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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진보연대 등 41개 단체가 참여한 '국정원 국민해킹사찰대응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31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국정원의 해킹 사찰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등 41개 단체가 참여한 '국정원 국민해킹사찰대응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31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국정원의 해킹 사찰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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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는 노트북으로 분주히 일하며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목에는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그의 뒤편 무대 현수막에는 '국정원 어디까지 해킹했니', '누구를 사찰했니'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무대 앞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소장인 정진우 목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이 또 사고를 쳤습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국정원이 이렇게 망가진 것은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이제 청와대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합니다. 시기를 놓치면 불행이 또 생길 겁니다. 불행을 막기 위해 여러분들이 나서야 합니다. 자 촛불을 듭시다."

'국정원 일동'에 맞선 국민일동의 촛불

한국진보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참여연대 등 41개 단체가 모인 '국정원 국민해킹사찰대응 시민사회단체' 소속 100여 명의 회원들은 31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국정원 해킹 사찰 규탄 집회'를 열었다. 국정원 해킹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정원 규탄 집회로, 시민들은 "국정원 국민해킹, 진상을 규명하라", "해킹 사찰, 국정원을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전날 이들 시민단체와 시민 2748명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관련 직원들을 고발한 바 있다(관련 기사 : '국정원 해킹의혹' 셀프조사로 못 끝낸다).

최근 이탈리아 '해킹팀'(Hacking Team)의 자료가 유출되면서 국정원 해킹 의혹이 불거졌다. 국정원은 원격 해킹 프로그램 구입 자체는 인정했지만, 대북공작용이었을 뿐 국내에서 사용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킹 업무를 담당한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 과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한국진보연대 등 41개 단체가 참여한 '국정원 국민해킹사찰대응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31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국정원의 해킹 사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등 41개 단체가 참여한 '국정원 국민해킹사찰대응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31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국정원의 해킹 사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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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명칭은 '국민 일동 촛불'로 붙여졌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명명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국가기관이 어떻게 직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느냐, 공무원법과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면서 "국정원 직원 일동에 맞서 국민 일동으로 국정원 해킹 사태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부가 절대 '셀프 수사'할 수 없고, '셀프 책임자 처벌' 할 수 없다"면서 "국정원의 주인인 '국민일동'이 나서서 국정원 개혁 이뤄내자"고 말했다. 지난 19일, 국정원 직원 임씨가 숨지자 '국정원 직원 일동'의 성명을 내고 해킹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도 "나부터 시작해 국민 일동으로 모이자, 시민들이 이제 모이기 시작했다"면서 "모든 국민이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는 대한민국을 지켜나가자"고 말했다.

"국정원 해킹? 박근혜, 입맛에 맞는 정보 주려고"

한국진보연대 등 41개 단체가 참여한 '국정원 국민해킹사찰대응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31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해킹 사찰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등 41개 단체가 참여한 '국정원 국민해킹사찰대응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31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해킹 사찰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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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발언에 나선 이들은 국정원 해킹의 문제점을 되짚었다. 또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해킹이 곧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변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국정원이 유력 정치인의 약점을 해킹하게 되면 해당 정치인이 국정원의 꼭두각시가 된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을 조작하는 등 정당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이처럼 국정원 해킹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 아닌, 국정원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해킹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분신과도 같다"면서 "스마트폰을 해킹하면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영화를 봤는지, 다 알 수 있다"며 인권 침해를 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정원이 스마트폰을 해킹했다"며 "민주주의 파괴하는 엄청난 만행에 대해 국민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시민단체는 오는 12일 자정까지 2차 국민고발단을 모집하고 있다. 국정원 고발을 원하는 이들은 누리집에 이름, 생년월일, 주소, 이메일 주소와 하고 싶은 말을 남기면 된다. 이들은 오는 13일, 2차 국민고발단 이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국정원 해킹 의혹, #국민일동 촛불, #국민고발단,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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