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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바로 뒤로 대규모 개사육장 부지가 보인다.
 포도밭 바로 뒤로 대규모 개사육장 부지가 보인다.
ⓒ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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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개령면 남전리 주민들은 최근 들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것은 마을 건너편에 들어오려는 대규모 개농장 때문이다. 남전리는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를 것 없이 평화로운 풍경의 마을이었다.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은 벼농사나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김천의 특산물로 포도가 유명한데,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포도 또한 달고 맛있기 때문에 판매가 잘 돼 마을의 주 수입원이다. 그리고 작은 규모로 염소를 키우거나 밭농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마을에 시름이 깊어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도 겨울, 마을 건너편에 대규모 개농장이 들어오겠다고 하면서부터다. 다른 지역에서 개농장을 하던 개사육업자가 마을 건너편의 사과밭을 구입하여 사과나무를 베어내고 개농장을 하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생겨났다.

대규모 개농장으로 시름 깊어지는 주민들

이미 마을 건너편에는 개 100마리 정도를 사육하는 개농장이 하나 있다. 그래서 개농장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마을 주민들은 익히 알고 있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개농장에서 생겨나는 파리떼다. 개농장에서 개들은 개똥을 치우기 편하도록 뜬장이라고 불리는 철망 장에 갇혀서 키워진다. 개들이 철망 장에서 똥을 누면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지고, 퇴비로 쓴다며 하루에 한두 번 모아 농장 한 곳에 쌓아둔다. 그리고 먹이로는 주변 음식점에서 음식쓰레기를 수거하여 먹인다. 그래서 쌓여있는 개똥들과 음식찌꺼기는 파리 떼들의 온상이 된다.

이 파리 떼들은 개농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날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끼친다. 특히 주변에 포도밭이 많은데 포도가 익어가는 때가 되면 포도의 단 냄새를 맡고 파리 떼들이 시꺼멓게 날아들어 포도 농사에 지장을 주고 있다. 실제로 마을의 포도농사를 하는 주민들은 지금도 100마리 규모의 개농장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는데 더 큰 규모의 개농장이 들어오면 포도농사는 더 이상 지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며 걱정을 했다.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박갑용씨(47)는 일반 포도와 함께 차별화를 위해 껍질째 먹는 포도도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규모 개농장이 들어와 파리떼가 포도에 달라붙어 똥을 싸놓으면 얼룩이 생겨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이 된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근심스러워 했다.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박갑용씨(47)는 일반 포도와 함께 차별화를 위해 껍질째 먹는 포도도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규모 개농장이 들어와 파리떼가 포도에 달라붙어 똥을 싸놓으면 얼룩이 생겨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이 된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근심스러워 했다.
ⓒ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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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개 짖는 소리로 인한 소음과 오물로 인한 악취이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100마리 정도의 개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짖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100마리 정도 키우는 개농장은 숲에 가려 있어 바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도 소음과 악취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바로 마을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10배나 되는 개농장이 들어오면 상태가 어떠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한다.

이렇게 기존 개농장의 불편함을 경험한 마을 사람들은 더 큰 규모의 개농장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며 김천시에 민원을 제기하였고 많은 주민들이 동조 민원을 제기해 결국 올해 5월에 '민원조정위원회'에서 신규 개농장은 불허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개농장주는 김천시의 결정과 대다수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상북도에 "적법한 시설임에도 김천시가 허가하지 않고 있다"며 행정심판을 구하였다. 한편 개농장주는 개사육주들을 모아 김천육견협회를 결성하여 4월 19일에는 창단식을 갖는 등 개농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나갔다. 이날 내빈으로는 이철우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천시의회 이명기 의원, 임영식 김천축협조합장 등이 참석하였다.

<김천인터넷뉴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철우 국회의원은 "김천육견협회의 첫 출발을 축하드리며, 협회 출범을 계기로 어렵고 힘든 환경의 육견 농가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되어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홍보 활동과 올바른 문화로 자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라며 축사를 했다. 경상북도는 7월에 신규 개농장은 적법시설이므로 건축을 허가하라고 김천시에 통보했다. 그에 따라 김천시는 조만간 개농장 설립을 허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관공서와 동물보호단체의 같은 사건 다른 시각

이러한 판결에 대하여 주민들은 어떻게 생업인 포도농사를 망치고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관할관청인 김천시 환경관리과 담당자는 행정행위는 법에 의해서만 집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개 사육시설 설립이 현행 법을 위배하는 사항이 없다면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또 개 사육시설이 들어섰을 때 발생하는 피해는 단지 예측일 뿐 그것을 입증할 수 없으며 만약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이해관계의 문제로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지 관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개사육자는 가축분뇨처리시설을 갖추고 신고하였으니 '적법 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개가 축산물위생관리법의 규율을 받지 않는 동물이기에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지 그것을 두고 식용개 농장을 합법적인 농장이라고 할 수 없다. 개의 도살과 식육으로의 유통을 전제로 한 개사육장이 단순히 가축분뇨처리시설을 했다고 해서 바로 합법적인 축산시설이 되는 것이 아니다.

또 현재 개농장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대형화하면서 개들은 좁은 곳에 갇혀 적정한 운동도 못하고, 평생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산다. 그리고 잔인하게 도살되는 동물학대를 당하고 있다. 대형 개농장이 합법적 시설임을 주장하며 영업을 개시하게 된다면 국가가 법의 미비로 잔인한 대규모 동물학대 행위를 허가하거나 방임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동물에 대한 개선된 인식을 바탕으로 명확한 방향 제시를 해 주어야 할 때이다."

개사육업자는 개사육이 법에 따라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축의 사육과 관련되는 법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가축을 사육하기 위한 사육장을 만들기 위해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한다. 개농장업주들은 그들의 개농장이 이 법률에 따라 시설되고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법대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2조(정의) 제1호의 "가축"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가축의 범위 등) 제1항에는 "개"가 가축의 범위에 포함되어있지 않다. 그에 따라 개는 가축의 도살·처리를 규정한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7조(가축의 도살 등)의 대상이 되지 않아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가축이므로 개를 도살하는 행위 또한 불법이 아니다. 또 개는 식품으로 규정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식품과 관련된 법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이와 같이 개사육은 단지 규제할 법이 미비하기에 법의 규제를 벗어나 있는 형편이지 그것이 합법인 것은 아니다.

한쪽에선 '반려동물 유토피아', 다른 쪽에선 '대규모 개농장'?

개사육장의 개들은 뜬장이라는 철망장에 갇혀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키워진다. 개들은 죽는 그 순간까지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살아간다. 개를 고통스러운 환경에 살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동물학대다.
▲ 현재 마을 건너편에 있는 개농장에 갇혀 있는 개 개사육장의 개들은 뜬장이라는 철망장에 갇혀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키워진다. 개들은 죽는 그 순간까지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살아간다. 개를 고통스러운 환경에 살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동물학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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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전리 주민들은 당장 대규모 개농장이 들어오면 생길 포도농사와 생활의 불편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천시는 피해는 입증할 수 없는 것이고 만약 차후에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때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 이는 충분히 예측되고 예방할 수 있는 상황을 문제가 커진 후에 주민들이 각자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방식으로 무책임한 행정의 전형이다.
또 법에 저촉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개농장을 막을 수 없다고 하지만 현재 개농장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동물학대에 대해 단속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개농장 사업이 번창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상북도는 올해 3월 24일 국가 반려동물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영남일보>의 '경북에 반려동물 유토피아를 만든다' 기사에 따르면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젠 강아지와 고양이도 어엿한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는 시대라며, 국가 반려동물 산업 클러스터를 제대로 한번 조성하겠다"고 하였다.

김관용 도지사가 이야기한 것과 같이 이제 개를 반려동물로서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개에 대한 그리고 동물에 대한 인식이 점차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서는 반려동물 유토피아를 만든다면서 또 다른 한편에서는 동물학대가 자행되는 대규모 개농장을 허용하며 늘린다면 사람들은 이러한 모순되는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경상북도 당국은 지역민을 생각하고 또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하여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종무는 동물병원 원장이며, 동물보호 시민단체 KARA 이사입니다.



태그:#김천 개농장, #KARA, #동물보호법, #개농장, #동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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