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드라마는 현실을 어느 정도는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르가 판타지든, 사극이더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현실과 맞닿아 있어야 진가가 드러난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MBC <앵그리맘> 14회가 보여주고, 고발하고, 비유한 현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4회는 부실공사로 지어진 명성고등학교의 별관 붕괴 참사를 다뤘다.

이미 비리로 얽힌 사학재단의 탐욕이 나타났기에 전조는 있었다.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거나 바닥이 기울어서 펜이 바닥에서 한 쪽으로 굴러간다거나 하는 것들. 공사 책임자인 조강자(김희선 분)의 남편, 오진상(임형준 분)은 별관 붕괴의 위기를 알아채고 이것을 명성고 재단 회장인 홍상복(박영규 분)과 명성고 이사장 도정우(김태훈 분)에게 전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대피를 요청하는 교내 방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몰래 보수 공사를 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면서도 홍상복은 자신과 자신의 아들 홍상태(바로 분)만은 챙겨서 별관을 탈출했다.

다행히 문제를 알아챈 박노아(지현우 분) 선생 덕에 아이들은 별관 탈출을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늦었고,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가지 못한 채 건물은 무너지고 말았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아란(김유정 분)의 엄마, 강자를 비롯해 수많은 엄마들이 사고 현장에 뛰어왔다. 이들 중 일부는 건물 밑에 갇힌 아이들에게서 문자가 왔다며 찾아주지 않으면 자기라도 가겠다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결국 아란의 아빠 진상을 비롯한 꽃다운 아이들 5명은 사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MBC <앵그리맘> 14회의 한 장면

MBC <앵그리맘> 14회의 한 장면 ⓒ MBC


사고 후에 일어나는 일들이 더 기가 차고 가슴 아팠다. 홍상복과 도정우는 생명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들은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 했고,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책임을 묻다 자신의 함정을 제 손으로 파 버렸다.

극 초반, 도정우 때문에 죽은 이경(윤예주 분)의 엄마가 등장해 문제 해결의 새로운 열쇠가 됐다. 기자인 그녀는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진정한 진실을 파헤치려 애쓰던 중, 홍상복과 도정우 간의 대화를 취재해 아란 엄마인 강자를 찾아온다. 그리고 드라마는 다음 주에 보일 새로운 전개를 약속한다.

비록 드라마는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처럼 숭고한 일을 묵묵하게 이어가는 제작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드라마는 은유를 통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고, 또 문제의식을 심으려 애썼다.

<앵그리맘>의 김반디 작가는 2014 MBC 극본 공모 당시 시놉시스에서 작년에 일어난 '그 일'을 언급한 바 있다. 비록 이를 두고 MBC는 "지난해 공모전에 제출된 시놉시스와 수목극으로 편성되면서 완성된 시놉시스는 많이 다르다"고 밝혔지만, 작가는 분노와 안타까움을 비롯한 복합적인 감정을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표현해 냈다. 김반디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이것이 시청자에게도 좋은 파장을 일으키길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건희 시민기자가 속한 팀블로그(byulnigh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앵그리맘 김반디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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