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화면 밖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타와 작품을 위해 카메라 뒤에 서는 숨은 공신들을 조명합니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세요. [편집자말]
 2007년 11월 MBC에 입사한 서인 아나운서(37)는 <섹션 TV 연예통신> <찾아라 맛있는 TV > 등에 출연했고, 현재 <파워 매거진>을 진행하고 있다.

2007년 11월 MBC에 입사한 서인 아나운서(37)는 <섹션 TV 연예통신> <찾아라 맛있는 TV > 등에 출연했고, 현재 <파워 매거진>을 진행하고 있다. ⓒ MBC


"아...발끝을 살짝 들어보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지난달 MBC 월화드라마 <화정> 제작발표회 현장. 키가 큰 배우 이연희와 사진을 찍게 된 한주완의 안타까운 발짓을 놓치지 않고 중계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웬만해서는 웃지도 박수를 치지도 않는 기자들에게서 웃음이 터졌다. MBC 출입 기자들에게 익숙한 서인 아나운서(37)는 2007년 입사 이후 드라마, 예능 등의 언론 대상 행사를 진행해왔다. 최근 MBC 상암 신사옥에서 만난 그는 "사내 행사 진행만 여든 번이 넘었다"고 했다.

그동안 여유도 생겼다. 호응에 인색한 기자단 속에서도 이제는 친한 기자의 얼굴을 보면 힘이 나고, 소소한 개그에 웃어주는 이가 늘어나는 것도 느끼고 있단다. 기자들의 관심이 미처 닿지 못하는 조연이나 신인배우들을 위한 질문을 챙기는 것도 그의 일이다. 얼마 전에는 진행 경력을 살려,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에서 윤박-고우리의 약혼식 사회자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다.

될성부른 예능 꿈나무...'쉼표' 찍게 된 이유는

 서인 아나운서는 2008년 드라마 <에덴의 동쪽> 제작발표회를 시작으로 여든 번이 넘는 사내 행사 진행을 맡았다.

서인 아나운서는 2008년 드라마 <에덴의 동쪽> 제작발표회를 시작으로 여든 번이 넘는 사내 행사 진행을 맡았다. ⓒ MBC


사내 행사에서만 보기 아까운 입담에, 서 아나운서 역시 "재능을 펼칠 프로그램을 만나지 못하고 나이만 들었다"고 농반진반으로 자조했다. 서울대 체대 재학 당시 'MC인'으로 불리며 4년 내내 온갖 교내 행사를 진행한 경험을 자산으로 아나운서 준비 3개월 만에 CBS에 합격했고, 다음 해 MBC에 입사했다.

사실 서 아나운서는 MBC에 들어오자마자 예능 꿈나무로 키워졌다. 입사면접 때 '<생방송 화제집중> 오프닝을 해보라'는 주문에, 함께 진행을 맡은 가상 MC 현영의 성대모사까지 1인 2역을 해내며 심사위원들을 웃겨 될성부른 떡잎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잘 나가는 예능인 전현무가 KBS 아나운서 시절 경위서를 쓰면서까지 '루시퍼'를 추며 끼를 분출하는 동안, 그 역시 각종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 춤을 췄고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같은 짝짓기 예능에도 출연했다. 

그러다가 2012년 MBC 파업으로 쉼표를 찍게 됐다. 방송 대신 노조 집회 사회를 봤다. 서인 아나운서는 "6개월 프로그램을 쉬니 자연스럽게 감도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지금도 그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자동으로 완성되는 유일한 단어가 '파업'.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그나마 나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쉽게 복귀했다"며 "난 MBC가 정말 좋았다. MBC가 더 좋은 방송사가 돼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 노조원으로서 파업에 동참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아나운서, 늘 스포트라이트 받는 직업은 아냐"

 서울대에서 체육교육학과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그는 어릴 때 프로야구단 유소년 선수로 활동했지만 부상으로 운동을 계속할 수 없었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방송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

서울대에서 체육교육학과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그는 어릴 때 프로야구단 유소년 선수로 활동했지만 부상으로 운동을 계속할 수 없었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방송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 ⓒ MBC


마이크만 들기에는 쓸데없이 탄탄한 팔근육과 떡 벌어진 어깨가 체육인임을 말해준다. 태권도 3단에, 대학에서 농구와 재즈댄스동아리, 육상부 활동까지 했던 서인 아나운서는 중고등학교 때 이른바 '싸움짱'으로 유명했다는 설도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알았던 노홍철이 라디오에서 이를 언급했던 것을 두고 "홍철이는 '현대고 돌아이'로 유명했고, 나는 싸움 좀 한다고 알려졌지만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그는 "내 친구나 힘없는 애들을 괴롭히는 일진들은 때려줬는데, 지금은 걔네들하고도 잘 지낸다"고 웃었다.

나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온 인생이지만, 그는 "아나운서가 늘 밝은 데서 빛나는 직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면, '왜' 이 일을 원하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게 10년 가까이 일하며 얻은 깨달음 덕분에 할 수 있는 조언이다.

"아나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방송을 해요. 시청률이 낮은 심야, 교양,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일해도 행복한 사람이어야죠. 아나운서는 소속된 방송사의 모든 방송이 가능한 '직장인'이잖아요. 최고의 방송인은 아니지만, 가격 대비는 최고죠. 그렇게 성장해서 방송사의 정체성을 대표할 수 있을 때 스타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파도 타지 않는 사내 행사 진행을 꾸준히 맡는 것 역시, 그의 말처럼 "시간이 남아서"이기도 하지만, "방송사의 일원으로 프로그램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인 것이 크다. 비록 방송의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스태프는 아니더라도, 프로그램의 첫 단추를 끼우는 숨은 일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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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 아나운서 MBC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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