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의 한 장면

영화 <암살>의 한 장면 ⓒ 쇼박스


<국제시장> 이후 또 한 번 오랜만에 천만 관객 돌파가 예상되는 영화가 나왔다. 최동훈 감독의 최신작 <암살>이 바로 그것이다. 22일 개봉한 <암살>은 개봉 7일만에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암살>이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도둑들>로 이미 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최동훈 감독과 이정재, 전지현, 오달수 등 당시 <도둑들> 배우들이 다시 한 번 뭉친 대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립군들의 이야기라는 애국심을 불러 일으킬 만한 소재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한 마디로 망하기도 어려운(?)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라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클 것으로 본다.

영화는 1910~1940년 일제 강점하의 경성, 상해를 배경으로 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친일파 강인국과 카와구치 대위 암살을 위해 일본 측에 노출되지 않은 세 명을 작전에 지목한다.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폭탄 전문가 황덕삼.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김구, 김원봉을 제외하곤 모두 허구의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 어딘가 있었을 법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우리들의 진실한 역사 속에 서 있다. 또한 경성, 그리고 미츠코시 백화점(현 신세계 백화점) 등의 시대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낸 화려한 영상미도 몰입을 더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만큼 흥미로운 법이다. 2014년 1월, 중국 상해 여행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들린 적이 있다. 번화가를 지나 조금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작은 건물 하나가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엔 한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라고 적혀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독립군들의 활동을 기록한 영상 하나를 시청한다. 시청 후 계단을 하나씩 오르면 당시 독립군들의 흔적을 하나씩 엿볼 수 있다. 그때 생각보다 좁은 내부 모습에 놀란 기억이 있다. 그들은 여기서 매일 밤 어떤 생각으로 잠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숙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영화 <암살>의 한 장면

영화 <암살>의 한 장면 ⓒ 쇼박스


<베를린>, <도둑들>에서 한 발 더 성장하다

<암살> 속 모든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닌다. 독립투사에서 밀정으로 변질된 인물인 염석진. 그의 캐릭터는 김구와의 대화, 혼자만의 독백을 통해 관객들에게 큰 몰입도를 안겨줬다. 같은 민족이지만 염석진처럼 우리와 대립하는 친일파도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의 마지막 대사인 "해방될 줄 몰랐으니까"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안옥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면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선 유달리 여배우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후 기억에 남는 인물도 여배우일 때가 많다. 많은 이들이 <타짜>의 '이대 나온 여자' 김혜수를 아직까지 기억하듯, <도둑들>에서 전지현이 매력적인 도둑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빼앗았듯, 이번 영화에서 역시 전지현의 활약은 또 한 번 빛났다. 쌍둥이 자매인 안옥윤과 미츠코는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길을 걸어야 했던 독립군과 친일파, 그 시대 자체를 보여주는 설정이다. 그녀는 이러한 1인 2역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 캐릭터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중간중간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과 영감(오달수 분)의 대화는 웃음 포인트를 톡톡히 해낸다. 안옥윤(전지현 분)과의 러브라인 역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그러나 하와이 피스톨, 그가 온전히 스스로 보여줘야 할 이야기가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에선 냉정한 살인 청부업자이며 무정부주의자인 그가 갑자기 조국을 위해 싸우게 되는 이유가 나온다. 그러나 뜬금없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다. 설령 안옥윤의 영향이 크다 해도 영화에서 전달되는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부족한 느낌이다. 하정우라는 배우를 100% 활용하지 못했단 생각이 든다.

 상하이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상하이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 한가람


도전하는 감독, 최동훈

영화가 흥행하면 그 스포트라이트는 대부분 배우들에게 맞춰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 영화를 최동훈 감독의 새로운 장르 개척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둑들>이라는 작품의 흥행 이후 최동훈 감독은 최대한 그 장르와 떨어진 분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어쨌든 조금 너그러워지고 싶은 영화다. 우리가 가장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가장 가슴 아픈 역사를 표현한 이 영화.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암살>을 통해 그들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오래도록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나 역시 픽션이지만 영화관을 나오며 느낀 그 가슴 먹먹함은 절대 거짓이 아니었다. 마음으로 느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임시정부 독립군 안옥윤 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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