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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함께합니다. 그가 품는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오며, 작기만 했던 가능성은 어느덧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습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중심에는 '사람은 상처 받고 고통만 당하기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약 24년(1991~2014년) 동안 조카와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의 경험이, 어떻게 풍성한 열매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말

고1 때의 담임 선생님은 덕이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고하셨다. 이에 덕이가 방과 후 야간 자율 학습을 빠지는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생님의 대단한 용기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고2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마다 욕구가 다르듯 2학년 담임 선생님께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야간 학습은 꼭 해야 한다고 하셨다. 덕이는 그 시간마다 모르는 과목을 보면서 머리가 쭈뼛쭈뼛 할 정도로 난감했다.

이런 덕이의 모습을 보며 약 30년 전 내가 어학 연수를 갔던 기억이 났다. 그때 학교 매점에서 만난 어학연수를 권해주고 영국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도와준 선배에게 커피 한 잔 대접하려고 주문했으나 학교 내 카페 직원은 (못 알아 들었는지 못들은 척 하는지는 모르지만) 세 번을 주문해도 "뭐라구요?(excuse me?)"라고만 반복했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부끄러워 화가 날 정도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의자에 앉아 있던 선배가 내 곁으로 다가와 하는 말 "여기에서는 관사(a, an, the)를 사용하지 안으면 못들은 척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관사를 넣어 주문하자 바로 커피 2잔이 나왔다. 또 수업 시간에 신문 내용을 번역해 한 사람씩 발표할 때 나는 그것을 정확히 몰라 뒷목이 뻣뻣하며 못따라갈 때의 당혹감을 체험해보았다. 나는 머리 복잡하고 힘들게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하는 쪽을 선호했기에 그렇게 하도록 덕이를 지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덕이는 학교 가기가 싫다고 잔뜩 찌푸린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등교하고 방과 후에도 표정이 굳은 채로 늦은 귀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좋아하는 태권도를 하지 못할뿐더러 태권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지 못하는 것이 몹시도 속상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자기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시간이 숨막힐 정도로 불편하다고 하소연 했다. 충분히 그 심정이 이해되는 상황이었으나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학교 가기 싫어"

야간자율학습에 스트레스 받는 덕이, 어떻게 해야할까
 야간자율학습에 스트레스 받는 덕이, 어떻게 해야할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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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 "고모가 생각할 때 요즘 덕이는 아침에 일어나는 표정이 편안해 보이지 않고 일어나기 싫어 보이는데. 혹시 그 이유를 내게 말해줄 수 있을까?"
덕 : "학교가기 싫어."

순간 나도 모르게 속으로 '어머나'하며 당황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렇게 직접적으로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하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또래의 괴롭힘을 가장 심하게 받았던 초등학교 때에도 학교 가기 싫다고는 하지 않았다.

덕이는 "싫어"라며 다시 한번 더 강조 했다.

고모 : "학교에서 무엇이 제일 싫으니?"
덕 : "몰라 다 싫어."
고모 : "내가 생각할 때 학교 생활을 다 싫어할 덕이가 아닌데 혹시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이 싫을까 아니면 야간 자율 학습 전에 수업하는 것이 싫을까?"

덕 : "야간 자율 학습."
고모 : "그러면 학교 가는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야간 자율 학습만 싫다는 거니?"
덕 : "응."
고모 : "그랬구나. 덕이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얼마나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이 싫은지 알 것 같아. 나 또한 덕이처럼 무언가 한 가지 불편하면 그것이 마음에 남아 해결되기 전까지 불편 하단다. 그러나 이제는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즐겁게 열심히해 보려고해"
덕 : "나도 그래."
고모 : "그렇지. 덕이는 충분히 그럴 줄 알았어. 덕이가 누군데∼ 나는 덕이처럼 착하고 무엇을 할 때 최선을 다해서 분명하게 하는 아이는 본적이 없는 걸? 그리고 덕이처럼 무슨 일이든지 참고 견디는 사람도 못봤어. 너가 최고라는 거 알지?"

덕이는 말을 이해하며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고모 : "사랑하는 덕아. 하루를 어떤 생각으로 사는가에 따라 일과가 결정될 수도 있단다. 아침에 덕이가 기분 좋게 일어나고 시작하면 나날이 즐거울 거고 그렇게 계속 살게 되면 덕이는 멋지고 행복한 사람이 되겠지. 덕이는 멋지고 행복하게 살고 싶니, 아니면 괴롭고 화내면서 살고 싶니?"
덕 : "행복할 거야."
고모 : "그렇지. 고모도 진심으로 덕이가 행복하길 바란단다. 그러려면 '지금' 덕이가 행복한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같은데."
덕 : (알았다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인다.)

고모 : "덕아, 일단 2학년 때는 관장님 말씀처럼 방학 때만 태권도 가고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는 어차피 교실에 있어야 하니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덕 :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
고모 : "응. 내 생각에 2학년 때는 야간 자율 학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덕이 네가 더 신경 써야 할지도 몰라. 담임 선생님이 덕이를 좋게 보지 않으실 수도 있을 걸∼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이 야간 자율 학습을 해야 원하는 대학을 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실 수 있거든.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쨌든 지금 담임 선생님은 야간 자율 학습을 하라고 하시니까."

덕 : "해야해."
고모 : "덕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야간 자율 학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덕 : "응. 힘들어"
고모 : "그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거니?"
덕 : "응. 몰라."
고모 :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일단 담임선생님께 덕이에게 필요하고 덕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도 되는지 여쭤본 후 그래도 된다면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덕이가 좋아하는 책을 한 권씩 선택해서 그것을 공책에 쓰는 것은 어때. 책과 똑같이."

"우리 이렇게 해보자"

평소에도 나는 덕이의 인지 능력과 표현력 그리고 기억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책이나 덕이가 좋아하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 쓰는 훈련하는 중이었다. 덕이도 정확히 어디에 매력을 느껴 계속한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어느 날 문득 정확한 문장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이 그 효과라고 여기는지 좋아하는 편이었다.

나는 또 담임 선생님이란 분을 만나 덕이 입장을 다시 설명드리고 사정을 해서라도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이 덕이를 숨죽일 정도로 어렵고 힘든 시간이 아니라 도움되고 유익한 시간으로 진행되도록 허락을 받아야 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에 그 발걸음이 무거울 것 같다.


태그:#야간자율학습, #선생님, #자기개발, #즐거운시간,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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