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DVD로 보았던 영화 <평화로운 전사>를 보고 머리를 한방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이유는 동양인이 아닌 서양인이 명상의 기본원리를 너무나 잘 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나는 명상지도자로써 영화 속 주인공 댄의 멘토인 소크라테스의 훈련방법이 흥미로웠다. 마치 고대 요가서적에 나오는 훈련방식을 현대적으로 풀이해 놓은 것 같았다. 더불어 오랜 영적 정신세계가 축적된 한국에서 먼저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운 생각에 잠겼었다.

평화로운 전사 영화 포스터.

▲ 평화로운 전사 영화 포스터. ⓒ 카미 위니코프 등


나는 오늘 이 영화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영화를 다시 만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영화에서 소크라테스는 같은 자리에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며 삶의 규칙 중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고 내가 보는 관점에 따라 이 영화는 더 이상 그 전에 보았던 그 영화가 아닌 것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덴과 소크라테스의 대화는 주옥같은 명언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에 와 닿는 단어는 단 하나 '견뎌냄' 이었다.

순간 집중 다리에서 댄을 물에 빠뜨린 후 '자네 마음을 비운 거네'

▲ 순간 집중 다리에서 댄을 물에 빠뜨린 후 '자네 마음을 비운 거네' ⓒ 카미 위니코프 등


영화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알려주며, 다리가 산산조각 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덴은 촉망받는 젊은 국가대표 체조선수이지만 새벽 3시가 되면 잠에서 깨어 자신조차 왜 깨어서 돌아다니는지 모른채 방황한다. 댄은 편의점에서 철학적 이야기를 꺼내는 소크라테스를 만나게 되고 삶을 통찰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첫 장면에서 시사했듯이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다친 덴은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 지고 삶을 포기하려 하는 과정 속에 멘토인 소크라테스의 도움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견뎌낸다.

사고 후 좌절하는 덴 트로피를 박살내는 장면

▲ 사고 후 좌절하는 덴 트로피를 박살내는 장면 ⓒ 카미 위니코프 등


전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며, 올림픽 출전권을 놓치게 되는 위기의 상황에서 소크라테스는 견뎌내라고 조언한다. 삶에는 세가지 규칙이 있다고 한다. 역설(Paradox), 유머(humor), 변화(change)이다.

삶은 신비로워서 그것을 머리로 알아내려고 시간낭비하지 말며, 유머감각을 유지하라고 한다. 그건은 모든 것을 넘어서는 힘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변하며 무상하다는 것을 알라고 한다. 나는 이 세가지 법칙을 이해하며 전사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잘 견뎌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견뎌내라. 

모든 사람들이 자네 같은 곤경을 겪어.
댄 자네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면 견뎌라.
원하는 것을 얻었어도 견뎌라. 그것을 영원히 간직하지 못할 것이니.
-댄과 소크라테스 대화 중-

나는 오늘 무엇을 견뎌내고 무사히 여기에 있는가를 바라보았다. 낮에 아들과 싸운 아들 친구 엄마의 싸늘한 눈빛을 견뎌냈고, 설거지하며 느꼈던 손목의 시큼거림을 견뎌내었고, 내일 다시 아이들의 싸움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견뎌내고 지금 순간의 내 감정과 내 숨결을 살펴 보았다.

"그래도 잘 산 하루구나."

지금 이 순간도 어떻게 잘 견뎌내며 살아가야 하는지 소크라테스의 지혜는 덴과 같이 행동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진정한 전사가 되기 위해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전사로 살아가야 하는 것. 절대로 삶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것임을 영화에서는 잘 말해주고 있었다.

평화로운 전사 명상 견뎌냄 현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