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포스터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포스터 ⓒ 월드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른 스튜디오에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의 판권만 넘기던 마블은 <아이언맨>으로 영화 제작에 직접 뛰어들어 예상치 못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2> <토르: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를 연달아 내놓았으나, 이들 영화는 독립적인 성격을 지닌 영화라기보단 <어벤져스>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주춧돌에 가까웠다. 무리하게 캐릭터들을 선보이며 <어벤져스>에 집착하는 마블을 보며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많았다. <어벤져스>의 실패는 곧 마블의 몰락을 의미했다.

슈퍼 히어로들이 갈등을 극복하고 '어벤져스'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담은 <어벤져스>는 비평과 흥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많은 이들의 걱정이 기우임을 증명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위도우, 헐크, 호크 아이가 하나로 뭉쳐 '어벤져스'로 싸우는 장면은 만화라는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으며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영웅 같은 존재감마저 줬다. <어벤져스>는 슈퍼히어로 장르, 나아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면서 21세기 할리우드가 만든 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벤져스>를 성공리에 안착시킨 마블은 다음 행보에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르: 다크 월드>는 다소 심심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언맨3>는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아이언맨이란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슈퍼 히어로 장르에 스파이 장르를 이식하고, 놀라운 액션 연출을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SF 모험물의 재미를 듬뿍 주며 슈퍼히어로 장르의 외연을 넓혔다. 그리고 '어벤져스'의 두 번째 모험담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드디어 돌아왔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벤져스가 이번에 만나는 적은 울트론(제임스 스페이더 분)이다. 토니 스타크가 <어벤져스>의 전투 후에 생긴 강력한 적에 대한 두려움은 <아이언맨3>에서 슈트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 분)는 과학의 힘이 사람들의 안전과 세계 평화를 유지해 줄 것이라 믿고, 힘을 합쳐 지구를 지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렇게 탄생한 존재인 울트론은 도리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 그리고 인류가 사라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전쟁을 선포한다.

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과학은 마음먹기에 따라 희망을 줄 수도, 멸망의 존재로 변할 수도 있다. 이런 양면성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주제이다. 사람을 돕는 프로그램 자비스의 반대편엔 울트론이 위치한다. 울트론은 힘을 남용했던 토니 스타크의 어두운 그림자, <아이언맨>에서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만든 무기들은 무수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토니 스타크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힘은 사용하기에 따라 천사가 될 수도, 악마로 군림할 수도 있다.

힘의 양면성은 현재 아이언맨(과 다른 슈퍼 히어로)에게도 유효하기에 슈퍼히어로의 존재로 질문된다. 극 중에서 의도치 않게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헐크/브루스 배너는 자책하면서 "내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세상 모두의 위협이다"라고 자책한다. 영웅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한순간에 괴물로 변하거나 사람들에게 괴물로 비칠 수 있다. 이것은 슈퍼히어로의 숙명과도 같다. 그러므로 영웅은 정의를 기억해야 하고, 고결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전진해야 한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그것을 말해주는 이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분),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분)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최고의 블록버스터답게 많은 볼거리를 가졌다. 그중에서 단연 눈에 들어오는 것은 폭주하는 헐크에 맞서 헐크버스터로 무장한 아이언맨의 대결 장면이다. 새롭게 가세한 캐릭터인 퀵 실버(애런 존슨 분)와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분)가 구사하는 초능력도 눈길을 끈다.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와 토르의 망치가 연계한 공격 등 팀원 간에 함께 구사하는 공격 기술은 시리즈의 진화가 만들어 낸 새로운 재미다.

영국, 이탈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세계 23개 지역을 넘나들며 촬영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국내 팬이라면 한국 촬영 분량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지난 2014년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총 16일간 진행된 국내 촬영분은 영화 속에서 울트론이 서울 유전자 연구소를 노리는 장면을 장식한다. 마포대교, 세빛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월드컵북로 등에서 촬영된 분량은 영화에서 울트론을 막기 위해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 캡틴 아메리카, 호크 아이 등이 맞서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미드 <로스트>가 우리나라를 미개한 국가로 왜곡했던 것과 달리 <본 레거시>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대한민국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인공들이 한국 거리를 질주하고, 익숙한 한글 간판을 보는 재미도 있다. 우리의 현실과 다르게 나오는 부분은 지하철 구조인데 아마도 우리식 의자 배열이 영화 액션 구성과 안 맞아서 바꾼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그 외에도 닥터 조로 나오는 수현이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글이 여러 장면에 보이는 것도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러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눈높이를 높여서일까?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이야기, 액션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슈퍼히어로 간에 형성된 갈등은 별다른 과정 없이 쉽사리 봉합된다. 토니 스타크를 향해 적개심을 품던 퀵 실버와 스칼렛 위치가 마음을 바꾸는 순간도 순식간이다. 인물이 점점 불어나면서 이야기의 배분과 조율은 더욱 어려워졌다.

관객이 느끼는 이야기의 난이도도 상승했다. 영화에선 '마인드 스톤'을 쉽게 이야기하는데 이걸 인지하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 스톤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판국에 말이다. 스톤이 예전 영화에 언제 나왔고, 어떤 의미인지 알고 보길 요구하는 것은 대중 영화로서 지나친 강요다. 코믹스, TV 드라마를 섭렵한 관객이라면 몰라도 한 편의 영화로 접하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쿠키 영상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번 편은 <아이언맨 2>가 <어벤져스>를 위해 그랬듯 것처럼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 파트 1, 2편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희생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관객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더 멋진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극 중에서 울트론은 멸망의 순간을 앞두고 "아름답지 않나? 필연적인 쇠퇴가"라고 말한다. 이것을 인용해서 말하자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쇠퇴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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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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