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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바위는 말이 없다
 부엉이바위는 말이 없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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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지난해 8월, 나는 서울 신교동 우당기념관에서 이종찬 관장,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와 만났다. 그날 3자의 만남은 2015년 8월 15일 광복절 전후로 <사진으로 보는 한국독립운동사>를 펴내려는 준비모임이었다. 사진자료는 이종찬 관장님과 이규상 대표님이 맡기로 하고, 나는 그 사진에 따르는 사진설명 겸 간략한 독립운동사를 쓰기로 했다.

그날 이후 그동안 집필기획과 자료준비를 해오다가 지난 2월 9일 나의 신간 장편소설 <약속> 출간 이후 본격으로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인 이달 초, 김해 가야대학교에 재직 중이신 김성 교수님께서 '남도 바람을 쐬고 가라'는 제의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당신이 맡은 <문학의 이해> 강좌에 '창작실기'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한 차례 한 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이틀에 걸쳐 두 차례 강의를 부탁했다. 첫날 강의는 5월 19일이요, 둘째 날 강의는 5월 21일로, 원주에서 다녀오자면 꼭 3박4일의 여행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김 교수는 특강 말미에 강의실에서 신간 <약속>의 사인회까지 마련해 주겠다고 하여 선뜻 그 제의에 응했다. 종이책 출판 수난의 시대에 그게 웬 떡인가.

가야대학교
 가야대학교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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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우리나라 의병사 연구에 교사 출신으로 독보적인 권위자인 이태룡 박사도 김해에 사는지라 이번 기회에 만나려고 전화를 넣자 그 반가워하는 목소리는, 두 손을 들고 환영하는 모습으로 환청처럼 들려왔다.

그 약속 날짜에 맞춘 탓인지 김해로 가기 전날인 지난 5월 17일 밤 1차 원고를 탈고했다. 즉시 이종찬 관장님에게 원고 감수를 메일로 부탁드리고, 이튿날 김해 행 버스에 올랐다. 그날 집을 나서자 치악산 멧부리에서 몰고 오는 5월의 훈풍에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잔뜩 묻어 있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남도로 가는 그 언저리에도 온통 아카시아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그 진한 향기를 버스 안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남도를 여행할 때마다 느낀 바지만 우리나라의 산하는 정말 아담하고, 아기자기하게 예쁘고, 아름답다. 몇 차례 일본을 여행하면서 두 나라 산하를 견주어 보면, 꼭 보리밥(일본) 먹다가 쌀밥(한국)을 먹는 기분이다. 일본 산하는 어딘가 거무튀튀한데, 우리나라의 산하는 밝고 맑은 산하로 산등성이도 부드럽기 그지없다.

일본은 1910년 우리나라를 통째로 삼킨 뒤, 1945년 미국 원자탄 두 방을 맞고 자기네들이 살기 위해 통째로 삼긴 한반도를 도로 게워냈다. 그래서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우리가 삼킨 조선반도인데…'라는 그런 탐욕을 그네들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음은 불을 보듯이 분명한 일이다. 그들은 언제든지 우리의 국력이 약하거나, 국론의 분열로 내란을 겪으면 침략의 마수를 또다시 뻗칠 것이다.

원주를 출발한 버스는 4시간도 안 돼 부산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주었다. 부산 범일동에 사는 막내 동생을 잠깐 만난 뒤 김해 행 경전철을 탔다. 처음 타본 경전철은 앙증맞게 예뻤다. 첫날밤은 김해 한옥체험관에서 여장을 풀었다.  

고즈넉한 김해의 아침거리
 고즈넉한 김해의 아침거리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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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1)

노무현 대통령 생가 옆에 핀 원추리꽃
 노무현 대통령 생가 옆에 핀 원추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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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이었다. 김해의 아침은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사방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김해는 분지로 낙동강을 옆에 끼고 남해와 맞닿아 있는 땅이 기름진 고장이었다.

숙소 언저리 '가야의 거리'를 산책한 다음 아침을 단단히 챙겨먹은 뒤 가야대학교로 향했다.

나이 든 늙은이가 이 세상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일은 아마도 그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지식과 체험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닐까.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가야대학교 가락관 308호 실에서 50여 명의 학생들에게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요약하여 쏟았다. 그들의 인생길에 보탬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흥미 유발하고자 고심 중, 이 고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장이기에 '말과 글의 중요성'을 강조 말로 그분의 예화를 들었다.

"김해 촌놈이, 부산고등학교나 경남고등학교 출신도 아닌 부산상고 출신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된 것은 말을 잘 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상대 측에서 장인의 좌익 활동을 문제 삼을 때, 그는 그 사실을 솔직히 시인한 뒤 아내는 결혼 후 아이들 잘 키우고 있고, 지금도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이런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고 정직하고 솔직하게 되받아 치는 그 한 마디로, 그분은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까지 되었습니다."

그 말 탓인지 학생들의 눈빛이 금세 초롱초롱해지고 두 귀를 쫑긋 세웠다. 강의가 끝난 후 나는 내 책을 구입하는 학생들에게 안 표지에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만년필로 일일이 써 주고, 내 이름을 서명해 주었다. 그러자 어떤 학생은 "부자 되세요"라는 말도 함께 써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회로 이어집니다.)


태그:#김해 , #가야대학교,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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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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