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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하고 있다.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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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잘나가는 '친이'(친 이명박)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그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다.

물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 및 청문회 거짓말 논란으로 낙마해 '해피엔딩'에 이르진 못했다. 만약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면 그는 '40대 총리'라는 폼나는 '레테르'를 달고 친이계의 차세대 주자로 발돋움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던 김 최고위원이지만 요즘 그는 '친이'의 옷을 벗은 것처럼 보인다. 그의 정치 행보에는 '친박'(친 박근혜)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노골적인 '유승민 찍어내기'에 그는 어느 친박 보다 더 친박처럼 앞장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런 김 최고위원을 두고 '신(新)박'이라고 부른다.

친이에서 '신박'으로 변신한 김태호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 최고위원은 '신박'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또다시 공개적으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최고위원회가 고성과 막말, 심지어 욕설까지 오가는 난장판이 되는 단초를 제공했다(관련기사 : 김태호 "콩가루 집안 잘 되나?"... 회의 중 고성·욕설, 김무성 퇴장).

김무성 대표는 이날 김 최고위원이 "그만 하라"는 자신의 요구를 무시하자 "회의를 끝내겠다"라면서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김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에도 "한번 (유승민 사퇴) 발언을 했으면 됐지 또 다시 중복, 삼복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의에 벗어난 일"이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자제령에도 유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6월 29일 열린 평택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홀로 유 원내대표를 향해 사퇴 공세를 펼쳤다. 당시 최고위원회의는 새누리당이 제2연평해전 희생자를 추모하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평택 지역의 민생 점검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자리였다.

당초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던 친박계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도 이 같은 회의 성격을 감안해 아예 불참하는 쪽을 택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개 충돌 없이 회의가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김 최고위원이 불쑥 나서 "당·청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유 원내대표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또 김 대표를 향해서도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원내대표 문제를 해결하고 가는 게 통합의 진정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결단을 촉구했다.

당시에도 김 대표는 못마땅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오늘 회의 주제는 메르스 극복과 제2연평해전 관련 내용"이라면서 "회의 전에 부탁을 했는데 협조가 안 됐다"라고 지적했다.

최고위원 사퇴 카드까지 던졌던 김태호의 '김무성 흔들기'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하며 언쟁을 벌이자 김무성 대표가 "그만해"라고 말하며 제지하고 있다.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하며 언쟁을 벌이자 김무성 대표가 "그만해"라고 말하며 제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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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행보를 두고 "해도 너무 한다"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최고위원이 당내 갈등과 분란을 오히려 더 키우고만 있다"라며 "당·청 관계를 바로 세우겠다는 전당대회 때 다짐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의 '청와대 코드 맞추기'는 친박계와 교감 아래서 이뤄지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전례도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김 대표가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청와대의 맹공격을 받고 고개를 숙였을 때, 청와대의 가려운 곳을 긁듯 '김무성 흔들기'에 나섰다.

그는 김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에게 염장을 질렀다, 가슴이 많이 아프실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청와대가 요구하고 있는 경제관련 법안 처리 지연을 거론하면서 "국회가 밥만 축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라면서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돌발 선언을 했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사퇴가 이어졌다면 김무성 체제가 붕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여권에서는 친박계의 김무성 지도부 와해 작전이 벌어진다면 그 방아쇠는 김 최고위원이 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의 친박 행보를 두고 여당 내에서는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이 없지 않지만,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향한 그의 구애는 대권을 겨냥한 정치적 차별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친박 구애 행보 속에 사라진 '만사당통'의 약속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사진은 지난해 7월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지역 3차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사진은 지난해 7월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지역 3차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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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김 최고위원은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분류된다. 여기에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지만 마땅한 차기 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김 최고위원이 '친박 열성당원'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친박의 공백을 파고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또 잠재적 경쟁자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흔들어야 할 필요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차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친박계를 파트너로 삼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지난해 최고위원 사퇴 파동 때도 그런 뒷말이 많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의 '신박' 행보는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내놨던 수직적 당·청 관계 청산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그는 당시 "집권 여당이 청와대의 눈치만 봐서는 안 된다"라면서 "청와대가 우리 당의 출장소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당의 역할을 반듯하게 재정립해 '만사당통'을 이루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당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만사당통'의 약속은 김 최고위원이 친이에서 신박으로 계파 세탁에 나선 사이,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만사당통이 사라진 자리엔 '청와대 2중대'라는 오명이 선명하다.


태그:#김태호,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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