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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은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덜한 문화활동을 즐기고 있다. 문화예술 동호회 참여율이 가장 높으며, 창작적 취미활동이 가장 높다. 또한 삶의 만족도가 타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아 문화예술로 행복한 황혼을 보내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면모를 보여준다.
▲ 60대 이상은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60대 이상은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덜한 문화활동을 즐기고 있다. 문화예술 동호회 참여율이 가장 높으며, 창작적 취미활동이 가장 높다. 또한 삶의 만족도가 타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아 문화예술로 행복한 황혼을 보내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면모를 보여준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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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요새 배우는게 있는데…."
"뭔데요?"
"하모니카야! 하모니카"
"하모니카?"

뜬금없는 얘기였다. 가끔 부모님 집에 갈때면 어김없이 부엌의 구석진 곳에 켜켜이 쌓인 두꺼운 악보와 멋스러운 하모니카 몇 개가 눈에 띈다. 뭘 배우시나? 

"요새 노인복지회관에서 하모니카를 배우거든…. 근데 하모니카가 이렇게 재밌는지 미처 몰랐네.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 젊었을 때부터 열심히 해둘걸 그랬어"
"뭐라도 열심히 하면 좋지…. 그나저나 무슨 하모니카가 이렇게 많아요?"

집안 여기저기 비슷한 하모니카가 몇 개가 굴러다닌다. 겉으로 보기엔 그게 그거인 하모니카를 수집하는게 취미인가 싶었다.

"모르는 소리하지마. 이게 별거 아닌거 같아도 모양에 따라서 음감이나 깊이가 다 달라요. 우리반 선생님은 24개나 있는걸."

올해로 65세를 넘겨 지하철을 공식적으로 무임승차할 수 있는 "노인"에 들어선 어머니는 오늘도 노인복지센터에서 배우는 하모니카에 목숨을 걸 정도다. 당분간 집안에서 하모니카 소리가 끊이지 않을것 같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문화예술교육 현실

노인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시작된 것은 2006년부터이다. 이전까지는 노인에 대한 문화정책보다는 최소한의 복지 차원에서 진행하는 노인대상 교육프로그램에 불과했다. 그나마 노인복지회관에서 진행하는 건강체조, 노래교실, 탁구 등 전통문화와 체육과 같은 다소 제한된 영역의 단순 강습에 그쳤다.
▲ 노인의 문화예술교육 실태 노인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시작된 것은 2006년부터이다. 이전까지는 노인에 대한 문화정책보다는 최소한의 복지 차원에서 진행하는 노인대상 교육프로그램에 불과했다. 그나마 노인복지회관에서 진행하는 건강체조, 노래교실, 탁구 등 전통문화와 체육과 같은 다소 제한된 영역의 단순 강습에 그쳤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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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용어가 있다. 7% 이상을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을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을 후기고령사회(Post-aged Society) 또는 초고령사회라 한다. 지난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23만명에 달해 시 전체 인구의 12.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화사회인 서울은 매년 6만명 이상이 노인인구로 유입돼 2019년에는 고령사회로, 2027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나이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이다.

노인(老人)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말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고, 박물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노인이라는 단어속에는 부정적 의미가 곁들여져 이에 대한 용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98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공모를 통해 '어르신'이라는 용어를 선정한 바 있으며, 노인복지관의 대체 명칭으로 '어르신행복관'이 선정되기도 했다.

중년에서 노인으로 넘어가면서 미묘한 어감의 차이가 발생한다. '중년 남성'과 '중년 여성'과 같이 성별로 구분되는 것이 '남성 노인'과 '여성 노인'과 같이 '나이 듦'에 대한 부분이 유독 강조되는 늬앙스로 바뀐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노인을 '우리와 다른 그들' 또는 '일반적이고 익숙한 존재가 아닌 이상하고 낯선'존재로 인식하게 됐다.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이 시기에 노인에게 필요한 문화예술 현황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이 없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노인은 문화만족이 삶의 만족으로 연결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어르신 특화 시민문화예술교육인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유일한 사례이다. 음악, 시각, 연극 등 다양한 문화예술에 대한 통합적, 심미적 참여 기회를 통해 노년기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지역별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발굴 지원하고 있다.
▲ 꿈꾸는 청춘예술대학 어르신 특화 시민문화예술교육인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유일한 사례이다. 음악, 시각, 연극 등 다양한 문화예술에 대한 통합적, 심미적 참여 기회를 통해 노년기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지역별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발굴 지원하고 있다.
ⓒ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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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은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덜한 문화활동을 즐기고 있다. 문화예술 동호회 참여율이 타 연령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66.2%/전체 평균 35.4%), 특히 예상 외로 타 연령 대비 여가활동 중 TV시청비율이 가장 낮고(48.6%/전체 평균 61.3%), 창작적 취미활동은 가장 높은 특징(44.6%/전체 평균 37.0%)을 보여준다. 이들의 삶의 만족도가 타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아(74.4점/전체 평균 71.3점) 문화예술로 행복한 황혼을 보내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면모를 보여준다."

노인의 문화예술 현황에 관한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작년 12월에 발표한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가 그것이다. 이 연구조사에서는 서울시민이 누리는 문화생활에 관한 실태를 파악했으며, 문화예술 활동에 깊게 관여한 사람들의 특성을 연령대로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60대 이상 노인들에 대한 문화예술 환경을 심도깊게 분석했다는 것이다.

노인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시작된 것은 2006년부터다. 이전까지는 노인에 대한 문화정책보다는 최소한의 복지 차원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노인정책은 국민연금(1988), 노령수당(1991) 등 소득보장정책을 중심으로 약간의 사회복지 서비스 수준이었으며, 이마저도 문화전문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노인복지회관에서 진행하는 건강체조, 노래교실, 탁구 등 전통문화와 체육과 같은 다소 제한된 영역의 단순 강습에 그쳤다.

(사)문화다움 추미경 대표는 "노인에 대한 프로그램이 이처럼 열악한 환경속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 시작되면서 노인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이 시작됐다"며, "지자체의 독자적 노인대상 사업으로는 서울문화재단이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이 대표적이며, 가장 최근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하는 노년 주도적 문화교육 프로그램 "인생나눔교실'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의 문화예술교육은 수동이 아니라 행동의 주체로 고려해야 한다

임미혜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은 "전 생애주기별로 평생교육의 차원에서 누구나 학습에 대한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며, "단순히 인문학을 통해서 머리를 깨우치는 것에서 나아가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경험과 체험으로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행위를 실천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노인의 문화예술교육 임미혜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은 "전 생애주기별로 평생교육의 차원에서 누구나 학습에 대한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며, "단순히 인문학을 통해서 머리를 깨우치는 것에서 나아가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경험과 체험으로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행위를 실천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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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대학로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에서 '노년의 삶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주제로 <2015 서울예술교육포럼>이 진행됐다. 이날 진행된 포럼에서는 그동안 심도깊게 다루지 못했던 노인과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두 가지 주제발표가 주목을 받았다. '노년의 이해와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방향'과 '노인 문화예술교육 추진동향 이슈'이라는 내용으로 노인에 대한 생태학적 이해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대한 분석과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노인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노인은 양보, 배려의 대상이나 교육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들을 주제로 한 문화예술적 연계보다는 인간의 본질에 관한, 나이 듦과 성숙, 삶에 대한 성찰과 가치부여 등의 활동으로 연계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추미경, 문화다움 대표)

"노인들에 대한 이해를 근거로 한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화와 세분화가 필요하다. 예술이기 때문에 관계없이 동일한 내용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노인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문화예술교육 개발이 필요하다" (한정란, 한국노년교육학회장)

"우리는 노년을 문제로 바라보고 대처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노년 '문제'가 아니라 노년 '존재'로서 보려는 우리 안의 인식의 전환이고, 이에 따른 예방적 사회정책이 필요하다" (고영직, 문화평론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전 생애주기별로 평생교육의 차원에서 누구나 학습에 대한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 단순히 인문학을 통해서 머리를 깨우치는 것에서 나아가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경험과 체험으로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행위를 실천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임미혜,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팀장)

과거 노인을 대상으로 했던 복지 중심의 방식에서 탈피해 노인이 주체가 되는 교육과 복지가 동행하는 교육정책을 고민을 해야 할 시대가 왔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은 665만 명에 이른다. 앞으로 20년 후인 2030년에는 4명 중 1명이 노인이 될 것이다. 노인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의 고민은 더 이상 여유있는 자들의 선택이 아닌 우리의 미래를 다루는 문제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태그:#노인문화예술교육, #꿈꾸는 청춘예술대학, #노인, #문화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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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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