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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과 청학동 훈장들이 6일 오전 경남 하동군 청학동에서 열린 '기가 창조마을' 선포식에서 안전 드론 시험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과 청학동 훈장들이 6일 오전 경남 하동군 청학동에서 열린 '기가 창조마을' 선포식에서 안전 드론 시험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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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 소리와 함께 '드론(소형 무인 비행체)'이 날아오르자 청학동 훈장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해발 800m 산촌 마을에서는 보기 어려운 최첨단 기기였기 때문이다. KT에서 청학동에 기증한 이 드론은 앞으로 조난자 위치를 파악하거나 수해로 고립된 주민에게 긴급 구호물품을 실어나를 예정이다.

황창규 회장 "전통적 유토피아 청학동을 기가토피아로"

KT는 6일 낮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청학동에서 '기가 창조마을' 선포식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전남 신안군 임자도를 시작으로 경기도 파주 대성동,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에 이은 네 번째 '기가 스토리' 프로젝트다. KT는 그동안 청학동처럼 산간도서 오지에 있는 농어촌 마을을 정해 기가(1Gbps)급 인터넷 인프라와 최신 IT 솔루션을 설치해 왔다.

이날 행사엔 '창조마을'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과 이준원 농림수산식품부 차관보를 비롯해 윤상기 하동군수, 김봉학 이장, 김덕준 청학촌 촌장 등 지역 유지들이 총출동했다.

하지만 이날 주인공은 단연 10여 명에 이르는 마을 훈장들이었다. 자르지 않은 긴 수염에 머리에 쓰는 유건과 전통 한복을 차려입은 이들의 모습은 드론, 비콘, 모바일 전자칠판 같은 최첨단 IT 제품들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황창규 회장은 이날 "청학동은 예로부터 신선들이 사는 마을로 불리는 한국의 유토피아"라면서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전통의 유토피아 청학동을 21세기 새로운 기가토피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KT는 지리산 청학동 곳곳에 근거리 무선 통신 장치인 비콘을 설치해 스마트폰 앱으로 관광 안내와 안전 정보를 제공한다.
 KT는 지리산 청학동 곳곳에 근거리 무선 통신 장치인 비콘을 설치해 스마트폰 앱으로 관광 안내와 안전 정보를 제공한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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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선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청학동에서 선보인 안전 드론을 비롯해 관광지용 비콘, 모바일 전자칠판 기술 등은 KT에서 처음 상용화한 것이다.

우선 마을 곳곳에 200개의 비콘을 설치해, '청학동'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이 지나가면 각종 관광 정보와 안전 정보를 한중일 3개 국어로 자동으로 알려준다. 청학동 삼성궁, 도인촌 등 관광명소를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초 신라 학자인 최치원의 시를 빌어 하동군 화개동 일대를 '호리병 속의 별천지(호중별천)'라고 소개하면서 청학동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크게 늘 전망이다. 실제 이날 청학동 하동군 관광안내소 직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사천 공항과 중국 전세기 직항 편이 마련돼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문이 급증했지만 지금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다시 수그러든 상태다.

또 KT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애니랙티브가 개발한 모바일 전자칠판 '비터치(betouch)'는 청학동 작은 도서관을 '기가서당'으로 탈바꿈시켰다.

청학동에서 20년 넘게 서당을 운영해온 강동균(56) 훈장은 이날 전자칠판으로 서울 동자희망나눔센터에 있는 외국인 제자들과 온라인 화상 수업을 진행했다. 강 훈장이 붓으로 종이에 쓴 한자는 그대로 전자칠판에 옮겨져 제자들의 스마트폰 화면으로 전송됐고, 일본인 제자가 따라 쓴 글씨도 곧 청학동에 있는 칠판에 바로 나타났다.

"청학동에 IT 기술은 천지개벽"... 무용지물 안 되려면

청학동 훈장 강동균씨가 6일 낮 모바일 전자 칠판인 '비터치'를 이용해 서울에 있는 외국인 제자와 원격 수업를 하고 있다.
 청학동 훈장 강동균씨가 6일 낮 모바일 전자 칠판인 '비터치'를 이용해 서울에 있는 외국인 제자와 원격 수업를 하고 있다.
ⓒ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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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부부터 4대째 서당 훈장을 해왔다는 강 훈장은 "청학동까지 이런 기술이 들어왔다는 건 천지개벽할 일"이라면서도 "그래도 직접 제자들 앞에 앉혀놓고 붓글씨로 써서 보여주는 것만 못하다"고 털어놨다.

강 훈장을 비롯한 청학동 훈장 2명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대성동 '기가스쿨', 임자도 '기가아일랜드'에 있는 오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가 서당'을 진행할 예정이다.

380여 명이 살고 있는 청학동 전통 지역에는 한자 서당만 14곳에 이른다. 전국 곳곳에서 유학 오는 학생들이 늘면서 청학동도 점점 외부 소통이 늘고 있다. 여기에 '기가 창조마을'을 계기로 온라인 소통도 늘 수밖에 없다.

강 훈장은 "청학동이 외부에 폐쇄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폐쇄적이지 않다는 걸 알리고 싶다"면서 "(기가 창조마을이) 들어와서 마을의 새로운 발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10여 년 전에도 인터넷 강의를 시도한 적 있다는 강 훈장은 "자연보다 큰 스승이 없다는 말이 있듯 밖에서 문제가 있던 아이들도 청학동에 오면 긍정적으로 바뀌는 건 청학동의 자연과 기운 때문"이라면서 "서울에도 한자 서당이 많지만 차이가 있다면 그것"이라고 '오프라인'의 이점을 강조했다.

KT에서 청학동에 '선물'은 줬지만 이곳에 상주하는 직원은 따로 없다. 일정 교육이 끝나면 청학동 주민들이 직접 드론이나 전자칠판 등을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그 마을 문화 속으로 파고들지 않으면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태그:#청학동, #황창규, #KT,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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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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