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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로데오 거리에 있는 한 평 남짓한 특별전시관
▲ 특별전시관 남문로데오 거리에 있는 한 평 남짓한 특별전시관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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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그래서 제가 나중에도 할 일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어머니께서 어릴 적에 크레용 같은 것을 사다주시면 늘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내가 왜 그림을 그려야 하지?'라는 질문이 저에게는 무의미 한 말이었죠. 당연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17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남문로데오거리에 소재한 수원시 시니어창업성장지원센터 앞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전시관인 로데오거리 특별전시관, 한 달 동안 전시를 열고 있는 호산(본명 김자영)작가를 만났다. 이 작은 전시관 안에는 호산 작가의 작품만이 전시가 되어있다. 혼자만의 전시라고 해보아야 작품은 몇 점 되지 않는다.

"저는 호우와 자명에서 그림 공부를 했어요. 벌써 졸업한 지 20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서울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현대미술과를 졸업하고 난 뒤 작품에만 몰두했어요. 저에게는 그림 이외에는 어떤 것도 의미가 없었거든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림만 그려왔기 때문에 그림이 제 모든 것이라고 봐야죠."

작가 호산은 거품을 빼면 존재가 남는다고 한다
▲ 작품 작가 호산은 거품을 빼면 존재가 남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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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화두는 '존재'에서 시작

작가의 그림은 작은 갤러리 안에서 지나는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그림이 화려한 것은 아니다. 얼핏 보면 유리컵 안에 들어있는 감귤과도 같다. 그런가 하면 잔 안에 든 딸기도 보인다. 이런 작가의 그림은 자신이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제 작품은 <현현> 시리즈입니다. 이 그림의 첫 번째 화두는 '존재'입니다. 내가 보고 있는 사물이 시뮬라르크(시뮬라르크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의 세계가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라면 생성과 소멸의 과정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연결고리들이 영겁회귀를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기에 작가 호산은 수많은 점들이 어지러져 있을 뿐, 자신은 실재를 알아볼 수 없어 혼란과 착각 속을 헤매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눈을 감고 있으며, 모든 것이 현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알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상상 이상의 것들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낯선 공간 속에 있는 낯선 자신을 바라보며 눈을 감는단다.

"제 두 번째 화두는 '존재의 변화'입니다. 그래서 찾은 소재가 거품과 기포입니다. 컵 안을 하얗게 가득 채워 컵 안 내용물을 사라지게 했다가, 순간 기포는 사라지고 찰랑거리는 액체로 남아 바니타스적인 허무함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모습의 변화가 다는 아닐 것입니다. 컵 안 기포는 액체에서 수증기로, 혹은 딸기나 레몬 안에 일부분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작가 호산의 작품에는 유난히 딸기를 많이 그렸다
▲ 작품 작가 호산의 작품에는 유난히 딸기를 많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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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데오거리 특별전시관에서 전시중인 작가 호산의 작품
▲ 작품 로데오거리 특별전시관에서 전시중인 작가 호산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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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시보다는 작업에 치중하는 작가

작가의 설명을 듣다가보니 그림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공부는 끝이 없다고 표현한 것일까? 작가 호산은 많은 전시를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자신의 작업에 더 치중했던 시간이다. 그의 전시회를 보면 2010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보인다.

2010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부분 입선(경희궁미술관), 2010년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분 입선(킨텍스, 일산), 2012년 부산미술대전 서양화부분 입선(부산시립미술관) 등의 수상을 했다. 개인전도 2012년〈HOSAN〉흰여울갤러리(부산), 2014년 <HOSAN〉아트리에갤러리(안양), 2014년〈HOSAN_episode> 갤러리뉴욕(광명) 등에서 가졌다.

호산 작가의 작품은 존재와 변화라고 한다
▲ 작품 호산 작가의 작품은 존재와 변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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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호산은 그림을 그리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 작품 작가 호산은 그림을 그리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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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시원한 듯하면서도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복잡하지 않은 간결한 작품이지만 그 안에 내재한 작가만의 고뇌가 보이는 듯하네요. 작가는 자신의 편견으로 존재의 일부분만을 보여주면서 그것의 전부를 말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작은 갤러리 근처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한다는 이아무개(남)씨는 그림이 주는 매력이 남다르다고 평을 한다. 남문갤러리 특별관에서 이달 31일까지 특별전을 열고 있는 작가 호산. 특이한 예명을 쓰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사진을 찍는 것을 거부했다. 작가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하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호산, #특별전, #로데오거리, #특별전시관,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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