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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는 반성도 안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는 반성도 안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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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는 노건호씨를 '친노'로 규정했다. TV조선은 배후세력을 의심했다. 개인적인(것으로 알려진) 노건호씨의 추도사에까지 배후를 의심하다니, 시민들이 거리에서 든 '촛불'을 두고 배후를 의심했던 음모론과 딱 닮아 있다. 

여전히 '노무현'이란 이름은 블랙홀이다. 그가 등장하는 즉시 이슈가 되고, 논란이 재점화 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씨의 '직격탄' 역시 며칠간의 연휴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묘역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 인사말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여당을 향해 날린 직설은 이후 여야 정치권과 언론, SNS를 강타했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 벌써 6년 전이다. 그러나 '노무현'이란 이름 석자는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이용된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 사태 때도 그랬고, 지난 대선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건호씨가 "권력으로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사과나 반성은 필요 없지만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시라"고 비판 어린 충고를 한 배경이다.

주어는 없었지만, 대상은 명확했다. 노건호씨는 그를 두고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 선거판에서 읽어내고 아무 말도 없이 언론에 흘리고 나타나신 대인배"라며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혹시 내년 총선에 노무현타령, 종북타령 좀 안 하면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다. 본인도 그간 사건에 대해 처벌받은 일도 없고 반성한 일이 없으니 헛꿈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종편과 보수언론의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소설과 억측, 근거 없는 비난이 쏟아졌다. 일부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원한 있어도 상주가 추모객에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한 박지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가 부활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랄까. 헌데 추도사를 불편해하고 비판하는 측의 논리가 형편없다. 

"노건호 추도식 논란은 코미디 수준의 억측"

먼저 나이. 지겨울 때도 된 한국사회 특유의 이 '나이' 운운이 노건호씨에게까지 드리워질 줄이야. 1973년 생인 노건호씨는 우리 나이로 올해 43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취임한 나이이며, 386세대는 언급할 것도 없이 현재 여야막론하고 이보다도 젊은 국회의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노건호씨가 어디 자신의 발언에, 그것도 전 국민이 지켜보는 추도식 자리에서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할 연배인가. 그보다 그가 그런 추모문을 낭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상황을 돌아보는 것이 먼저 아니던가.

그리고 배후. 25일 JTBC <뉴스룸>에 전화 인터뷰를 한 김경수 노무현재단 경남지역위원회 공동대표는 "건호씨가 인사말을 할 때까지는 내용을 전혀 몰랐다. 건호씨 본인도 본인이 직접 혼자 준비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 직후, 김경수 대표는 자신의 SNS에 이런 소회를 적었다.

"노건호씨의 추도식 인사말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코미디 수준의 구구한 억측과 논란에 대해 JTBC 손석희의 뉴스룸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런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참담한 현실이 서글픔을 넘어 분노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렇다. 억측이라고 해도 믿지 않을 이들, 특히나 종편 패널들은 "혼자 썼을 리가 없다", "이해찬 전 장관이나 '친노'들이 도와줬지 않겠느냐"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 여당 의원 입에서는 이른바 '기획 추모사' 언급까지 나왔다.

고인이 된 아버지를 부관참시하는 세력들을 향해 6년이나 지난 후에, 그것도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으로 한 발언을 두고 벌이는 '설레발'들이 안쓰럽다고 해줘야 하나. 더구나 주변에서 극구 부인하고 있는 출마설까지 흘리는 일부 언론들에겐 답이 없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심지어 (설령 다음 총선이 아니라 언제가 됐든 노씨가 정치를 하는 것과 무관하게) 노건호씨의 추도사가 비정치인이라 부적절한데, 정치인이었으면 가능했다는 말로 들릴 지경이다.

노건호씨의 예의를 누가 재단하는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NLL 발언 발설자로 지목된 김재원 의원이 2013년 6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의원에게 다가가 해명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NLL 발언 발설자로 지목된 김재원 의원이 2013년 6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의원에게 다가가 해명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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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의. 노건호씨의 직격탄이 추도식의 분위기와 맞지 않았다는 의견들인데, 이를 두고선 충분히 개개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비정치인, 일반인인 노건호씨가 (정치적 계산 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호소할 자리가 과연 존재하는지를 헤아리는 것이 먼저 아닐까. 노씨가 겨냥한 김무성 대표에 대한 화살도 다르지 않다.

그 '예의'에 관해서는 김무성 대표도 결백할 순 없을 것 같다. '김무성 대표가 노무현재단 측에 참석 여부를 알리지 않고 다수의 경찰 병력을 대동하고 나타났다'는 논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재단측에 따르면, 김무성 대표측은 추도식 하루 전날인 22일이 돼서야 공식 참석 여부를 확정했고, 노무현재단측도 이에 따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자, 26일 채널A는 노무현재단측이 새누리당에 김 대표의 추도식 초청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당초 문성근씨 등이 김무성 대표의 '무례'를 들며 제기했던 주장을 반박하는 후속 기사가 나온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김경수 공동대표의 말이 정답에 가까워 보인다.

"조문이나 추도식에 참석할 때는 최소한 자신이 추도식에 왜 오는지, 그 다음에 추도식에 참석할 때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거라면 유족들에게 본인이 혹시 뭔가 과거에 유족들과 관련해서 잘못이 있거나 하면 거기에 대해서 최소한의 유감은 표시하고 오는 게, 그게 예의 아닙니까?"

상주 운운한 박지원 의원에 이에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역시 "적절하고 필요했지만 장소가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각에서 노씨에게 비판을 제기하는 것처럼, 김무성 대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정치공학적 효과를 낳을 것이란 결과론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노건호씨가 추도식에서 한 호소가 과연 김무성 대표와 여권에게만 향했다고 볼 수 있을까.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시라"라는 일침에서 여전히 친노-비노 헤게모니 싸움에 치우쳐 그 반사이익을 여당에게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새정치연합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노무현이란 블랙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새정치

무기력증과 보신주의. 아마도 작금의 거대 제1야당 새정치연합을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두 키워드일 것이다. 그 어떤 의제, 어떤 프레임이든 여당에 끌려가기 일쑤인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갈등에 친노-비노 싸움에만 매몰돼 거기에 공력을 들이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야권의 4.29 재보선 참패는 이미 예견돼 있었을지도 모른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정당에게, 심지어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재보선에서 '묻지마 투표'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6주기 추도식 때 일부 야당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던 천정배 의원의 호남 당선도, 뒤이은 손학규 전 고문에 대한 호출도 분명 의미심장한 결과다.

반면 각종 악재에도 야당으로부터 반사이익을 얻는 여당은 땅 짚고 헤엄치기의 연속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보자. 당장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것이 노무현 정부 막바지 특별사면 아니던가. 수차례 반복되어온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흠집 내기와 물타기를 야당이 언제 보란 듯이 반전시킨 적이 있었던가.

쉽지 않은 정국이라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야당의 무능력 혹은 무기력증이야말로 혁신의 대상이어야 마땅하다. 거기에 실체가 그리 명확하지 않은 '친노'를 둘러싼 갈등까지 전국민에게 공표됐다. 이번 노건호씨의 울분과 호소 역시 절반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문재인 대표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기구 위원장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임명했다. 안철수 의원이 거절하고,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고사한 그 혁신위원회가 드디어 닻을 올린 셈이다. 그러자 시작부터 호남과 386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보도되는 가운데, 한쪽에서 새정치연합 초재선의원들처럼 환영의 뜻을 밝히는 그룹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결국 이번 김상곤 혁신위의 활동은 수술에 가까워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분당까지 각오하는 기세가 아니라면 내년 총선은 물론 향후 대선까지도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다. 최소한 조국 교수의 표현대로 '자신의 살을 베어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육참골단'의 시늉이라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새정치연합이 이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다. 다만 더 이상 노무현이란 블랙홀을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이용하고 활용하는 일은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친노든, 비노든, 노무현 대신 혁신이 살 길이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태그:#노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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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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