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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용두터미널, 맞은 편에 열리는 용두 오일장(2,7일장)에도 불구하고 터미널에는 할머니 한 분만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용두터미널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용두터미널, 맞은 편에 열리는 용두 오일장(2,7일장)에도 불구하고 터미널에는 할머니 한 분만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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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용두리 시외버스 터미널 맞은편에는 2, 7일이면 오일장이 열린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임에도 버스터미널에 할머니 한 분만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오일장이 얼마나 한산할지 가늠할 수 있다.

처음 이곳을 지나면서 맞은편에 오일장이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용두 오일장은 한산했다. 오일장의 맛이란 북적거려야 맛인데, 점차 오일장은 쇠락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지역경제와 지역의 문화를 동시에 생각한다면 지자체에서 오일장이나 전통시장 살리기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농촌의 오일장스러운 각종 도구들

2,7일 오일장인 용두오일장, 농촌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키가 여는 장보다 많이 보인다. 그러나 장날답지 않게 오일장은 텅 비었고, 주변의 상가들도 텅 빈 오일장만큼 썰렁해 보였다.
▲ 용두오일장 2,7일 오일장인 용두오일장, 농촌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키가 여는 장보다 많이 보인다. 그러나 장날답지 않게 오일장은 텅 비었고, 주변의 상가들도 텅 빈 오일장만큼 썰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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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 오일장은 농촌 지역답게 농촌에 필요한 도구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가을, 추수의 계절을 맞아 농촌 지역에서는 키와 체가 많이 필요할 것이다. 키나 체는 잘 보관을 해도 2~3년이면 삭아서 바꿔야 한다. 이전에는 키나 체를 기워서 사용도 했지만 이젠 그렇게까지 기워가며 사용하는 일도 잦아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옷을 파는 곳은 제법 손님들이 북적였다. 이 지역에서는 쉽게 구경할 수 없는 옷가게라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 같다.
▲ 용두오일장 그래도 옷을 파는 곳은 제법 손님들이 북적였다. 이 지역에서는 쉽게 구경할 수 없는 옷가게라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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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물건에 지역주민들은 관심이 있기 마련이다. 용두지역은 농촌지역이며 내륙지역이다 보니 옷가지와 생선류를 파는 가게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가을을 맞아 참깨 추수를 마친 이들이 햇참기름을 짜려고 방앗간을 많이 찾았다.

할머니들에게 옷이란, 입기 편하면 그만인 것 같다. 하지만 그 무늬가 그 무늬 같은데도 고르고 또 고른다. 서로 어울리느냐, 예쁘냐 물어가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용두오일장 마당에 있는 용두방앗간엔 기름을 짜는 손님들이 제법 많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방앗간에서 풍겨나왔다.
▲ 용두오일장 용두오일장 마당에 있는 용두방앗간엔 기름을 짜는 손님들이 제법 많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방앗간에서 풍겨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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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에서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풍겨온다. 할머니들의 대화는 참기름보다 고소한 듯, 끊일 줄 모르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대소사를 시시콜콜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들은 작은 참깨 혹은 들깨 같은 이야기들인데 그 작은 것들이 모여 참기름, 들기름이 되듯 할머니들의 산 역사가 구술되는 중인게다.

용두오일장 주변으로 골목길에는 예쁜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벽화를 그리면서 더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길 바라는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 용두리 마을 벽화 용두오일장 주변으로 골목길에는 예쁜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벽화를 그리면서 더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길 바라는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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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사는 분들에게 오일장에 관해 물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쇠락했고,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단다. 심지어는 오일장이 열렸느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물건값이 그리 싸지도 않고, 싱싱하지도 않고, 오일장에서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마켓을 자주 이용하게 돼요. 마트에서 살 수 없는 것이 있거나, 더 싱싱하고 싸거나 아니면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니 거의 안 가게 돼요. 용두 오일장에 손님이 뜸한 게 오래되었어요. 저러다 없어지지 않겠어요?"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옮긴 지역주민의 말이다. 오일장을 끼고 골목길을 걷다 보니 벽화도 많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벽화가 손님을 끌어오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게다.

쇠락하는 오일장, 다시 피어나기를 바란다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용두리에서 연화리 가는 길, 길가의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있고, 할머니 한 분이 걸어가고 있다.
▲ 용두리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용두리에서 연화리 가는 길, 길가의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있고, 할머니 한 분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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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장에 나온 손님들은 할머니들이었다. 홀로 사시는 분들인 듯, 마실 삼아 나왔다가 그냥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버카로 불리는 어르신용 유모차를 타고 다니시는 분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그 걸음걸이가 힘겨워 보인다.

흥에 겨울날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흥에 겨워 웃을 일이 얼마나 될까 싶다. 오일장이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는데, 이제 오일장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으니 그저 하루하루가 그날의 반복이 아닌가 싶다.

할머니 한 분이 전지형차(ATV)를 타고 이동 중이다. 시골에서 어르신들에게 전지형차는 유용한 이동수단이다.
▲ 용두리 할머니 한 분이 전지형차(ATV)를 타고 이동 중이다. 시골에서 어르신들에게 전지형차는 유용한 이동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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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젊은 측에 속하는 분들은 전지형 차(ATV)를 타고 다닌다. 시골에서는 아주 유용한 이동수단이다. 젊은이들은 유원지 같은 곳에서 재미로 탄다지만, 시골 어르신들에게는 손과 발이 되어주고 웬만한 짐도 날라준다. 그야말로 자식보다 귀한 존재이다.

마을 길을 걷다 빨래를 너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머리에 수건을 쓰신 모습에서 전형적인 시골 할머니의 모습을 본다.
▲ 용두리 마을 길을 걷다 빨래를 너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머리에 수건을 쓰신 모습에서 전형적인 시골 할머니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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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이 너무 한산하여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동네는 오일장만큼이나 한산했고, 조용했는데 한낮인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 한 분이 빨래를 널고 계셨다. 두건을 쓰신 모습과 긴 소매 옷... 전형적인 시골 아낙의 모습이요, 오래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이다.

요즘엔 세련된 모자들이 많이 나와서 시골에 가도 두건을 쓴 모습을 쉽게 볼 수 없는데, 마을 길을 걷다가 추억의 모습을 만나는 행운을 건진 것이다.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며 짖는 백구.
▲ 용두리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며 짖는 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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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 한 마리가 낯선 나를 보고는 한껏 짖어댄다.

'초복도 중복도 말복도 다 넘겼으니 너는 좋겠다. 오래오래 주인집 잘 지키면서 살아라.'

백구의 코는 반질반질 한 것이 건강상태가 좋아 보였고, 제법 허우대도 멀쩡했다. 집밖에 묶여서 자랐지만, 정말 개답게 잘 큰 것 같다. 무엇이든지 '답게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다움'을 잘 지켜가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겠다.

지방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부추, 정구지라고 많이들 부른다. 부추보다는 남도지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구지가 정감이 있게 들린다.
▲ 부추꽃(정구지꽃) 지방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부추, 정구지라고 많이들 부른다. 부추보다는 남도지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구지가 정감이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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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꽃, 정구지꽃이 제철을 맞아 하얀 눈이 내린 듯 소담스럽게 화들짝 피었다.

'아, 이 정구지꽃처럼 피어났으면...'

오일장이든, 시골이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든 모두 이렇게 화들짝, 피어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냥 바람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행동이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다.

쇠락해가는 오일장, 그 문제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오일장에 나와 있는 촌로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만 해도 대안이 나올 것이다.

오일장을 애써 찾아갔다가 쇠락해가는 모습을 보고 돌아오는 길은 슬프고 우울하다. "오늘 장맛이 끝내줬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시 찾고 싶은 오일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부추꽃(정구지꽃) - 지방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부추,' '정구지'라고 많이들 부른다. 부추보다는 남도지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구지가 정감이 있게 들린다.



태그:#용두오일장, #정구지, #용두리, #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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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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