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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 약 빨았네. 참신함에 최고의 찬사를 보냅니다."

부산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에서 자주 보이는 댓글이다. 온라인에서 '약 빨았다'라는 말은 마약에 취한 상태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기발한 발상을 뜻한다. 경찰과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부산지방경찰청의 페이스북을 칭찬하는 말로 이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어 보인다.

이들의 공식 페이스북인 '부산경찰'은 딱딱한 문체로 홍보 글만 지루하게 늘어놓는 여타 공공기관과 다르다. 여기는 누리꾼들이 쓰는 '요즘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스미싱 예방 앱인 '사이버캅'을 소개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으시죠?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으시죠? 사이버캅 앱만 다운받아 두세요"라고 인기 광고 카피를 가져다 쓰기도 했다.

"힘을 우째 쓰야하는지 알리주께"...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도 '기발'

부산 경찰의 기발한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학교 폭력 근절 캠페인'이라는 딱딱한 말 대신 '부산 사나이 프로젝트'라고 이름 짓고 지역 색을 살린 문구를 넣는 재치가 돋보인다.
▲ 부산지방경찰청의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 부산 경찰의 기발한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학교 폭력 근절 캠페인'이라는 딱딱한 말 대신 '부산 사나이 프로젝트'라고 이름 짓고 지역 색을 살린 문구를 넣는 재치가 돋보인다.
ⓒ 부산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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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은 학교 폭력 예방 같은 다소 무거운 캠페인도 기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먼저 '학교 폭력 근절 캠페인'이라는 딱딱한 말 대신 '부산 사나이 프로젝트'라고 이름 지었다. 직접 학교로 찾아가는 예방 교육 홍보물은 영화 포스터처럼 만들었다. 거기에 지역 색에 맞게 "힘을 우째 쓰야하는지 알리주께"라는 문구를 넣었다. 강연 날짜는 "2015년 3월 30일 대개봉"으로 표현했다. 포스터 안에서 포즈를 취한 등장인물도 모두 배우가 아닌 경찰이다.

SNS에서 부산경찰 페이스북은 이미 유명인사다. 경찰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신들린 드립(뛰어난 애드리브를 뜻하는 온라인 용어)'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일부에서 "부산경찰 좀 말려 달라"는 원성이 나올 정도다. 30일 현재 부산경찰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눌러 소식을 받아보는 사람은 18만여 명. 유명 언론사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와 맞먹는 숫자다. 이를 자찬하듯 페이스북 페이지 정보란에는 '믿고 보는 부산경찰'이라고 소개돼 있다.

부산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의 경찰 페이스북도 유연해지고 있다. 정보에 재미를 덧대면서 점점 기발해지고 있다. 지난 20일 경북경찰 페이스북에는 '보이스 피싱을 예방한 경찰관은 어떤 기분일까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제복을 입은 여경이 34초 동안 춤을 추는 이 영상은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광고를 패러디한 것이다. 거기에 '다양한 금융정보 요구 시 절대 거절! 관공서 사칭 은행 유인 100% 금융사기' 등의 안내 문구가 어색하지 않게 나온다. 



해당 영상은 3만 번 가까이 조회됐다. 다른 계정으로 공유된 것도 100회 가까이 된다. 페이스북 친구가 5700여 명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댓글에는 "지금 우리 계장님 10회째 재생 중", "내 눈을 의심했다, 대단하네" 등 호평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해서는 경찰의 이미지를 바꾸긴 힘들다"는 쓴소리에도 경북경찰은 "무의식에 각인되는 광고영상의 힘을 보이스피싱 예방에도 접목해 보려고 했다, 귀엽게 봐달라"고 답했다.

그 외에도 광주지방경찰청 페이스북은 스미싱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촌철살인의 시와 함께 "스미싱 너희들 형아한테 혼난다"라고 쓴 '짤방'을 올리는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경찰청 공식페이스북인 '폴인러브'도 '일상생활 핵꿀팁'이라는 이름으로 소지품을 잃어버렸을 때 대처방법 등 유용한 정보를 전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거기에 각 지역 경찰청에서 올라오는 기발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면서 페이스북 친구가 17만 명을 돌파했다.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인 '광주경찰'은 스미싱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촌철살인의 시와 함께 "스미싱 너희들 형아한테 혼난다"라고 쓴 '짤방'을 올려 호응을 얻었다.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인 '광주경찰'은 스미싱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촌철살인의 시와 함께 "스미싱 너희들 형아한테 혼난다"라고 쓴 '짤방'을 올려 호응을 얻었다.
ⓒ 광주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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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인 '광주경찰'은 스미싱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촌철살인의 시와 함께 "스미싱 너희들 형아한테 혼난다"라고 쓴 '짤방'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인 '광주경찰'은 스미싱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촌철살인의 시와 함께 "스미싱 너희들 형아한테 혼난다"라고 쓴 '짤방'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 광주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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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얻은 친숙한 이미지... 시민들의 수사 협조로 이어지기도

경찰이 공식 SNS 계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이유는 시민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전달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경북경찰 페이스북을 직접 운영하는 정일호 경북지방경찰청 경위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경찰이 SNS를 딱딱하게 운영하면 자칫 시민들에게 주의를 주는 듯한 느낌을 주어 반발감을 살 수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흡수하고 공감하도록 고민하던 중 광고 패러디 등을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호응을 얻고 있는 '춤추는 여경' 영상도 그 연장선상이다. 장 경위는 "보통 경찰은 '잡았다', '구속했다'는 식으로 소식을 전하는데 그보다는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면 보는 사람의 머릿속에 더 오래 남는다"며 "기존의 경직된 모습에서 탈피해 조금 더 유연해지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25일에는 부산지방경찰청이 SNS에 긴급수배를 내린 지 1시간 20분여 만에 실종된 치매할머니를 찾아 가족에 인계하기도 했다. SNS로 쌓은 시민들과의 친밀감이 수사 협조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지난 25일에는 부산지방경찰청이 SNS에 긴급수배를 내린 지 1시간 20분여 만에 실종된 치매할머니를 찾아 가족에 인계하기도 했다. SNS로 쌓은 시민들과의 친밀감이 수사 협조로 이어진 것이다.
ⓒ 부산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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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과의 높은 친밀감을 수사 협조로 이어지기도 한다. 18만 명 넘는 페이스북 친구를 보유한 부산지방경찰청이 그 예다. 공식 페이스북 운영을 담당하는 장재이 부산지방경찰청 경장은 "똑같은 내용을 올리더라도 유머를 가미해서 전달하니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면서 "정책 홍보 효과가 높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 제보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5일에는 부산지방경찰청이 SNS를 통해 실종된 치매 할머니를 찾아 가족에 인계했다.

이어 장 경장은 "권위적일 것 같은 경찰이 친근한 모습을 보일 때 시민들의 호응이 크다"며 "공공기관의 SNS가 기관장의 치적을 단순하게 홍보하거나 '~근절합시다'는 내용의 포스터만 게재하는 건 SNS의 특성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부산경찰, #페이스북, #경북경찰, #광주경찰,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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