펴보고 있다. 전남 고흥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고흥을 진한 커피고을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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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주동일, #커피, #커피마을, #고흥, #커피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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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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