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승호 작가
 지승호 작가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과거 인터뷰는 기자들만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다변화된 현대 사회에서 기자만 인터뷰를 하진 않는다. 교수나 전문가 집단이 인터뷰를 해 책으로 출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바로 지승호 작가다.

2000년부터 인터뷰를 시작한 지 작가는 공지영 작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이상호 <GO발뉴스> 기자 등 정치·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해 인터뷰 집을 냈다. 그가 지금까지 낸 인터뷰집만 해도 40권이 넘는다.

그는 최근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와 <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2017 대선 박원순 VS 반기문>를 연이어 출간했다. 지난 18일 서울 남부 터미널 근처 커피숍에서 그를 만나 최근 연이어 출간한 인터뷰집 이야기와 함께 15년 동안 쌓인 인터뷰 노하우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지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근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와 <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2017 대선 박원순 VS 반기문>를 연이어 출간하셨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민주화가 후퇴했다는 얘기도 많고 해서 이슈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팸플릿 형태의 책이 필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이슈가 나오면 그 이슈에 대처하기 위해 책을 빨리 내고자 '철수와 영희' 출판사와 함께 '철수와 영희를 위한 대자보' 시리즈를 기획했어요. 책이 2천 권만 나가도 출판사가 큰 손해는 안 보거든요. 출판사 측에서도 이런 형태의 책들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해서 냈기 때문에 나름 괜찮은 책을 냈다고 만족하지만 판매가 거기에 한참 못 미쳐서 출판사에 미안해요."

- 성노동자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요?
"이 시리즈 자체에 '목소리 내기 힘들고 소외된 분들이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는 취지가 담겨 있기 때문에, 출판사와 책을 내기로 결정한 순간 인터뷰이를 알아본 거죠. 이분들은 성노동자운동을 계속해오신 분들이에요. 그래서 그 중 한 분을 먼저 인터뷰했는데... 아무래도 이론적인 부분이 강한 분이라, 보완하려고 성노동 하시는 분을 모셔서 여러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아무래도 성매매방지 특별법 위헌 심판 중이기 때문에 그 문제도 물었을 것 같아요.
"성매매 특별법 자체가 성을 판매하는 성 노동자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데요. (그 분들의 공동된 의견은) 그 부분에 대해 비범죄화를 해주면 좋겠다는 거죠."

고성국 박사를 인터뷰한 이유

- <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2017 대선 박원순 VS 반기문>은 고성국 박사와 인터뷰한 것이잖아요. 그도안 지 작가께서는 주로 진보 인사를 인터뷰하셨는데 고 박사와 인터뷰는 어땠나요?
"사실 고성국 박사도 예전에 운동권 출신으로 보수성향은 아니거든요. 평론가로써 진단을 할 땐 냉정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진보성향의 평론가는 진보 쪽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측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데 예측이란 건 냉정하게 해야죠.

2017년 대선이 박원순 대 반기문이라면 뜬금없다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 어쨌든 고 박사는 나름 자기 프레임으로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고 예측한 거예요. 그런데 무시하기 힘든 부분이 뭐냐면, 고 박사가 굉장히 주요한 선거를 여러 번 맞췄기 때문이죠. 야권이 이기고 싶다면 경청할 필요는 있거든요.

야권이 이길 수 있는 조건은 강화하고, 혹시 질 수 있는 약점은 보완해야 다음 선거를 이길 텐데... 야권은 이길 것 같다는 낙관적인 생각만 해서 스스로 행복해만 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쳤어요. 고 박사 이야기 중 저에게도 불편하게 다가온 부분도 있었는데 어쨌든 지금 시간이 조금 남았기 때문에 고 박사의 얘기가 맞든 그르든 한 번 체크해보고 야권의 강점과 약점을 돌아봐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인터뷰를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노동'이라고 하셨어요.
"저에게 즐겁다는 거죠. (인터뷰는) 정신노동이라는 측면이 강해요. 인터뷰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노동이 됩니다. 그러나 자기가 즐거워서 하는 건 재밌잖아요. 이 기자님도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듣는 것을 굉장히 재밌어서 하실 것 같아요. 그 기록을 누군가 읽고, 내가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똑같아요. 누군가 격려해주면 그 자체가 힘이 돼요. 반면 한국의 인터뷰 환경이 썩 좋지는 않아서 인터뷰어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네요. 그래서 즐겁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노동이 될 수 있겠죠."

- 생계는 어떻게 꾸려가시나요?
"제가 16년째 하고 있는데 그때그때 달라요. 힘들 땐 친구들에게 앵벌이 하고 은행 대출도 받고... 카드빚 못 막을 때쯤이면 팔리는 책이 나와서 빚 갚는 과정이 반복되었는데요. 지금 출판 시장이 예전보다 훨씬 안 좋아진 것 같아요. 그간 책을 꾸준히 내긴 했지만 몇 년 전부터 책이 너무 안 팔려서 다시 한 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아무래도 제가 어떤 매체에 속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요. 단행본으로 할 땐 최소 3개월은 만나야하잖아요. 기회비용이 있는 거니까. 일단 제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고 그 사람의 메시지 자체가 지금 시대에 필요하다는 조건에 있어야죠. 그리고 가끔은 자신을 인터뷰 해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해요."

- 인터뷰 준비를 상당히 꼼꼼하게 하는 걸로 알려졌던데. 어떤가요?
"갑자기 이틀 안에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요청이 올 때도 있는데 아무래도 상대를 제대로 모르고 가니까 힘들더라고요. 최소 일주일 정도는 그 사람 텍스트를 봐야 하고, 보통 2주 정도 필요하죠. 예를 들어 강풀 작가를 인터뷰한다면 강 작가 만화는 다 보고 가야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준비해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긴 하지만 즐거운 노동인 셈입니다."

- 인터뷰 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이슈를 다루는 대자보 시리즈 같은 경우는 대 여섯 시간 (인터뷰) 해서 나오기도 해요.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물으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죠, 그리도 두꺼운 책은 15~40시간 정도 걸려요. 강신주 선생 같은 경우는 50시간 정도 인터뷰를 했고요. 물론 준비 기간은 훨씬 더 길죠. 때에 따라서 책이 나오기까지 1~2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 인터뷰 기사나 인터뷰집 대부분은 문어체입니다. 그러나 지 작가의 인터뷰는 구어체인 것 같던데 구어체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프라인 신문들이 지면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문어체를 쓰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인터뷰를 좋아하는 분들은 옆에서 듣는 것처럼 편하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구어체를 문어체로 옮기면 그런 요소가 줄어들 거예요."

"인터뷰이 긴장 풀어주려고 가벼운 얘기 시작할 수도..."

- 한 인터뷰에서 "인터뷰가 제대로 안 됐다면 기자가 준비를 덜 했거나 준비를 해도 안 맞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하셨어요. 저도 그 말씀에 공감해요. 인터뷰이 중에는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때는 원하는 걸 어떻게 끌어내나요?
"정말 대답하기 싫어서 답을 안 하는 경우는 인터뷰어도 어쩔 수가 없겠지요. 다만 인터뷰이가 긴장해서 그런 거라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가벼운 얘기부터 시작할 수도 있고요. 인터뷰이가 인터뷰어를 아직 신뢰하지 못한 상태라면 얘기를 끌어나가면서 신뢰감을 준 후 전에 한 질문을 조금 바꿔서 다시 해보는 거지요. 그래도 대답을 안 한다면 한 번 정도는 더 시도해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답이 안 나온다면 그 얘기는 하기 싫은 거구나 하고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지 작가에 대한 인터뷰이들의 평이 좋아서 부럽더라고요. 지난해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가수 신해철씨는 지 작가를 '굉장히 신뢰가 가는 인터뷰어'라고 평했다고 하고 인터뷰 한번 한 사람이 또 인터뷰를 하자고 먼저 제안한다던데.
"인터뷰는 기록이면서 상담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놨는데, 이 얘기를 여기저기 발설한다든가, 자기 입장에서 유리한 부분만을 취해서 이용한다거나 하면 신뢰할 수 없겠지요. 물론 인터뷰는 공개를 전제로 한 이야기지만 민감한 부분이 있거든요. 만약 인터뷰 할 때 그 분위기에 취해서 맥락과 다른 얘기를 오버해서 할 수도 있는데, 그게 사람들이 꼭 알아야 될 부분이 아니고 정정을 바라면 해줘야죠.

어떤 경우엔 인터뷰를 길게 쓸 수 없으니까 한두 시간 만난 걸 압축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 압축한 내용이 맥락과 상관없이 상대방의 말을 잘라내면 다른 얘기가 될 수 있거든요.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은 그런 경험을 한두 번씩 한 거죠. 악의적으로 압축할 수도 있지만, 못 알아들어서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자기(인터뷰어) 프레임이 있기 때문에 그 기사 안에 인터뷰를 녹이다 보면 인터뷰이가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를 많이 해본 사람일수록 저를 신뢰하는 면이 있는 거죠. 저는 인터뷰이를 제 인터뷰에 구겨 넣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계속 일을 해 나가려면 지켜줘야 할 비밀은 지켜줘야 '이 친구는 내 이야기를 자기 프레임에 넣지는 않는구나'라는 신뢰가 생기는 것 같아요."

- 인터뷰에서 신뢰는 중요한데 어떻게 형성하세요?
"그건 시간을 통해 증명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정치적 입장이나 이런 것 때문에 저를 신뢰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 거고요. 그리고 인터뷰하는 동안에는 진심으로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자신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하고 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겠죠."

-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예요?
"김종필 전 의원도 재밌을 것 같고 박근혜 대통령도 하고 싶죠.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은)한국말 잘 못 한다거나 대화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인 것 같아요. 정말 대화가 안 되는 분이신지 실제 확인을 해보려고요. 대통령이 한국말을 잘하신다는 것을 증명해드리고 싶습니다.(웃음)"

"조선왕조실록 쓴 나라가 지금은 기록 안 하고 안 물어"

- 지 작가께서 생각하시는 인터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인터뷰를 준비하고, 그 사람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녹취를 풀고, 교정을 하는 과정이 예습하고 수업하고 복습하는 것과 비슷하거든요. 그걸 다른 사람과 나누는 거잖아요. 이게 집단학습이면서 사회적 기록일 수 있거든요. 그런 게 매력이죠.

한국은 조선왕조실록을 쓴 나라인데 지금은 기록을 안 하고 안 물어요. 기록은 어마어마한 힘이 있거든요. 사마천은 그 당시 어마어마한 모욕인 궁형을 당하고, 기록을 택해서 사기를 남겼잖아요. 그 당시 권력자들의 이름은 기억 못해도 우리는 사마천을 기억합니다. 사기를 통해서 그 시대의 역사를 읽고 당대의 사람들을 기억하거든요. 정약용도 마찬가지죠. 그도 정치적으로는 패배자였지만 유배를 가서 많은 기록을 남기니까 사람들이 정약용의 저서를 통해 그 시대 상황과 지식을 아는 거죠. 이런 면에서 기록은 매력이 있습니다."

- 지 작가께 인터뷰는 무엇인가요?
"설명하려면 길지만 최근 나온 책에 쓴 게 있는데요. 15년 전에 만났던 후배인데 오랜만에 만났어요. 후배가 무심코 어떻게 사냐고 물어서 이게 힘든 부분도 많고 경제적으로도 안 풀려서 자조적으로 '내가 무슨 영광이라고 이걸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운명 같은 게 아닐까?'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운명이 저에게 친절하진 않았죠. 근데 운명이란 단어는 굉장히 식상하잖아요, 그래도 그 얘기를 듣고 굉장히 심쿵해서 '그렇구나. 내가 만날 힘들다고 징징거리면서도 계속하고 있는게 그런 이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저 같은 듣보잡이 어마어마한 영광을 얻었죠. 저에게 대한민국 유일한 인터뷰어라고 해주시는 건 영광이자 조롱인데 강준만 교수에게 글쓰기가 뭐냐고 물으니 중독인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다른 것 필요 없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자료를 보고 만나 얘기를 듣고 녹취를 풀고 기록하는 자체가 저에게 제일 행복한 과정인 거죠.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골치 아프지만 그걸 할 때 가장 행복하니 하는 겁니다."

- 앞으로 계획 있으시면 부탁드려요.
"인터뷰어로서 절반 정도는 성공했고, 절반 정도는 실패했다고 봅니다. 인터뷰 환경을 개선하는데 전혀 기여하지 못한 점이 실패죠. 그동안의 인터뷰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조금 더 나은 인터뷰어가 되기 위해서 <인터뷰론> 내지는 <인터뷰 에세이>를 하나 쓰려고 합니다. 그걸 쓰고 난 후 약간의 휴식기를 가지면서 다른 일을 해야할지, 아니면 이 일을 계속해나갈지를 결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