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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전 의원은 <서른쯤에>란 이름으로 인터넷 생방송을 시작했다. 지난 8월 31일, 두 번째 시범 방송이 있었다.
 김재연 전 의원은 <서른쯤에>란 이름으로 인터넷 생방송을 시작했다. 지난 8월 31일, 두 번째 시범 방송이 있었다.
ⓒ BJ김재연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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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전고투를 예상했다.

지난 8월 31일 오후 9시,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방송 목록에는 낯익은 이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다른 방송 진행자(아래 BJ)들이 기억하기 쉽고 튀는 닉네임을 걸고 방송하는 것과 다르게 실명을 닉네임으로 사용했다. 방송 제목 역시 <서른쯤에>로 다소 밋밋했다.

BJ 김재연. 사실 그가 첫 방송을 했다는 사실과 함께 두 번째 방송이 예정됐다는 소식도 들었다.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일지 몰라도 인터넷 방송에서는 신입 BJ일 뿐이다. 쉽지 않으리라 생각됐다. 아프리카TV는 이용자의 연령대가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층에 편중돼 있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아니면 인기를 끌기 어렵다.

첫 방송의 동시 시청자가 1000명이 넘었다지만 이날은 시청자는 300명 정도였다. 방송에 입장했다. 시청자 수에 비해 채팅창은 활발했다. 쉴 새 없이 채팅이 올라왔다. 잠깐 한눈팔면 놓치기 십상이다. 대학 시절 권투 동아리에서 단련했던 동체시력을 여기에 활용할 줄이야.

많은 양에 비해 채팅창의 질은 떨어졌다. 열에 아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단어, 소위 일베(일간베스트)에서 사용된다는 말투, 특정 지역 비하 단어, 비속어였다. 슬슬 이 신입 BJ의 '멘탈'이 걱정됐다. 실제 어린 BJ들은 방송 초기, 채팅창을 보다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소리가 나지 않는 등 방송 시작이 지연됐다. 아마도 아프리카TV 방송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 설정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헬륨가스를 삼킨 목소리가 나오다가 화면이 흐릿해지기도 했다. 서너 번 정도 방송 종료와 재시작을 이어갔고, 결국 30분이 지나서야 신입 BJ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친 시청자로 '1위' 등극, 혼란스러운 채팅창

<서른쯤에>는 첫 방송 30분 만에 누적시청자수 1만5138명을 기록했다.
 <서른쯤에>는 첫 방송 30분 만에 누적시청자수 1만5138명을 기록했다.
ⓒ 아프리카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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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먼저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카카오톡 아이디(@BJ김재연)'를 공개했다. 첫 방송 이후 수천 건의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했다. 모두 직접 읽고 답을 했다면서 가장 많이 받았다는 질문을 소개했다.

바로 "직원이신가요? 보좌관이신가요? 매크로죠? 봇아닌가요?"라는 메시지였다. 아마 시청자들은 김 전 의원이 직접 답장을 보내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혹은 무언가의) 힘을 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모양이다.

김 전 의원은 웃으며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보좌관도 없고, 직원을 쓸 돈도 없다"면서 "다 하나 하나 제가 읽고 답을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소통을 하기 위해 카톡창을 마련했는데 읽고 답변을 하는 사람이 김재연이 아니면서 김재연인 것처럼 답을 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구나, 많은 분께서 보시기에는. 그렇게 생각하니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막상 방송이 정상적으로 시작되니 시청자가 150명 정도로 줄었다.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는 줄었지만, 내용은 여전했다. 정도가 심한 시청자에게는 '강제 퇴장'이라는 철퇴가 내려졌지만 역부족이었다. 백화점 노동자들의 '감정 노동'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에는 "아니꼬우면 북한 가라"는 채팅이 올라왔다. 북한 말투를 쓰는 시청자도 여럿이었다. 그들의 '북한 사랑'이 극진했다.

방송 도중 '거친 시청자가 많은 방송 1위'에 등극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채팅창에 올라왔다. 이 랭킹의 의미가 궁금해 아프리카TV에 문의했다. 전화를 받은 관계자는 "('거친 시청자가 많은 방송 1위'는) 유동적인 프로세스로 집계된다, 비속어 사용·강제퇴장·시청자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을 묻고 싶어 관련 부서의 연결을 요청했으나 "직접 연결해 드릴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확실한 집계 기준은 알 수 없었지만, 아프리카TV에서 '공인'한 이 '거친 시청자들(?)'을 이끌고 김 전 의원은 방송을 이어갔다. 간혹 올라오는 응원에 수줍게 웃기도 했다. 신입 BJ의 당찬 각오도 밝혔다.

"어떤 신문이나 매체에서 얘기하는 청년에 대한 이야기보다, 우리 청년이 같이 모여서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정말 해답이라고 여겨질 만한 것들이 툭툭 튀어나올 때가 참 많았다고 생각 합니다. 우리가 가진 에너지에 대해 스스로 놀라고 대견해하는 그런 시간, 앞으로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미흡하지만 기대되는 신입 BJ

지난 8월 31일 <서른쯤에> 두 번째 시범 방송 화면
 지난 8월 31일 <서른쯤에> 두 번째 시범 방송 화면
ⓒ 아프리카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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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받았다는 잔잔한 사연 두 가지를 소개했다.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 달라는 요청과 유학 가는 친구에게 응원을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는 흔쾌히 축하와 응원을 보냈다.

올해 36살인 그는 20대 초반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도 말했다. 당시를 혼란스러웠던 시기라고 회상하며 인간 관계를 비롯한 여러 고민을 안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안정적인 30대가 좋다고 밝혔다. 다만 '딸리는 체력'과 '삶에 대한 책임감'은 빼고 말이다.

이어 미래에 대한 예측대로 삶이 흘러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 같다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큰 괴리감을 느낄 청년들을 위로했다.

그는 직접 자신이 가진 생활 노하우도 알려줬다. 생활비를 아끼는 팁이라며, 자신은 지하철 환승할 때 노량진이나 대학가를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저렴한 식당이 많은 곳이다. 그곳에서 식사를 해결한다고 했다. 또 통신사 포인트로 편의점 도시락을 할인 받아 사 먹는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흐른 한 시간 남짓, 초보 BJ의 두 번째 방송이 마무리됐다. 마지막 인사를 하던 도중 또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기술적인 부분에 문제를 겪는 모양이다. 그렇게 '뻐끔 뻐끔' 무성 영화처럼 방송은 종료됐다.

이제 시작한 이 방송이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 알 수 없다. 이제 고작 두 번째 시험 방송이고, 자신이 밝힌 것처럼 "용기를 내서 한 발 내디딘 것에 만족"하는 단계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노무현 전 대통령 사랑과 북한에 대한 관심이 잦아들고, 방송이 내건 기치인 '30대를 위한 방송'이 정착된다면, 그때야 방송의 향방이 보이지 않을까.

김 전 의원은 방송 제목을 <서른쯤에>로 붙인 이유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서도 만나기 힘든 30대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라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청년 비례 대표'란 타이틀로 국회의원이 됐지만 오히려 여의도를 벗어나니 청년의 삶이 더 구체적으로 눈에 들어오고 산적한 청년 문제 해결의 방법들도 더 깊이 파고들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 미숙한 모습을 노출하지만, 그 역시 '날것'이란 느낌이 들어 좋았다. 30대들을 위한 인터넷 생방송, 하나쯤은 괜찮지 않나. 이 신입 BJ가 연착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 역시 '서른쯤'이기에.

○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김재연, #아프리카, #인터넷방송, #B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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