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극장야구가 또 한 번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다. 한화는 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9회말 2사 2루에서 터진 정근우의 끝내기 적시타에 힘입어 7-6으로 승리했다.

NC를 상대로 이틀 연속 똑같은 점수로 1점차 승리를 따낸 한화는 최소한 위닝시리즈를 확보하며 지난달 19~21일 마산 3연전 싹쓸이 패배를 설욕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한화는 3연승의 순항을 이어가며 41승 36패. 5할승률에 +5를 더하며 5위를 유지, 전반기 5강 진입에 청신호를 밝혔다.

한화는 초반 NC의 장타력에 고전했다. 선발 배영수가 3회 나성범에게 우월 2점 홈런, 4회엔 선두타자 모창민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내줘 0-3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반격에 나선 한화는 4회 김태균의 2타점 적시타와 이성열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만들어 승부를 원점을 돌렸다. 여기에 주현상의 적시 2루타와 허도환의 중전 적시타가 더해지며 5-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경기는 동점을 거듭하며 팽팽하게 진행됐다. NC는 6회초 한화 필승조 박정진을 상대로 이종욱과 나성범이 적시타를 때려내며 5-5 동점이 됐다. 한화는 8회 이종환의 적시타로 다시 한 점을 앞서갔으나, 9회초 마무리로 올라온 권혁이 1사 1.2루에서 지석훈에게 동점타를 내주며 6-6으로 이날 경기 3번째 동점을 허용했다. 한화는 역전패의 위기에까지 몰렸지만 계속된 1사 1,2루에서 권혁이 대타 박민우와 용덕한을 연이어 삼진 처리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치열했던 승부 마지막 순간에 한화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허도환이 NC 마무리 김진성에게 볼넷을 얻어 출루한 뒤 이용규의 번트로 2사 2루 찬스를 만들었다.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정근우가 좌익선상 적시타를 작렬하는 끝내기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는 올시즌 프로야구 10개구단 중 최다 끝내기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날 NC전은 한화의 5번째 끝내기이기도 했다. 반면 한화는 끝내기 패배도 6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한화가 유독 끝내기 경기가 많은 것은 김성근 감독 특유의 총력전과 무관하지 않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투타 전력을 총동원하는 '포스트시즌식' 경기 운영을 펼치고 있다. 한화의 전력상 정상적으로는 다른 구단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변칙적인 야구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많은 투수들을 기용하는 벌떼야구는 김성근 감독의 전통적인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한화가 끝내기 승부를 펼친 경기에서는 대체로 많은 투수들을 기용했고 불펜을 일찍 가동한 경우가 많다. 지고있는 상황에서 따라잡은 경기가 대부분이다. 끝내기 승패의 비율은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내용적인 면으로 들어가면 그만큼 이길만한 경기를 진 것보다는, 질뻔한 경기를 대등하게 끌고간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면은 역시 한화 야구에 끈끈함과 뒷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한화는 최근 6시즌 동안 5차례나 꼴찌를 기록하면서 선수단 내부에 암암리에 패배주의가 형성되어있었다. 지고있는 경기에서는 미리 승부를 포기하고 대패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치열한 승부근성이나 프로다운 오기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한화는 전력을 떠나 리그에서 가장 이기기 쉽지 않은 팀으로 변모했다. 정근우, 강경학, 김경언 등 매번 다른 선수들이 끝내기의 주연으로 떠오르고, 밀어내기 볼넷과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등 결정적인 찬스에서 반드시 필요한 1~2점을 만들어내는 루트도 훨씬 다양해졌다. 그러한 치열함과 집요함 때문에 올시즌 한화야구가 재미있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김성근 감독이 평가한 것처럼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선수단 내부에도 웬만한 경기는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단점은 매 경기를 총력전처럼 치르다보니 마운드, 특히 필승조에 대한 과부하가 심하다는 것이 꼽힌다. 박정진과 윤규진, 권혁 등 한화의 필승조 3인방은 올시즌 유독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승패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접전이 많다 보니 부득이한 면도 있지만, 종종 지고 있거나 크게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필승조가 투입되는 빈도가 잦다.

지난 2일 KIA전에서처럼 7점차로 리드한 상황에서도 필승조 3인방이 모두 등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권혁은 결국 이날부터 또다시 3일연속 연투를 기록했다. 올시즌만 벌써 7번째다. 권혁은 한화 마운드에서 가장 많은 끝내기 패배(4회)를 기록한 투수이기도 하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마운드 운용을 펼치고 있는 한화가 안고있는 불안요소다. 올시즌 후반기까지 불펜진에서 더 이상의 전력 이탈없이 관리할 수 있느냐가 한화 돌풍의 남은 숙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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