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 아이돌 그룹 SNH48

중국 여성 아이돌 그룹 SNH48 ⓒ 권소성


만약 어떤 아이돌 그룹이 인기투표를 통해서 서열을 결정하고 다음 뮤직비디오를 찍을 멤버를 선택한다면? 만약 그 그룹의 인기투표가 공중파를 통해 전국에 방송되어 수백만 명이 동시에 시청하고, 집계된 상위권 득표자의 표 수만 70만 표에 육박한다면?

놀라지 마시라. 이것은 바로 지난 토요일 저녁 중국 상하이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지난 25일 저녁, 중국 상하이의 만 여석 규모의 실내 공연장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중국 여성 아이돌 그룹인 SNH48의 제 2회 '몽상고비'(夢想高飛, 꿈을 높이 날린다) 총선거(인기투표)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이번 총선거는 광동위성방송국 및 동영상 사이트 LeTV를 통해 중국 전역으로 생중계되었다.

1만석 매진...지난해보다 투표 수 4배 증가

 총선거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SNH48.

총선거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SNH48. ⓒ 상하이 star48


SNH48은 일본의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인 AKB48의 공식 자매그룹이다. AKB48의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스시가 SNH48의 종합 프로듀서를 맡고 있으며, 실제로 AKB48 출신의 멤버 스즈키 마리야가 SNH48로 이적하기도 했다.

SNH48 역시 AKB48의 성공모델인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로 완제품이 아닌 잠재력이 있는 스타를 '자신이 좋아하고 응원하는 아이돌의 성장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일본 도쿄에 AKB48의 전용극장을 세워 매일 공연을 진행하는 것처럼 SNH48도 상하이 시내에 전용극장을 세우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 힘을 써왔다.

SNH48는 새로 가입한 5기를 합치면 총 120명 멤버를 보유한 대규모 아이돌 그룹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활동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했고, 이러한 순위를 매기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 바로 총선거로 불리는 인기투표이다. 즉 무대에서의 자리 배치부터 앨범 출연 여부와 활동의 공간 등등 한 멤버의 활동 범위를 팬들의 선거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다. 이에 특정 멤버, 혹은 특정 기수만을 쫓는 팬들도 더러 보였다. 그들은 공연장 입구에 마련된 입간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만을 골라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필 공연 당일 상하이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심지어 폭우 주의보가 발령되었을 정도였으나 팬들의 발길을 막지 못했다. 아레나 부근에 위치한 지하철역에서 내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기자에게 달라붙었다. 평소 같았으면 가지고 있는 표를 사겠냐며 아우성인데, 이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에게 말을 걸었다. 자신을 자오(趙) 씨라고 소개한 그는 기자의 질문에 "가뜩이나 가지고 있는 티켓이 부족한데 이번 공연은 평소와는 다르게 왜 이렇게 표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냐"며 푸념부터 털어놓았다. 지하철역에서 아레나 방향으로 이동하자 대규모의 인파가 나타났다. 자세히 들어보니 상하이 현지 방언의 억양에서부터, 동북지역, 화북지역 등등 중국 각 지역의 억양을 들을 수 있었다.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SNH48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SNH48 ⓒ 권소성


이번 총선거에서는 1만 여석의 전 좌석이 매진됐고, 당일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를 시청한 팬이 200여 만 명으로 알려지며 중국에서의 인기를 입증하였다. 심지어 SNH48의 팬들과 관계자들마저도 예상하지 못해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입상권인 Top 32에게 투표된 표 수는 69만 6584표, 지난해에 펼쳐진 총선거의 표 수인 13만 여 표에서 400%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이번 선거에서 영예의 1위는 7만 4393표를 획득한 자오쟈민(趙嘉敏)에게 돌아갔다. 2위는 AKB48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키쿠짱'이라는 애칭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쥐징이(鞠婧祎)에게 돌아갔다.

이 밖에도 지난 해 총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던 우저한은 이번 선거에서 입상권조차 들어가지 못했고, 지난 해 입상권에 진입하지 못한 멤버들이 대거 진입하는 등 나름대로 큰 이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쉽지 않았던 일본 아이돌 자매 그룹 입성기

 SNH48의 멤버들이 주제곡 '몽상고비'를 부르고 있다.

SNH48의 멤버들이 주제곡 '몽상고비'를 부르고 있다. ⓒ 권소성


지금은 SNH48의 쥐징이 등 여러 멤버들이 유명세를 올리고 있고, 심지어 액션 스타 이연걸의 딸이 연예계에 진출하기 위해 SNH48의 오디션에 참여할 정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이 그룹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2013년 5월 벤츠 아레나와 5Km 떨어져 있는 바오강 대무대라는 야외무대에서 첫 공연을 가졌던 SNH48은 이후 멤버의 연이은 탈퇴와 일본인 스즈키 마리야의 비자 문제로 한동안 진통을 겪기도 하였다. 여기에 반일 감정이 득세하는 당시 중국 여론은 차가운 눈빛으로 '일본 아이돌의 자매 그룹'을 바라봤다. 지금의 전용극장이 자리 잡고 있는 장소는 그 당시엔 철거 직전의 낡은 극장이었다.

총선거를 시작할 때에도 SNH48의 멤버들은 그때 힘들었던 시간을 설명하면서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에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연신 "괜찮아"를 외치면서 멤버들을 위로하며 훈훈한 장면을 만들었다.

 SNH48의 5기 멤버를 선보이고 있다.

SNH48의 5기 멤버를 선보이고 있다. ⓒ 권소성


이후 진행된 공연에서는 SNH48의 1~4기 멤버들이 지난 9월 한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해 화제가 됐던 'UZA'(관련기사: '중국 아이돌 SNH48 뮤직비디오, 한중일 힘 합치다')를 필두로 십여 개의 노래를 연이어 선보이며 팬들과 함께 축제의 밤을 즐겼다.

공연 중간에는 깜짝 이벤트도 펼쳐졌는데, 바로 SNH48의 5기 멤버가 처음으로 공개되어 무대를 밟은 것이다. 이번 5기 멤버는 중국 상하이, 베이징 등 6개의 대도시에서 4만 여 명의 신청자 중에서 선발된 49명으로 이뤄졌다. 5기의 새로운 멤버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로 들어왔고, 팬들 역시 박수와 함께 모든 새 멤버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반겼다. 그룹 SNH48이 어떻게 계속 유지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공연 파트가 끝나고 공연장의 조명이 꺼지더니 곧바로 이번 총선거의 주제곡인 '몽상고비'(꿈을 높이 날리다)가 현장에 울려 퍼졌다. 스크린에는 지난 1년 동안 멤버들이 흘린 땀과 열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방영되었다. 공연장에 있는 만여 명의 팬들이 조용히 자신이 응원하는 멤버의 이름을 들고 함께 손을 흔들며 콘서트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멤버들과 그녀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1위 자오쟈민 눈물..."14살에 그룹 들어와 이 자리까지"

 총선거(인기 투표)에서 1위를 획득한 자오쟈민

총선거(인기 투표)에서 1위를 획득한 자오쟈민 ⓒ 권소성


이윽고 중화권 최고의 아이돌이자 드라마 <황제의 딸>을 통해 국내의 '중드'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쑤유펑(蘇有朋)이 시상자로 깜짝 등장해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멤버들을 응원했다. 

쑤유펑은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아이돌 경험을 추억하면서 "중화권 아이돌의 선배로서, 나와 같은 사람이 되는 꿈을 향해 땀을 흘리고 노력하고 있는 그녀들을 응원하러 이 자리에 섰다"며 "나로 인해서 멤버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번 총선거에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키쿠짱' 쥐징이는 수상 직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의 지지와 사랑 덕분에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예의 1위를 획득한 자오쟈민은 인터뷰에서 "처음 이 그룹에 들어온 것은 14살 때였는데, 어려운 시간들을 극복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쑤유펑이 사회자와 함께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쑤유펑이 사회자와 함께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 상하이 star48


 쑤유펑이 직접 2위를 획득한 '키쿠짱' 쥐징이에게 망토를 입혀주고 있다.

쑤유펑이 직접 2위를 획득한 '키쿠짱' 쥐징이에게 망토를 입혀주고 있다. ⓒ 권소성


공연이 끝난 직후, SNH48의 소속사인 상하이 star48사의 홍보팀 자오샤오리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거를 성황리에 마무리해서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특히 이번 총선거에서 한국을 비롯한 해외 팬들도 많이 투표를 해 주셔서 멤버들이 많은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해 한국에 뮤직비디오 촬영을 갔을 때에도 한국 팬들의 환대에 감사함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더 다채로운 콘텐츠와 풍부한 매력으로 한국 팬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이번에 입상한 32명 멤버 중에서 TOP 16 멤버들은 오는 9월 유럽에서 한국의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프로덕션 쟈니브로스와 함께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예정이다. 지난 해 9월 한국에 방문해 홍원기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SNH48가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SNH48 총선거 콘서트 중국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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