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세기의 대결' 지켜보는 시민들

휴대전화로 '세기의 대결' 지켜보는 시민들 ⓒ 연합뉴스


8체급 석권에 빛나는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와 47연승 중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가 펼친 '세기의 대결'의 승자가 결정 났다.

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서 열린 'WBA·WBC·WBO 웰터급 통합 타이틀매치'에서 마지막에 웃은 쪽은 메이웨더였다. 메이웨더는 능숙한 경기운영능력을 바탕으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역사적 대결의 최종 승자가 됐다. 신체조건에서 앞서고 방어 위주의 안정된 운영으로 인해 메이웨더가 유리할 것이다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 적중했다.

두 선수의 대결은 '월드컵 결승전'에 비교될 만큼 전 세계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정·재계 각종 유명인사들은 물론 타 스포츠 레전드 스타들까지도 각별한 흥미를 보였다. 이는 대진이 확정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많은 팬 불러 모았지만... 기대 못 미친 경기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복싱팬들은 물론 스포츠에 별반 관심이 없던 일반 팬들 역시 시선을 집중했다. 흡사 어려운 시절 텔레비전 앞에 모여앉아 복싱 경기를 시청하던 향수까지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여기에는 가난한 환경을 딛고 성공한 파퀴아오의 인생 스토리 역시 한몫했다.

자수성가한 빈민촌 영웅(파퀴아오)-복싱 영재교육을 받은 엘리트복서(메이웨더), 싸움꾼 기질이 다분한 인파이터(파퀴아오)-기본기 탄탄한 아웃복서(메이웨더), 겸손하고 모범적인 국민영웅(파퀴아오)-프리스타일 아메리칸 악동(메이웨더) 등 두 사람의 맞대결은 캐릭터적인 면에서도 극과 극을 이뤄 더욱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경기 내용은 극적인 스토리, 대조적 캐릭터만큼 흥미진진하지 못했다. 최고의 방패인 메이웨더의 디펜스 테크닉을 공격적인 파퀴아오의 전진본능이 뚫어버리느냐가 관건이었으나 12라운드 내내 화끈한 장면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국 메이웨더의 싱거운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파퀴아오로서는 평소의 파이팅 스타일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메이웨더는 평소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대로 했다. 프로생활 내내 그렇게 경기를 치러왔던 메이웨더가 일생일대의 중요한 한 판에서 갑자기 경기 운영 방식을 바꿀리 없다.

반면 전력상 아래로 평가받던 파퀴아오 입장에서는 반전이 필요했다. 하지만 파퀴아오는 지나친 신중함으로 인해 평소 자기 스타일마저 발휘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전략을 들고 나오기는 했지만, 평소의 화끈함이 결여되었던지라 경기양상은 고수들 간의 '수 싸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마니아나 전문가들이 봤을 때는 동작 하나하나에 감탄할 수도 있는 경기지만, 일반 팬들 입장에서는 지루하기 그지없었던 경기였다. 어차피 복싱의 가장 큰 재미는 단순하게 펀치를 주고받는데서 나온다. 당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혹평이다.

사우스포(왼손잡이)인 파퀴아오는 오소독스(오른손잡이) 메이웨더를 저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오른손 무기를 장착하고 나왔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파퀴아오가 메이웨더에게 까다로웠던 점은 특급 사우스포라는 점이었다. 이미 오른손을 많이 쓰는 상대들에 대해서는 적응할 대로 적응한 상태다.

파퀴아오는 왼손부터 시작하던 평소와 달리 오른손부터 공격이 나가는 경우가 잦았고, 그로인해 평소의 불같은 연타공격이 전혀 터지질 못했다. 오른손 공격을 준비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게 먼저였다. 연타의 위협이 사라진 파퀴아오는 메이웨더를 전혀 흔들지 못했고, 결국 마음먹고 준비해온 라이트훅 등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반면 메이웨더는 평소에 하던 것처럼 철저한 포인트 위주의 복싱전략을 구사하며 여유 있게 승리를 가져갔다. 초반에 신중했던 파퀴아오는 후반에도 체력이 많이 남아있었다. 체력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도 후반에 승부수를 걸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메이웨더는 어차피 수 싸움으로는 당해내기 힘들었던 상대이다. 의외의 수법이 안 통했을 때는 경기양상을 진흙탕으로 몰고갔어야 했다.

적지 않은 나이의 파퀴아오와 메이웨더는 최근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종종 내비쳤다. 두 선수의 2차전이 치러질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편이다. 복싱 역사에 남을 두 전설의 싱거운 격돌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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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 싱거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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