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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3일(作心三日)'이란 말이 있다. 2015년 을미년도 거의 절반쯤 지났으니 한 번 돌아볼 때가 되었다. 새해 첫 날 올해 하려고 했던 '작심'들, 작심 3일 꼴이 되지는 않았는지? 올해 나의 작심은 '매일 108배하기'이다. 지금까지 5개월 동안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작심3일, 아니 작심3달도 넘었으니 얘기가 될 만하다.

나의 108배는 종교적인 목적은 아니다. 건강지키기 운동이다. 절은 온 몸을 굽히고 펴는 전신운동이다. 쉬지 않고 108번 절을 하려면 20여 분이 걸린다. 쉬운 일은 아니다. 운동량도 대단하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10배를 넘어서면 벌써 땀이 나기 시작한다.

사실 나의 108배는 2년 전 새해작심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3달도 채우지 못했다. 그때 '나의 108배'는 엄밀히 말하면 '하루 50배쯤'이었다. 하루에 108배씩 하는 것은 너무 힘드니 그날 그날 사정에 따라 30배에서 50배 정도로 하고 조금씩 그 수를 늘려갈 계획이었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정해 놓은 게 실수였다. 내가 만들어 내가 빠진 속임수였다. 어떤 날은 바쁘다고 20배쯤 하고, 어떤 때는 피곤하다고 30배, 어느 날은 전날 것 보충한다고 50~60배, 그러다 며칠 씩 빠지고 아예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100일도 못 채운 채 없던 일이 되었다.

올해는 처음부터 108배씩 꼭꼭 채워서 하기로 다짐했다. 그때까지 하던 다른 아침운동은 다 중단했다. 여행 갔을 때도 거르지 않았다. 여관에서도 새벽 5시 반쯤 일어나 베게만 치워놓고 이불 위에서 소리 안 나게 일어섰다 엎드렸다 한다. 곁에서 자는 사람도 모른다.

집에서는 거실에 담요를 깔아놓고 아예 웃통을 벗는다. 매일 새벽 5시 45분 시작하는 불교TV '백팔배대참회문'을 따라 한다. 좋은 점이 많다. 방송에서 말하는 모토, "종교를 초월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평화롭게…, 본래 참마음 찾는 소중한 시간"이 느껴진다. 몇 달 전보다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몇 번씩 멈추면서 걷던 산길도 쉬지 않게 되었다.

108개나 되는 참회문은 또 어떤가? 옷과 음식을 주고 세상을 살게 해준 선조와 인연, 자연의 은혜를 깨닫지 못한 참회, 감사, 발원의 구절들이다. 그중 한 구절만 외우고 새겨도 수양이 된다. 절하기가 '마음 비우기'이기 때문일까, 세상일도 잘 풀린다. 몇 년씩 생활을 조이던 일이 어느 날 해결되었다. 틀림없이 마음비우기 수행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2년 전 실패했던 108배를 올해 성공궤도에 올린 것은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날마다 108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쯤 건너뛰고 싶은 때도 있었다. 그걸 참고 견딘 것은 건강을 지키겠다는 결심 하나 가지고는 안 되었다. 그 계기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멘토 활동을 하면서 생겼다.

어느 날 '점심을 사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나의 멘티였던 취업준비생이 직장을 얻어 점심을 낸다는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같이 밥을 먹던 중 그 멘티가 "건강을 위해 하루 108배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했다.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었다. 그리고 다음 전화 올 때마다 '계속 잘하라!'라고 격려해주었다. 바쁜 초년직장생활하면서 날마다 108배를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러다 갑자기 '나는 안 하면서 너는 해라'고 말하는 게 뭔가 권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멘토는 '말보다 삶의 본을 보여 주는 멘토'라는데…, 멘티들에게 무얼 하라고 권하려면 내가 확실하게 한 번 실천해볼 필요가 있겠다, 취업준비생들에게 무언가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삶의 본보기를 이 걸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덕분에 나의 108배는 동력을 얻었다. 나 자신도 자신감을 얻었다. 아침마다 나의 108배가 작심3년이 되도록 열심히 절을 한다.

덧붙이는 글 | 멘토활동을 하면서 말보다는 삶의 본보기를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태그:#108배, #멘토 , #마음비우기, #자신감,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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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글로 쓰면 길이 보인다'는 가치를 후학들에게 열심히 전하고 있습니다. 인재육성아카데미에서 '글쓰기특강'과 맨토링을 하면서 칼럼집 <글이 길인가>를 발간했습니다. 기자생활 30년(광주일보편집국장역임), 광주비엔날레사무총장4년,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16년을 지내고 서당에 다니며 고문진보, 사서삼경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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