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전쟁 가능 법안'이 19일 0시 10분부터 열린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그간 일관되게 주장하며 밀어붙인 안전 보장 관련 법안이 성립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패전한 후 전범국 일본을 '전쟁할 수 없는 나라'로 70년간 지켜온 평화헌법이 막을 내리고, 이번 안전보장 관련 법이 참의원을 통과함으로써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뀐 것이다.

이번에 일본 참의원에서 최종 성립된 11개 안보 관련 법률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집단자위권을 인정하고 자위대 활동을 전 세계로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으면 자위대 파병도 자유로워진다. 11개 법률은 10개 평화안전법 정비법안과 1개 국제평화 지원법으로 나눌 수 있다.

평화헌법 막 내리고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먼저 이번에 개정된 평화안전법 정비법안은 10개 법률로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고 자위대의 활동범위 또한 세계로 넓혔다. 일본 자국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주변국(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이 공격받으면 일본이 공격받는 것으로 간주해 공격에 나설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전후 70년간 유지된 일명 '평화헌법'인 헌법 제9조는 다른 나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에만 방위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이 먼저 공격할 수 있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이는 2012년 아베 총리가 재집권하면서 '일본이 공격당하지 않아도 공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헌법 해석을 변경한 이후 정식으로 법률화 된 것이다. 10개 법률은 아래와 같다.

▲ 자위대법 ▲ 유엔평화유지 활동(PKO) 협력법 ▲ 중요영향 사태법 ▲ 선박검사 활동법 ▲ 무력공격 사태법 ▲ 미군행동관련 조치법 ▲ 특정 공공시설 이용법 ▲ 해상운송 규제법 ▲ 포로 취급법 ▲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법

자민당의 이시이 참의원 국회 대책 위원장 대리가 "집단적 자위권의 한정적인 행사 용인에 따라서 미일 동맹을 보다 공고하게 하고 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은 1개 법률을 신설함으로 확실해졌다.

'국제 평화 지원법안'이 그것이다. 이 법률은 의회가 사전 승인하면 언제든지 해외 분쟁 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다. 평화헌법 하에서는 일본 자위대가 해외에 파병되려면 한시적 특별법을 만들어 파병해야 했다.

이제는 새로운 법의 제정으로 특별법을 만들지 않아도 언제든 국회의 승인만으로 자위대를 세계 어느 지역으로든 파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제평화에 공헌한다는 명분을 걸고 과거의 군국주의적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우려다.

우리나라를 비롯 주변국들과 마찰 빚을 듯

향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등 주변국들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의 신화통신은 "새로운 전쟁 자세로 옛 군국주의 향해 발을 뗀 일본"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일본제국주의 통치라는 아픔을 겪은 우리나라로서는 이번 안전보장 법안 통과로 인한 일본의 재무장이 껄끄러운 조처임에 틀림없다. 한반도 안보와 정세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구히 무력 사용을 포기했던 나라가 갑자기 육·해·공군을 보유하고, 교전권도 인정하게 되었다. 방위비는 늘어날 것이고 첨단무기 또한 세계 초고수준으로 개발하여 보유할 것이다. 이미 2007년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했다. 이제는 공격받으면 공격한다는 '전수방위' 대신 동맹국이나 주변국이 공격당할 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

집단적 자위권은 해당 국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다. 한반도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본이 '해당 국가의 동의'를 취득할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우리나라는 '해당 국가 동의'라는 장치로 안심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과거 일본의 쇼군 정치·사무라이 정치의 부활을 보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극도로 우경화한 아베 정권을 신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미국의 절대적 지지를 등에 없고 우경화에 열을 올리는 아베 정권에 대놓고 비난의 화살을 쏘는 것도 부담되는 일이다.

미일 군사동맹의 결과물이기도 한 이번 법안 통과는 우리로서는 껄끄러운 상황이다. 겉으로는 북한 도발에 대비한다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견제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로 보건데, 혹 중국과 미국이 충돌한다면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는 미일과 함께 중국과 적이 되는 경우의 수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유사시 대비해야

또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는 미일 동맹군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진군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의 말 바꾸기는 흔히 있어 왔고, 아베 정권 들어 전 정권들이 설정해 놓은 무라야마 담화조차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헌법 자체에 손을 댈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군비증강, 더 나아가 제국주의의 부활, 우리는 여기까지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아직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라는 숙제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작전권을 떠넘긴 채 미일 동맹군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는 것만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는 할 수 없다.

쉽게 말하면 현 시점에서는 자국 의회의 동의만 얻으면 일본은 맘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미 미국은 그걸 전제로 일본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반대다. 전쟁 시 작전권을 실제적으로 한미연합사령관인 미국이 가지고 있다.

좀 무리하게 말하면, 미국의 지지 아래 미일 동맹군의 이름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일본과 미국의 허락 없이는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 한국은 대조적이지 않는가.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외교를 펼치고 있는 사이, 일본은 벌써 미국을 등에 업고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더 이상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낀 외교, 애매한 외교, 눌리는 외교'를 할 게 아니다. 이번 일본의 안보 법안 성립을 계기로 확실히 한국 유사시에 대하여 일본, 미국 등과 담판을 해야 한다. 외교부는 "당사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식상한 말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이 부분을 확실히 해야 한다.


태그:#일본 안보 법안 통과, #아베 신조,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