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의 전설' 기타리스트 비비 킹

'블루스의 전설' 기타리스트 비비 킹 ⓒ Wallpaperest.com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간) 안타까운 부고가 전해졌다. 블루스 기타의 명인 비비 킹(B.B. King)의 별세 소식이 바로 그것. 89세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천수를 다하고 세상과의 작별을 고했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먹먹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비비 킹은 10대 후반부터 미국 블루스 음악의 본고장 멤피스를 중심으로 활약하면서 '블루스 보이'(Blues Boy)라는 별명의 머릿 글자를 따서 자신의 활동명으로 삼았다. 이후 최근까지 메이저 레이블 소속으로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가진 음악 클럽을 여러 개 운영하는 등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블루스 연주자로 언급할 만한 인물이다.

비록 그의 전성기는 본격적인 록큰롤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인 1950년대 무렵이었지만 에릭 클랩튼, U2, 지지 톱, 게리 무어, 다이앤 슈어, 스티비 원더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뮤지션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탓에 환갑을 훌쩍 넘긴 1990~2000년대에도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줄 수 있었다.

과거 한영애의 노래 제목으로 사용되기도 한, 그의 애장품 기타 '루씰'(Lucille, 깁슨 ES-355 모델)을 둘러매고 걸쭉한 목소리로 뿜어내는 비비 킹의 노래는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뒤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빈다.

비비 킹을 기리며...꼭 들어봐야 할 그의 명곡들

 비비 킹의 대표곡인 '더 스릴 이즈 곤'(The Thrill Is Gone)이 수록된 앨범 <컴플리틀리 웰>(Completely Well, 1969) 재킷

비비 킹의 대표곡인 '더 스릴 이즈 곤'(The Thrill Is Gone)이 수록된 앨범 <컴플리틀리 웰>(Completely Well, 1969) 재킷 ⓒ ABC Records


- 더 스릴 이즈 곤 (The Thrill Is Gone)

1950~70년대에 걸쳐 비비 킹은 여러 곡의 싱글 히트곡을 배출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빌보드 순위 중하위권에 머물기가 일쑤였는데, 이곡은 1970년 15위까지 오르는 인기를 얻었고 이후 비비 킹을 상징하는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원곡은 1951년 로이 호킨스 & 릭 다넬의 작품이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멜로디 라인을 지닌 덕분에 아레사 프랭클린, 맨하탄 트랜스퍼, 윌리 넬슨 등이 리메이크 한 바 있으며 힙합/R&B 진영에서 자주 샘플링 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 '웬 러브 컴스 투 타운' (When Love Comes To Town)

사실 이 곡의 주인공은 비비가 아닌, 유투(U2)다.  정규 6집 <래틀 앤 험>(Rattle and Hum)을 녹음하면서 유투는 선배 밥 딜런, 비비 킹을 초빙해 신곡을 담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곡이다. 당시 그들은 미국의 흑인 음악에 대한 탐구를 위해 직접 흑인 교회를 찾아가 가스펠 코러스를 협연을 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펼쳤다. 

이 곡은 게스트로 참여한 비비의 여러 히트곡 모음집/라이브 무대를 통해 소개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후반기 대표곡으로 자리 잡았다.

- '신스 아이 멧 유 베이비' (Since I Met You Baby)

이 노래 역시 원래 후배 뮤지션 게리 무어(Gary Moore)의 작품이다. 1980년대 헤비메탈 기타리스트로 음악계를 평정했던 게리는 1990년대 이후 정통 블루스 음악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예전 선배 기타리스트들의 곡들을 재해석하거나 새로운 블루스 곡을 만들어 발표하기 시작했다. 

걸작 <스틸 갓 더 블루스>(Still Got The Blues, 1990)의 뒤를 이어 공개된 음반 <애프터 아워즈>(After Hours, 1992) 역시 이러한 노선에 기반을 둔 작품인데 여기서 비비 킹은 경쾌한 록큰롤 리듬에 실린 '신스 아이 멧 유 베이비' 멋들어지게 부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이듬해 비비는 후배-동료 뮤지션들을 대거 기용한 <블루스 써밋>(Blues Summit)을 시작으로 1990~2000년대 콜라보레이션 성격의 정규 음반을 연이어 발표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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