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함정>에서 성철 역의 배우 마동석이 1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함정>에서 성철 역의 배우 마동석이 1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마동석이 다시 한 번 악해졌다. 오는 9월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함정>에서 마동석은 외딴 섬의 백숙집 사장이자 손님에게 위협을 가하는 사내(성철)로 등장하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물론 이게 그의 첫 악역은 아니다. 영화 <비스티보이즈>(2007)에선 사채업자로 사람들을 괴롭혔고, <감기>(2013) 때는 혼자만 살아남기 위해 갖은 수를 쓰던 야비한 인간이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그래도 그때 악역들은 나름 맥락이 있던 인물이었다"며 "그런데 <함정>의 성철은 그 자체로 가장 악한 같은 캐릭터다. 지금껏 맡았던 악역 중 가장 셌다"고 설명했다.

절대 비중, 절대 악역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함정>에서 마동석이 맡은 성철은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유산의 트라우마로 사이가 소원해진 부부에게 좋은 해결책이 있다며 성철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접근해 오면서 사건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영화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마동석은 연출을 맡은 권형진 감독과 SNS 관련 실종 사건 자료를 검토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

"피해자들이 이길 수 없는 절대 악이어야 했다. 배경 자체도 성철이 살고 있는 외딴 섬이지 않나. 공간을 지배하면서 힘으로도 머리로도 이길 수 없는 인물이 필요했다. 본래 기획만 하고 난 빠지려 했는데 감독님이 그래도 이야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니 성철을 하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현존하는 배우 중 기가 막히게 악역을 잘 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도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 악역으로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영화에서는 설명되는 악역이 있고 설명이 안 되는 악역이 있는데, 성철은 후자에 가깝다. 사이코패스로 볼 수도 있다. 살인범 사례들을 여럿 찾아봤는데 진짜 사이코패스는 상대의 눈을 못 마주치는 등 특수한 성향들이 있더라. 여기선 오히려 그런 건 빼고 갔다. 실제 사례와는 다르지만 그게 더 진짜 같더라. 내 입장에선 성철을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었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기했다. 그래야 관객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

 영화 <함정>의 한 장면.

영화 <함정>의 한 장면. ⓒ 데이드림 엔터테인먼트


자신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지네 술, 멧돼지 피, 고라니 고기 등을 권하며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 성철이다. 내용으로만 보면 관객 입장에선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데 마동석은 이를 오락 영화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링> 같은 공포 영화 역시 크게 보면 오락장르이듯, 이런 스릴러도 같은 맥락"이라며 "그간 한국에서 다양한 오락장르 영화들이 흥행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기회에 좀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사실은 마요미?... 상반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넘다들다

영화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했지만 본래 마동석은 술도 잘 마시지 않고, 보신 음식 또한 즐기지 않는다. 전작 <살인자>를 비롯해 이번 <함정> 같은 작품에서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연기를 할 때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기도 한다. <함정>을 위해 마동석은 실제로 닭을 잡아야 했고, 그 때문에 촬영 때 간식으로 나오던 치킨을 전혀 먹을 수 없었다. "엔지(NG)를 내면 또 다른 닭을 잡아야 해서 모든 걸 한 번에 끝내려 했다"고 마동석은 당시 기억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식당의) 실제 주인이 있는데 그 분은 10년간 매일 닭을 잡았다더라. 그렇게 잡았지만 매번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고 하시더라. 나 역시 미국 몬태나 주에 2년 정도 살 때 사냥을 자주 다녔지만 이런 식으로 직접 동물을 손질한 건 처음이었다. 미국에서 운동할 때(마동석은 이종 격투기 선수들의 트레이너 출신이기도 하다 - 기자 주) 소고기나 닭 가슴살, 야채들만 잘 먹어도 보양이 되더라. 한국에선 몸에 좋다며 여러 종류의 동물을 먹는데 굳이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긴 하다."

 영화<함정>에서 성철 역의 배우 마동석이 1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따지고 보면 마동석은 강한 인상임에도 대중과 꾸준하게 친근감을 쌓아왔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베테랑> 말미에 '(문구 체인점)아트박스 사장'으로 등장해 큰 웃음을 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지와 대비되는 나름 귀엽거나 순수한 캐릭터를 하면서 '마요미'(마동석과 귀요미의 합성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영화 취향 역시 액션, 스릴러 장르부터 애니메이션까지 넓다.

인터뷰 중 일본 애니메이션 <토리코>를 언급하며 열을 올리는 모습에 '역시 마요미'라는 말이 목까지 차오르기도 했다. 마동석의 진가 중 하나는 자신이 가진 상반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근데 이미지라는 건 내가 만드는 게 아니니까. 최근 끝난 드라마 <나쁜 녀석들>(마동석은 조직 폭력 집단의 행동 대장 역을 맡았다- 기자 주)에 나온 모습을 보시고도 마요미라 하시던데 처음엔 왜 그렇게 부르는지 몰랐다. 그 별명이 나온 맥락은 알지만, 난 그저 내 작품에 충실할 뿐이다. 관심을 준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내 이미지를 위해 밝은 작품과 강한 작품을 번갈아 한다든가 하는 머리를 쓰진 않는다. 배우는 영화를 통해 현실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고 보시는 분도 가끔 있는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기획자, 또 다른 꿈

 영화<함정>에서 성철 역의 배우 마동석이 1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미지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동석은 "분명 악역은 매력적이고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낼만하지만 당분간 악역은 안 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함정>의 사례처럼 오히려 영화 기획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 보였다.

"미국에서도 배우가 영화 프로듀서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운을 뗀 마동석은 자신의 이후 목표를 내비쳤다. "내가 운동선수를 했으니까 다른 선수를 훈련시킬 수 있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짤 수 있잖나"면서 마동석은 "영화 역시 내가 연기자인 만큼 아이디어를 내고 이야기를 기획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영화 연출 부문은 내 분야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트레이닝을 시킬 수 있어도 대회를 개최하는 건 다른 사람의 몫이듯, 영화 역시 제작과 연출 부문은 다른 적임자가 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물론 본업인 연기는 충실히 할 예정이다. 당장 <부산행>과 가족 영화인 <가족 계획> 등 그의 출연작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적은 분량이었지만 할리우드 스타 감독인 워쇼스키 남매의 드라마 <센스8>에도 최근 출연했다.

꾸준히 보폭을 넓혀가며 어느새 마동석은 자신만의 개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마동석 함정 SNS 연쇄살인 조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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