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에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그는 37년의 짧은 생애 가운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1881년부터 자살한 1890년까지, 약 십여 년 동안 무려 800여 점의 유화와 700점 이상의 스케치를 남겼다(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5살 때부터 약 30년 동안 630여 곡의 음악을 남겼다).

고흐가 살아 있을 때 그의 작품은 거의 팔리지 않았고, 생전 너무나 가난해서 항상 친동생 테오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만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빈센트 반 고흐는 전 세계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화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뉴스에 나올 만큼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거래되고, 일반인은 고흐의 그림이 몇백 억 원에 팔렸다는 기사를 보며 그의 작품들을 다시 찾아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화

지난 5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반 고흐의 <알리스캉의 가로수 길>이 6630만 달러(약 727억 원)에 팔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그림은 그가 1888년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친구인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과 함께 두 달간 머무를 때 그린 작품이라고 하는데, 같은 날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1905년작 <수련>은 5400만 달러(약 592억 원)에 낙찰됐다.

또 지난 11일에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가 1955년에 그린 <알제의 여인들>이 1억 7936만 달러(약 1967억 원)에 낙찰되며 역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갱신했다. 사실 거래 가격을 공개하는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품이고, 판매 가격이 공개되지 않는 '개인 거래'에서는 더 고가에 팔린 작품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 최고가 미술품 순위를 한 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우선 공식적인 경매에서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품 순위를 'Top 3'까지 살펴보고, 그 다음은 비공식적으로 확인된 개인 거래 최고가 'Top 3'를 알아본다(명료한 정리를 위해 이번 리스트에서는 '회화'에 한정해 살펴보겠다. 더 비싸게 팔린 다른 형식의 미술품도 있지만, 혼란 방지를 위해 일단 이 리스트에서는 제외한다).

#1. 회화 경매 최고가 Top 3

[3위]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 절규(1895)

에드바르트 뭉크, 절규, 1895. Pastel on board, 79 x 59cm
▲ 절규 에드바르트 뭉크, 절규, 1895. Pastel on board, 79 x 59cm
ⓒ 에드바르트 뭉크

관련사진보기


노르웨이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인 뭉크의 <절규>가 그림으로서는 경매 역사상 세 번째로 비싸게 팔렸다. 2012년 5월 2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 1992만 달러(약 1315억 원)에 낙찰됐고, 뭉크가 1893년부터 1910년까지 여러 차례 남긴 연작 중 1895년에 파스텔로 그린 작품이 그 주인공이다.

[2위]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1969)

아일랜드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이 동료 화가인 루치안 프로이트(Lucian Freud)가 의자에 앉아 있는 걸 그린 그림이다. 루치안은 유명한 정신 분석 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손자인데, 프랜시스 베이컨은 자신의 가까운 친구인 그의 모습을 세 폭짜리 회화 작품으로 남겼다. 2013년 11월 12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4240만 달러(약 1562억 원)에 거래됐다.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 1969. Oil on canvas, 198 x 147.5cm(x3)
▲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 1969. Oil on canvas, 198 x 147.5cm(x3)
ⓒ 프랜시스 베이컨

관련사진보기


[1위] 파블로 피카소(1881~1973), 알제의 여인들(1955, version O)

스페인 출신의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 그가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1798~1863)의 작품 <방 안에 있는 알제의 여인들 (1834)>을 재해석해 그린 15개 연작 중 마지막으로 그린 <Version O (1955)>가 역대 회화 공식 경매 사상 가장 비싼 가격에 팔렸다. 지난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 1억 7936만 달러(약 1967억 원)에 낙찰.

파블로 피카소, 알제의 여인들, 1955. Oil on canvas, 114 x 146.4cm
▲ 알제의 여인들 파블로 피카소, 알제의 여인들, 1955. Oil on canvas, 114 x 146.4cm
ⓒ 파블로 피카소

관련사진보기


#2. 회화 개인 거래 최고가 Top 3

[3위] 잭슨 폴락(1912~1956), No. 5 (1948)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잭슨 폴락의 1948년작 <넘버 5>가 여러 논란이 있긴 하지만 많은 전문가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는 세 번째로 비싸게 팔린 것으로 인정 받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꽤 오래 전인 2006년 11월에 1억 4000만 달러(1억 6000만 달러였다는 말도 있다) 정도로 거래가 됐다고 하는데, 대충 1억 5000만 달러라고 쳐도 2015년 현재 환율로 약 1639억 원이 넘는 셈이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개인 거래의 특성상 몇 가지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일부에서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의 1951년작 <No. 6 (Violet, Green and Red)>가 2014년 8월에 1억 8600만 달러로 개인 거래가 이뤄졌다는 얘기도 있다.

잭슨 폴락, No. 5, 1948. Oil on fiberboard, 240 x 120cm
▲ No. 5 잭슨 폴락, No. 5, 1948. Oil on fiberboard, 240 x 120cm
ⓒ 잭슨 폴락

관련사진보기


[2위] 폴 세잔(1839~1906), 카드놀이하는 사람들(1892~1893)

프랑스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 그는 1890년 초·중반에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이라는 연작을 남겼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2011년 4월 카타르의 석유 재벌 가문에 2억 5천만 달러(약 2727억 원)가 넘는 가격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카타르 박물관을 재개관하는 등, 오일 머니를 이용해 미술계 투자에 박차를 가하며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폴 세잔,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1892-1893. Oil on canvas, 97 x 130cm
▲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폴 세잔,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1892-1893. Oil on canvas, 97 x 130cm
ⓒ 폴 세잔

관련사진보기


[1위] 폴 고갱(1848~1903), 언제 결혼하니(1892)

경매와 개인 거래를 통틀어 인류 회화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판매된 그림은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였던 폴 고갱의 1892년 작품 <언제 결혼하니>다. 이 작품은 고갱이 타히티 원주민 여인 2명의 모습을 그린 그림인데, 이 역시 카타르 왕족이 올해 2월에 무려 3억 달러(약 3272억 원) 가까운 금액으로 구입했다고 한다. 과연 고갱은 자신의 작품이 세계 최고가 그림으로 중동의 왕족에게 팔릴지 꿈에나 상상했을까?

폴 고갱, 언제 결혼하니, 1892. Oil on canvas, 101 x 77cm
▲ 언제 결혼하니 폴 고갱, 언제 결혼하니, 1892. Oil on canvas, 101 x 77cm
ⓒ 폴 고갱

관련사진보기


폴 고갱의 친구였던 반 고흐는 총 900여 통에 달하는 편지를 남겼는데, 이 글들은 그의 위대한 예술을 이해하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 자체로도 매우 귀중한 서간 문학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흐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동생 테오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했다. 고흐의 편지 중에는 동생에게 보낸 게 무척 많은데, 그가 창작에 한창 몰두하던 1885년 즈음 테오에게 쓴 몇 통의 편지에는 이런 내용들이 자주 보인다.

"네가 100프랑을 보내주어서 너무나 기뻤어. 그 전에도 말했듯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돈이었단다. 여러 가지 지불을 했어. 그게 근심이었지.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그 돈이 필요했음을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지금 남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될 처지에 직면해 있어. 달리 말하면 돈 부탁을 해야 할 입장이야. 당분간 그림이 팔릴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더 심각해. 그러나 어떻든 간에 열심히 일하는 게 우리 두 사람에게 최선이 아니겠니?"

"안녕. 가능하면 다시 편지를 다오. 그리고 돈도 보내다오."

"빨리 답장을 써야 했는데 늦었구나. 50프랑, 특히 고마워. 덕분에 이번 달도 지낼 수 있었어."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들은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 "사랑하는 테오. 너의 편지와 동봉한 것을 안전하게 받았단다. 진심으로 감사해" 아마도 '동봉한 것'이 돈일 테고, 이걸로 그는 그림 재료를 샀을 것이다. 고흐가 살아 있던 동안 그의 작품 중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판매'의 범주에 드는 경우는 단 한 번 뿐이었다고 하는데(그마저도 무척 헐값이었다),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드는 자신의 그림을 보면서 고흐는 과연 어떤 말을 할까?

○ 편집ㅣ조혜지 기자

덧붙이는 글 | 본인의 개인 블로그(http://arthurjung.tistory.com)에 동시 게재했습니다.



태그:#미술품, #경매, #개인거래, #최고가, #회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